2025. 7. 8. 15:58ㆍ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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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 살기
- Ep 6. 개업변호사가 무속 신앙을 만났을 때
영화 <곡성>과 <파묘>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장르적으로 공포 영화 중에서도 특히 오컬트에 속하며 주된 소재가 무속 신앙이라는 것이다. 두 영화에 대한 평가를 보면 영화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영화 속 굿 장면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다. 굿을 연기하는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다시 봐도 매우 인상적이다.

<파묘>의 주인공 네 명 중 한 명인 ‘이화림’은 젊은 여자 무당이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이화림이 굿을 하는 장면은 영화 전반부에 나오는데 <파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이다. 영화 소개 글이나 기사에 굿 장면이 자주 인용되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장면은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굿 장면은 여러 면에서 강렬했는데 이화림이 굿을 하면서 신은 신발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당의 옷차림과 달라서 화제가 되었고 얼굴에 숯을 묻히는 장면은 <파묘>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장면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다.
<곡성>도 주인공 중 한 명이 무속인인데 바로 중년의 남자 무당 ‘일광’이다.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일광도 영화 속에서 굿을 한다. <곡성>이 <파묘>보다 먼저 개봉되었기에,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굿 연기를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고 감탄한 작품은 <곡성>이 처음이었다. 특히 일광이 남자 무당이라서 우리가 무당의 굿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복입은 여자 이미지와 정반대라 더욱 강하고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나 싶다.
두 영화 모두 굿 장면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나오는 무속과 관련된 내용과 소소한 소품까지도 무속인의 자문을 받고 고증을 거쳐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무당을 연기한 배우들도 직접 무속인 선생님으로부터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 세세하게 배웠다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영화를 본 무속인들의 반응이나 관객들의 진짜 신내림 받은 줄 알았다는 리뷰 등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무속 신앙은 예능에서도 예전보다 자주 접한다. 당장 유튜브만 봐도 현직 무속인이 운영하는 채널도 많고 예능에 직접 출연자로 나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이렇게 무속 신앙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멀게만(?) 느껴 지고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사건으로 만난 경험이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선후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사건으로 접하면서 알게 된 그 분야의 지식이 무속 신앙을 다룬 예능이나 영화를 볼 때 배경 지식으로 작용하여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가능하게 해주고 이해도 역시 높여 주었다.

무속 신앙과 관련된 사건에서 특이했던 점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혹시 나한테 종교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먼저 물어봤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시작할 때 묻지 않더라도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라도 확인을 하긴 했다. 처음에는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종교를 확인하고 싶어 해서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걸 물어보나 싶었는데 일을 하면서 그 심정이 꽤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었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법률관계는 위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고 변호사의 직무는 본질적으로 의뢰인과의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을 신뢰하고 의뢰인한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고, 의뢰인 역시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변호사 입장에서 의뢰인의 설명에 의문이 생기거나 의구심이 들면 논증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꼭 무속 신앙에만 국한된 특징이 아니고 종교의 영역에서는 때론 논리나 객관성이 전부가 아닌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단순히 의뢰인의 직업이 종교인이고 사건의 내용은 여타의 사건과 다를 바 없다면 이 경우엔 종교성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고 문제되지 않지만, 사건의 내용 자체가 종교성을 띠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했던 사건들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무속 신앙의 본질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었다. 한 예로, ‘내림굿(신내림굿)’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내용 전체가 거의 다 생소했다. 사소하게는 의뢰인이 말로 설명하거나 문서에 자주 등장했던 ‘신선생’, ‘신제자’를 보고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맥락을 통해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됐다. ‘New’가 아니라 ‘God’을 뜻하는 것이었고, ‘God 선생’과 ‘God 제자’를 지칭한 것이었다. 나의 헤맴을 경험 삼아 이후에 이 표현을 접할 분들을 위해 나는 한자를 병기해서 신(神)선생, 신(神)제자라고 수정해 두었다.
사건 내용 면에서는 신내림과 관련된 분쟁이었기에 ‘내림굿’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었고 이해도 해야 했다. 무속 신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던 만큼 ‘굿’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무했다.
<곡성>, <파묘>에 대해 무속인이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곡성>에 나오는 굿은 ‘살굿’이고 <파묘>에 나오는 굿은 ‘대살굿’이라고 한다. ‘살굿’은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행해지는 굿으로 특정 대상에게 ‘살’을 직접 보내 해를 가하거나 저주를 퍼붓는 공격적인 굿에 해당하고, ‘대살굿’은 묘를 이장하거나 파묘를 할 때 행해지는 굿으로 험한 일이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방어적인 굿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와 달리, ‘내림굿(신내림굿)’은 무당이 되기 위해 신을 받아들이는 의식이라고 설명되는데, 직접적인 절차는 신제자가 신선생을 찾아가서 받는 굿으로서 신제자가 내림굿을 받고 무속인(무당)이 되는 과정에서 신(神)선생이 행하는 의식을 말한다.

비교적 명확하게 그 의미나 목적(?)이 이해되는 영화 속에 나오는 두 굿과 달리, ‘내림굿(신내림굿)’은 처음에 필요성(?)이라고 해야 할지 그 의식이 가지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이 사건을 하면서 알게 된 지식은 거의 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서 특별히 더 새롭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고 진짜 도화지에 처음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그 내용을 숙지했고, 오히려 기존에 잘못 알고 있었거나 부정확하게 알았던 내용을 수정하고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림굿’ 의식과 관련해서, 사건을 하기 전에는 ‘내림굿’ 자체를 몰랐고 무당은 신병을 앓고 되는 정도로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무당이 되려면 내림굿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림굿을 받는 과정 역시 영화 속에 묘사되는 굿 장면처럼 어느 하루 날을 잡아서 1회성 굿을 하는 게 아니라 ‘내림굿’이라는 의식(과정)전체를 진행하는 데 수 개월이 소요되는, 일종의 긴 교육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 무척 새로웠다.
새로 알게 된 이 사실 하나를 통해 무속인(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전부 바뀌었고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속인도 여타 직업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고 기술을 사사받는 과정이 필요하고, 일반인이 어떤 연유로 갑자기 신기(神氣)가 생겨서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큰 깨달음이자 놀라움이었다.
물론 사건을 맡아서 해본 것만으로 그 분야 전부를 파악했다고 당연히 말할 수 없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는 영역이 더 많다. 특히 무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다. 무당이 되려면, 소위 ‘신병’을 앓은 사람이 타율적으로 선택되는 것인지(그렇다면 그 자체로 자격 요건이 있다는 의미다), 아니면 ‘신병’같은 사전 절차가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는(누구나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여전히 아리송하다. 이 부분이 ‘내림굿’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분쟁의 핵심 쟁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비무속인으로서 내가 새로 알게 되고 이해한 지식은 여기까지이다.
개별 사건으로 들어가면 어느 당사자의 대리인이 되는지에 따라 무속 신앙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설득해야 하는지 그 지점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무속 신앙의 본질에 대해 A부터 Z까지 모든 내용을 낱낱이 다 이해하고 밝혀서 설득하고 입증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건들은 내가 무속 신앙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가치중립적인 의미로서, 무속인(무당)도 하나의 직업이고 ‘굿’은 그들이 수행하는 일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변호사만 ‘소송상 변론권’을 보유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것에 비유하면 정확하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가히 진화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그 덕분에 <곡성>과 <파묘>에서 묘사되는 무속인과 굿 장면에 편면적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하여 이렇게 완전히 생소한 영역을 일로서 접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직업적 기회가 새삼 고마웠다.
Ep 7.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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