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16. 13:05ㆍ법정보다 오피스: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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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11. 엄지척 하나면 힘이 납니다.
저에게는 요리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요리에 대단한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시작은 간장계란밥 (이하, ‘간계밥’이라 할게요.🍳) 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 평소 요리와 인연이 없던 아빠도 요리를 시작하게 되지요. 그때 제가 가진 요리 스킬이라는 것은 '간계밥' 을 만드는 정도였습니다. 만들기도 간단하고, 아이들도 잘 먹지만, 인스턴트 음식은 아닌, 일종의 타협점 같은 것이었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결국 잘하게 된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했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만들었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풍미가 좋은 '간계밥' 이 완성되었는데요. 비법은 그날따라 기교를 부려 넣은 '버터' 한 조각 덕분이었습니다. 제법 만족스러운 한 그릇을 아이들에게 내놓았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은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는 조용히 엄지를 올렸습니다.👍
이 작은 ‘엄지척’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엄지척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일념 아래, 열심히 간계밥을 만들었지만,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남은 방법은 새로운 요리를 대접하는 것뿐이었죠.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 영상을 계속 찾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아이들은 긴 설명이나 반응 없이 음식을 한 입 먹고는 조용히 엄지척을 해줍니다. 단순한 동작 하나가 저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되는 셈이죠.

최근 저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또 다른 엄지척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사내 게시판에 올라간 제 글에 동료들이 눌러준 '좋아요' 버튼입니다.
제가 맡은 업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교육 자료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매달 약 1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주요 판례를 정리해서 만드는 것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글 읽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좀 욕심이 났던 모양입니다.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이 된 것처럼, 속으로 ‘이건 아니야’를 되뇌며 자료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판례 정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입히고, 맥락을 부여하는 작업에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그냥 정보만 나열하는 것보다는,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사례를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졌습니다. 관련 논문을 찾아 읽으며 자료 조사를 하기도 했고, 흥미로운 내용을 찾기 위해 업무 외 시간까지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의 하나일 뿐이니 시간을 무한정 쏟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단순한 의무를 넘어, 제가 진짜로 좋아하고 애정을 느끼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더 좋은 자료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고, 스스로도 더 나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커질수록, 고민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나는 재미있는데, 읽는 사람들은 어떨까?’
‘시간을 들여 정리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쩌지?’
더 좋은 자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해서 내용을 다듬다 보니,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우리 회사의 분위기 때문인지, ‘교육 자료’에 대단한 호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심, ‘반응이 없더라도, 언젠가 이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낼 테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게시물을 공유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동료들은 제 노력을 알아봐 주었습니다. ‘사내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아까운 글’이라는 좋은 평가도 있었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동료들이 사내 메신저로 응원을 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평소 궁금했던 주제에 관해서 글을 써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꽤나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인 반응이 아니더라도, 조용히 올라가는 ‘좋아요’ 숫자 역시 무척 기분 좋은 반응입니다. 동료들이 조용히 눌러 주는 ‘좋아요’ 버튼은, 마치 아이들이 맛있는 요리를 먹고 보여 주는 엄지척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제 노력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작은 증거 같아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저 역시 사내에 올라오는 다양한 공지나 교육 게시물을 유심히 읽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의 게시판에서는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덕분에 자주 게시글을 올리는 동료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서로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며, 마치 “잘하고 있어요!”라고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고 공을 들인 작업이 동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그 숫자가 많건 적건, 누군가가 나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다는 사실은 정말 보람되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회사에서 동료들의 정성을 마주쳤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슬그머니 엄지를 올려 보세요. 작은 표현이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답니다.😊
Ep 1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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