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12. 위스키 추천해 드릴까요? by 홍정기

2025. 7. 23. 13:5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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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12. 위스키 추천해 드릴까요? 

 

 

1. 야마자키 증류소의 바(bar)

 

지난 편에서 야마자키 증류소의 바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었죠. 사실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에 간 이유 자체가 이 바에서 야마자키와 하쿠슈 25년을 마시기 위해서였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실패했습니다.

 

야마자키 증류소 바에서 주문했던 위스키들

 

야마자키와 하쿠슈 25년은 한 병에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까지 하는 고가의 술인데, 야마자키 증류소 바에서는 원래 한 잔에 4천 엔( 4만 원)이라는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증류소를 방문하는 게 이 술을 맛볼 절호의 기회였죠. 그런데제가 방문하기 불과 이틀 전부터 가격이 한 잔에 2 2천 엔( 22만 원)으로 인상되는 바람에, 결국 그 돈을 주고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이때 너무 삐져서 일본 위스키는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위스키를 추천해 드리고자 하는데, 일본 위스키는 제외하였습니다.

위스키를 분류하는 기준은 지역 또는 제조 방법 등 다양한데, 이번에는 분류 기준이 모두 다르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 종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얕은 경험과 개인 취향을 바탕으로 한 추천이므로 가볍게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2. 피트(peat, 이탄)

 

피트 위스키는 가장 호불호가 갈리고, 또 호보다는 불호가 훨씬 많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종류이기 때문에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일단 피트란 석탄이 덜 탄화된 이탄을 의미합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양조 과정 중 맥아를 건조할 때 이 이탄을 사용하면, 위스키에서 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나고, 마치 캠핑에서 먹는 베이컨과 같은 스모키한 짠맛이 나는데, 이렇게 피트 향을 입힌 위스키를 보통 피트 위스키라고 합니다.

 

스코틀랜드는 석탄이 아닌 이탄이 주로 매장되어 있어 과거에 주로 이탄을 연료로 사용했는데, 당시의 위스키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팬심을 위해 만들던 피트 위스키가 대중화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피트 위스키를 평양냉면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피트 위스키도 평양냉면처럼 처음에는 우엑하면서 못 먹지만, 서서히 그 매력에 중독되어 (아마도 과거 스코틀랜드의 팬들처럼) 나중에는 피트 위스키가 아니면 술처럼 안 느껴지기 때문이죠.

 

집에 있는 유일한 아드벡, 스코틀랜드에서 사 온 아드벡 10년 미니어쳐

 

 

저는 가장 마니아틱한 평양면옥에서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 본 바람에 한동안 못 먹었다가 대중적인 우래옥에서 맛을 본 후 빠져들게 되었고, 지금은 다시 평양면옥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피트 위스키도 마니아틱한 아드벡(Ardbeg)으로 처음 접한 탓에 몇 년간 근처도 안 가다가, 밸런스가 잘 잡힌 라가불린(Lagavulin) 덕분에 피트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강한 피트 향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보유 중인 라가불린 병들 (왼쪽부터 라가불린 15년 디스틸러 에디션, 라가불린 16년, 라가불린 12년 CS 한정판)

 

그래서 추천해 드릴 위스키는 라가불린 16년입니다. 피트 향은 양조 과정 초반에 입혀지기 때문에 숙성연수가 길어질수록 그 향이 옅어집니다. 따라서 같은 라가불린이라고 해도 16년 미만은 조금 독할 수 있어요. 그리고 숙성연수에 따라 해당 원액을 숙성하는 오크통 종류도 다릅니다. 8년이나 12년에 비하여 16년이 제일 달달하죠. 그야말로 단짠단짠입니다.

 

피트 위스키는 굴 등 해산물과 정말 궁합이 잘 맞고, 탄산수 하이볼로 마셔도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에, 아직 도전해 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꼭 그 매력을 느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하이볼은 라가불린으로 마시기 아까우니 탈리스커(Talisker) 10년을 추천합니다.

 

2. 셰리(Sherry, 쉐리)

 

셰리 위스키는 가장 인기가 많은 (주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달달한 과일과 고소한 견과류의 맛과 향, 그리고 계피 등 스파이스까지 대중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탄산수 및 토닉워터, 그리고 진저에일 하이볼로 마시기에도 무난합니다.

 

이러한 셰리 위스키는 셰리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를 의미합니다. 스페인의 셰리 와인은 포도주에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 등 주정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 강화 와인인데, 포르투갈의 포트(Port) 와인과 함께 세계 2대 주정 강화 와인으로 꼽힙니다. 여담으로, 요즘은 셰리 오크통을 구하기가 어려워 (분량상 생략과 비약이 있지만) 셰리 맛(?) 오크통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셰리 오크통에 숙성한 경우 위스키 라벨에서 “Sherry~”라고 기재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다 셰리 위스키로 분류하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아래에서 설명할 버번 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의 원액 등과 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진짜 셰리 위스키의 맛을 즐기려면, 셰리 오크통에서만 숙성한 제품을 잘 골라야 합니다.

 

맥캘란 12년 쉐리 오크 캐스크(좌)와 더블 캐스크(우)

 

 

셰리 위스키의 진가를 가성비 있게 즐기고 싶을 땐 셰리 명가로 불리는 셰리 3대장 중에서 고르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바로 맥캘란(Macallan) 12년 셰리 오크 캐스크, 글렌드로낙(GlenDronach) 12, 글렌파클라스(Glenfarclas) 12년입니다. 만약 여유가 되신다면 15년 이상으로 드시면 더욱 좋고요.

 

3. 버번(Bourbon)

 

버번 위스키는 미국을 대표하는 술 중 하나인데, ‘버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미국에서 생산되고, 최소 51% 이상을 옥수수로 만들며,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버번 위스키는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사용하다 보니, 참나무의 향이 강하게 나고, 바닐라 향과 단맛도 강하며, 대체로 숙성연수가 짧아서인지 다소 거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야생마 같은 서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술이죠. 그런데 어찌 보면 바닐라 향 때문에 부드럽고 달달한 디저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맛과 향이 자극적이다 보니 인기도 많습니다. 저도 2019년에서 2020년 무렵 믹터스(Michter’s)라는 브랜드의 버번 위스키를 제일 좋아했었는데, 이후 믹터스가 2023년과 2024년에 연속으로 가장 존경받는 위스키 1등에 꼽혀서 스스로의 입맛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믹터스 스몰 배치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버번 위스키 중에서는 달달한 오크 향이 참 매력적인, 사진 속 믹터스 스몰 배치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을 추천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하이볼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4. 블렌디드(blended)

 

블렌디드 위스키는 사실상 90% 이상의 알코올 원액인 그레인 위스키가 섞이기 때문에 저가형 위스키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발렌타인(Ballantine’s) 30, 조니 워커(Johnnie Walker) 블루 라벨과 같은 고급 위스키도 존재하지만 말이죠.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블렌디드는 온더락(on the rocks)”, 즉 얼음을 타 먹어야 맛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하이볼의 단골 재료이기도 하고요.

 

조니 워커 블루 라벨

 

 

저는 사실 감성과 허세 때문에 블렌디드는 블루 라벨만 마시는데, 맛과 향의 밸런스가 아주 좋고, 마치 금을 핥는 듯한 매끈한 팔레트와 깔끔한 피니시까지 아주 훌륭한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5. 위스키 편을 마무리하며

 

위스키 편을 작성하면서, ‘나중에 써야지생각했던 주제들이 있었는데, 메모를 안 해 둔 탓에 많이 놓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직 못다 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1년 만에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여행 편이 글을 쓰면서 가장 설렜던 것 같고, 여행 편 각론으로 다시 돌아오기로 말씀드리기도 했으니 말이죠. 주변 호응도 제일 좋았고요.

 

혹시 그동안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소중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위스키 편이니까 위스키 이야기로 끝내겠습니다. 이번 편에서 일본 위스키는 생략을 했는데, 그래도 하이볼은 정말 일본 위스키가 최고입니다.

 

하쿠슈와 야마자키 하이볼

 

 

Ep 13.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