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플라이언스 변호사의 한국 준법 이야기 Ep 7. 한국 태생 미국인 변호사의 미국 이야기 by 카일

2025. 8. 5. 10:39미국 컴플라이언스 변호사의 한국 준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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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컴플라이언스 변호사의 한국 준법 이야기

- Ep 7. 한국 태생 미국인 변호사의 미국 이야기

 

전에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정말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매우 오랜 기간을 살았다. 몇 년이 아닌 장장 20년을 넘게 말이다. 유학을 처음 갈 때만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학교를 나와서 한국에 곧바로 돌아와 한국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던 꿈 많은 소년이었는데, 매번 결정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이런저런 사유로 늦추다 보니 돌아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결정에 대해서는 일말의 후회가 없다.

미국에서의 삶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겸손을 배우게 해 주었고, 나의 생각과 시각을 넓혀 주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더 좋았을 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듯이 한국에서의 삶은 그 삶대로의 너무 좋은 점이 많고, 우리 부부는 돌아온 지 4년이 되어가는 현시점에도 매우 행복하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간혹 한국에서 사람들과 미국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은연 중에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미국에 살면 한국에 비해 삶이 여유롭고 모든 것이 막연히 좋을 것이라는 인상을 가진 분들이 다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 개개인들은 한국에 비해 기본적으로 좀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가며, 부동산이나 은퇴에 대한 걱정을 비교적 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 직장인의 삶은 한국 못지않게 치열한 면이 많으며, 그러한 면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태생적인 DNA에서 오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미국과 한국을 대략 반반 살아 보고, 두 국가에서 직장 생활을 다 경험해 본 전문인으로서 나름 객관적으로 미국이라는 국가, 그리고 미국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뉴욕 맨해튼에서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은 한국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태생적으로 자본주의적인 면이 매우 강한 국가이다. 사회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서유럽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한국에 비해서도 그러하다.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정규직이라는 포지션은 미국에서는 노동 계약 자체에 서명하지 않고 언제든지 고용주의 의지에 따라 해고할 수 있는 ‘at-will’이라는 고용 형태이다. 때문에 보장이 되는 것이 없으며, 오전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해고당하는 경우들도 종종 목격된다. (벤 스틸러가 주연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강제 해고를 앞둔 뉴욕 직장인들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잘 묘사해 놓았다.) 일례로, 내가 한국으로 오기 바로 전까지 일하던 뉴욕의 금융기관에는 한 미팅룸이 있었는데 그 방은 곧바로 출구로 연결이 되어 있어 그 방에 들어간 직원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건물을 나가야 하고, 그 직원이 자리에 두고 간 짐들은 회사에서 알아서 싸서 집으로 배송해 주는 프로세스가 있었다. (불만을 품은 직원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프로세스이다.)

 

벤 스틸러가 주연한 영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또한 대부분의 고용주가 자발적으로 일정 기간의 휴가를 보호해 주기는 하지만 법적인 요구사항은 아니다. 더불어, 주(State) 차원에서 고용보험은 존재하지만, 노무사라는 직업도 없고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노동위원회라는 제도도 없어서, 억울하게 해고되었다고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하여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 전체에 적용되는 연방법으로 보장되는 최저 임금은 $7.25로 현재 환율로 1만 원이 안 되며 (미국의 물가를 고려면 엄청나게 낮은 금액이다.), 팁을 받고 일하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 등의 직종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고객이 주는 팁으로 대부분의 임금을 벌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이 팁에 민감하고, 수년에 한 번씩 팁이 인상되는 이유이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10~15%의 팁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20%가 기본이 되었다.)

 

반면, 한국에 비해 긍정적인 부분은 노동법으로 국가 차원에서 많은 규제가 없기 때문에, 정년 또한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용주와 직원이 서로 동의만 하면 죽을 때까지 은퇴하지 않고 일할 수 있고, 실제로 변호사나 임원진의 비서들 중 상당수는 나이가 지긋하신 60대 이상의 직원분들이 매우 많다.

 

또한 미국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게 매우 놀라울 정도로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국가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고 접하는 미국의 대부분은 미국의 도시에 관련된 것이다. 워싱턴 D.C., 뉴욕,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등의 도시들은 미국에서도 매우 진보적인 도시들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기는 하지만 땅덩어리로 따지면 빙산의 일각이다. 그래서 이러한 도시들 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진보적인 후보자들을 지지해도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의 모든 인종들이 어우러져 사는 것 같지만, 그것도 도시에 국한된 얘기이고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백인들이 대다수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매우 먼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상기에 명시된 도시들을 조금만 벗어나는 여행만 해 봐도 유색인종의 인구가 급격하게 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미국의 보수적인 DNA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한 가지 예는 미국에서는 급여를 지급하는 출산휴가라는 것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용주가 자체적으로 급여를 주는 출산휴가를 보장해 줄 수는 있지만 법으로는 보장해야 줄 의무는 없고, 주에 따라서는 Short-Term Disability Insurance(단기 장애인 보험) 등을 신청해야 100%가 아닌 그나마 60~70%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여성이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하는 과정 동안 그 여성이 ‘단기적인 장애인’으로 취급되어야만 그나마 급여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인 사정은 다 알 수가 없지만,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쯤 고민 끝에 직장을 아예 그만두는 여성 직장 동료들이 여럿 있었다. 더불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어린이집 등이나 보조 비용 등은 당연히 전혀 없으며 그렇다고 한국과 같이 노동 시간을 제한하는 법적 요구사항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미국은 법적으로 총기 소유에 대해 엄청나게 큰 집착을 보이는 국가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공하여 주는 의료보험 또한 없다는 사실에서도 그 보수적이면서도 자본주의적인 DNA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뉴욕과 같은 도시에서의 삶은 어떠할까? 진보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례없는 도시인 뉴욕이나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에서 괜찮은 직장만 구할 수 있다면 살기에 좋지 않을까?

 

내가 몇 년간 살아본 뉴욕을 일례로 한번 얘기를 해보자면, 도시에 사는 것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서울과 비교해도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값비싼 물가이다. 뉴욕이 미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곳이 아닌데도 그렇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보다도 더 물가가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이 이사를 가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이다.

 

이러한 물가는 당연히 가족이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뉴저지에 거주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따라서 출퇴근길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번잡하다. 직장이 위치한 곳에 따라 뉴저지에서 버스를 타고 Penn Stations이라는 곳에 내려서 지하철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인구들도 많고, 저지시티와 같이 뉴욕 허드슨강 맞은편에 사는 사람들은 수상 택시 또는 Pass라는 지하철도를 타고 월가로 출근을 하기도 한다.

 

좀 더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약 13만 불(1억7~8천만 원)을 번다는 가정하에 챗 GPT에 의뢰하여 내 3~4년간의 뉴욕에서의 삶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급여 내역을 재구성해 보았다.  

 

< NYC 급여 내역 (5% 401(k) 매칭 포함) >

항목 월 금액 (USD) 비고
총 월 급여 $10,833 연봉 $130,000 기준 ($1=1360원 기준 약 176백만 원)
연방세 ( 22%) - $2,275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이 벌수록 더 내는 누진세가 적용된다.
주 세금 (NY State, 6.5%) - $650  
시 세금 (NYC, 3.5%) - $379 뉴욕은 연방, 주 세금에 별도로 도시 세금이 있다. 본래 대부분의 다른 도시들은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주에 따라서는 주 세금 또한 없는 주들도 있다.
사회보장세 (Social Security) - $671 6.2% (국민연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디케어 (Medicare) - $157 1.45%
건강 보험료 - $500 정부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Medicare 말고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있다. 회사에서 일부를 부담하여 주기는 하지만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몇 가지 옵션이 있다.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을수록 값비싸진다.
401(k) 본인 기여금 (5%) - $542 퇴직연금 (본인이 5%를 기여하면 회사에서도 5%매칭을 해 준다. 최고 한도가 회사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3~6% 정도이다.)
월세 (원베드룸 아파트) - $4,000 맨해튼 기준 ($4,000도 비싼 수준은 아니며, 거실과 별도의 방이 하나 있는 원베드룸이 기준이다.)
공과금
(전기, 수도, 인터넷, 핸드폰 등)
- $250 평균 추정
지하철 무제한 패스 - $132 MTA 월간 패스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지하철권이어서 대부분의 뉴요커들은 매달 구매한다.)
남은 금액 (실수령 후 잔액) $1,277 $1=1,360원 기준으로 약 180만원 

 

13만 불, 1 7~8천만원이라는 한국 기준으로는 굉장히 높은 월급을 벌어도 고정 비용을 지급하고 남는 생활비는 고작 1,300, 180만 원 뿐인 것이다. 여기에는 자동차가 없다는 전제하에 자동차 보험과 주차 비용은 포함시키지조차 않았으며, 월세 등도 아직 아이가 없다는 가정하에 거실과 방 하나만 있는 아파트로 구성한 급여 내역이니 얼마나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곳인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이 경험하는 것과 같이 어디 사느냐에 따라 그 삶이 천지차이다. 미국에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미국인들과는 성향이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만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적 차이를 감수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미국은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볼 때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자본주의적인 국가이며 많은 사람들이 흔히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와는 상이한 부분들이 많은 국가인 것 같다. 미국의 전 세계 뉴스의 주목을 받는 현실 속에서 미국 변호사로서 개인의 경험담을 섞어 공유하는 이 블로그가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p 8.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