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3. 11:25ㆍ세상을 바꾸는, 질문하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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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질문하는 변호사
- EP 3.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한 ‘질문’ 들과 사내변호사의 전문성
사내 법무팀의 시간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사업 부서는 특히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원하지만, 법적 리스크를 검토할 때는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내변호사는 하나의 질의사항에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각각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리스크가 발견되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업에서는 주로 대면 회의를 선호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사업 구조를 파악하고, 질의를 듣고, 적용되는 법령과 법적 쟁점을 분석하려면 에너지가 금방 소진된다. 이는 마치 수면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을 떠오르게 한다.
처음 사내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하고 현업에 자문 의견을 드렸을 때, “그래서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로펌에서는 독립적인 제삼자의 입장에서 리스크를 진단하는 데 보다 집중하였으나, 사내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기여하는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
사실 변호사로서, 쉽게 “그 사업 진행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법조문은 추상적인 개념들로 구분되어 있고, 선행 판결과 유권 해석은 그 판단 기준을 어느 정도 제시하지만 실제 법적 판단은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요소와 당사자의 지위, 변화하는 시대 상황, 공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간혹 “변호사들은 확실한 표현을 안 한다.”라며 귀여운 불평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100% 정답이 없는 이 사회에서 확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긴박한 비즈니스와 깊은 법학적 사유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간극과 확률적 추상성을 조금이라도 더 메우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비즈니스 현장에서 깨달은 이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은 바로 공부와 질문이다.

법과 판례가 계속해서 변하는 만큼 변호사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 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 임금에 관한 기존 법리에 따르면 통상 임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지만 해당 판결에서 이 고정성 기준이 제외되었다. 조건부 상여금 역시 소정 근로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므로, 기업은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퇴직금 산정 등의 상황에서 조건부 상여금을 반영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11년 만에 변경된 통상 임금 판단 기준은 특히 비용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했고, 이에 로펌과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각종 칼럼과 세미나가 쏟아졌다. 필자도 팀내 변호사, 노무사님과 함께 대법원 판례와 유사 사례를 분석하고, 세미나에도 참석하여 기업의 향후 대응 방향에 관해 공부하였다. 이내 곧 회사 급여 제도 모니터링이 시행되었고, 당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쟁점에 대해 꼼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렇듯 판례의 변경이 있거나 법령이 제∙개정되는 경우 혼자 또는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곤 한다. 법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매일 제공하는 비즈니스 시장 조간 스크랩도 잊지 않고 챙긴다. 간혹 이전에 썼던 자문 의견서나 서면을 다시 읽어 보는데,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모호한 표현이나 다소 어색한 논리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 다음에는 보다 명확한 표현으로, 비즈니스 현장에 꼭 필요한 의견을 제언하려고 한다.
또 다른 것은 질문이다. 사업 구조를 파악하고 리스크를 진단하려면, 현업 부서에 꼼꼼하게 질문하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지만, 오히려 이 단계에서 유사 사업을 리서치하여 법적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을 사업 부서에 선제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상호 신뢰를 쌓으면, 현업에서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중요한 이슈가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법적 의견을 구하면서, 법무적 관점이 사업 구조와 전략에 반영되기도 한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법적 리스크를 사전 검토하면 사업의 안정성 도모에 훨씬 유리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 실제로 사업이 잘 운영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법무팀이 사업을 저지하려고 하거나 또는 단순히 법적 지식만 전달하는 수동적인 팀이 아니라, 사업부서와 원 팀으로서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은 신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며, 이후 그것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공부와 질문을 하는 것은 결국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최근 서초동 변호사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변호사의 공익이란 의뢰인이 가진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다.”라고 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사내변호사의 공익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부와 질문으로 사내변호사로서 전문성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법적 사유를 통해 최선의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만들어 내는 것, 오늘도 이 공익과 전문성을 추구하려는 사내변호사와 법무팀의 시간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Ep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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