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0. 11:30ㆍ법정보다 오피스: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커뮤니티' '로글로그' 입니다.
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12. 틈새를 찾습니다.
최근 이사로 인해 다시 지하철 출퇴근을 시작하였습니다. 몇 년간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자연을 느끼고 운동 효과까지 누렸던 저에게, 지하철 출퇴근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주변을 둘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출퇴근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SNS를 하거나 웹툰,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편도 25분, 왕복 총 50분의 시간 동안 저는 주로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을 1.2배속으로 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뉴스를 보며 자연스레 그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를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요. 하루 50분의 자투리 시간이 쌓이니 놀랍게도 일주일 만에 한 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려니 뭔가 손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틈새 독서'라는 새로운 습관을 이어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책의 분량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략 일주일 정도면 한 권의 책을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독서가 취미이긴 했지만, 틈새 독서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요. 바로 반드시 소요될 수밖에 없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문득 예전에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자전거 운동을 계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Ep3 참고), 저는 본래 천성이 효율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틈새 독서에는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저는 출근을 일찍 하는 편이라, 출근길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근길은 무조건 만원 지하철이었는데요. 책을 반으로 접어 읽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때로는 책장을 넘기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책 내용을 제대로 읽는 것보다는 책을 붙잡고 있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독서를 이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은 역시 손맛'이라는 지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종이책에 대한 완고한 고집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의 불편함을 견디느니 차라리 전자책이라도 읽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의외로 전자책은 놀랍도록 편리한 독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독서가 가능했고, 지하철이 아무리 붐벼도 화면 스크롤만으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여담인데,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흉내 내어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보다는, 차라리 스크롤 방식이 더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틈새 독서 덕분에 전자책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이제는 독서 생활의 절반 이상을 전자책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질적 형태가 아니라 콘텐츠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요. 물론 제 가방도 가벼워졌습니다.

이 ‘틈새’ 프로젝트의 효과는 꽤 긍정적이었습니다. 틈새 독서를 통해 작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쁨을 알게 된 후, 제 일상 속 다른 시간들도 더 알차게 채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틈새를 찾고 나니, 또 다른 빈틈이 없는지 자꾸만 둘러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회사 생활 속에서도 저는 새로운 틈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점심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점심시간은 동료들과 식사 후 산책을 하거나, 잠깐 낮잠을 즐기거나, 혹은 유튜브(또 너야…🤦♂️)를 시청하는 등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나름대로의 여유를 즐기고 있긴 했습니다만, 한번 점심시간이 '틈새'로 생각되고 나니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지하철 출퇴근을 시작한 뒤로 운동 부족이 조금씩 느껴지던 참이었습니다. 늘 편안하게 입던 바지가 어느 순간부터 꽉 끼기 시작했는데요.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채우던 운동량이 갑자기 줄어든 탓이었습니다. 허리둘레를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운동량을 늘려야 했는데,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느라 별도의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제가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오직 점심시간 틈새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겠죠. 저는 회사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 곧바로 등록했습니다. 이리저리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점심 식사를 걸러야 하나, 순수하게 운동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대략 30분 정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걸러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었습니다만, 그런 고민도 몇 번의 운동 후 말끔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짧은 운동 뒤에 찾아오는 상쾌함과 활력은 식사를 거르는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습니다. 게다가 점심 식사 후 찾아오던 식곤증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는 횟수도 조금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꿀팁을 드리자면, 점심시간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데 꽤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떠벌리기’입니다. 저는 처음 점심시간 운동을 시작하면서 동료들에게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상사와의 점심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며)저는 이제 점심시간마다 운동하는 갓생러입니다!"
그렇게 주변에 떠벌리고 다닌 덕분에 운동이 정말 하기 싫은 날조차 운동을 거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운동하러 가기 싫어서 책상 앞에서 열심히 핑계를 찾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료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어라? 오늘은 점심 운동 안 가시나요?"
당황한 저는 허둥지둥 대답했습니다.
"아, 이어폰만 찾고 가려고요(이어폰은 이미 제 주머니에 들어있었습니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저는 어쩔 수 없이 피트니스 센터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웃지 못할 일이었지만 덕분에 저의 점심 운동 습관은 더욱 탄탄히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점심시간의 틈새를 활용한 운동이 하루 중 꽤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업무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였습니다. 역시나 틈새는 찾기만 한다면 어디든 존재하고, 그것을 활용하면 생각보다 더 큰 만족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의 '틈새 프로젝트'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틈새를 하나둘씩 발견하게 되고, 한번 틈새를 찾으면 또 다른 것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러한 연쇄적인 발견은 어느새 일상의 모습 전체를 바꾸게 되지요.

그런데, 틈새를 이용해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그저 틈새를 찾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틈새를 찾다 보면 일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니까요. 만약 틈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틈새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틈새를 발견했다면 좋아하는 일로 채워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틈새를 찾아가는 일은 결국 일상을 재발견하고, 나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과정이 되거든요.
그러니 주변을 한번 천천히 둘러보시면서 일단 틈새를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 틈새를 찾아내는 즐거움과 그 틈새를 채워 가며 얻는 행복을 한 번쯤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p 1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