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0. 10:43ㆍ글로벌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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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P 5 : 사내변호사는 과연 직장인일까 ?
사내변호사는 한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계약 검토, 법률 자문, 리스크 관리, 규제 대응 등 회사 안팎의 법적 문제를 담당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그런데 가끔,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묻는 순간이 오면, 나는 종종 “직장인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가 ‘변호사’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할까 봐일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 ‘직장인’이라고 여기고 있어서일까?
사실 사내변호사의 일상은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고, 동료들과 미팅을 가지며, 이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일상은 다른 직장인과도 똑같다. 회사 규정에 따라 출장 경비를 처리하고, 휴가를 신청하거나, 연말에 퍼포먼스 리뷰를 받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본질적으로 다른 직장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사내변호사가 하는 일이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내변호사는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련 리스크를 파악하여 법적 측면에서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렇듯 사내변호사는 직장인과 전문직 변호사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에서 잘 살아남으려면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변호사로서의 전문적인 책임도 다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10년 차 사내변호사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이 직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직장인으로서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내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업무가 너무 많아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다른 팀과의 '소통'이다.
각 팀의 필요를 잘 파악하고 협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바빠지면 이 부분을 쉽게 놓치게 된다. 가끔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만 소통하다 보면 요청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실질적인 소통이다. 상대의 요청을 정확히 이해한 후에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사나 팀원 간의 소통도 필수적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당연히 팀이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모두가 바쁜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업무를 명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효율적인 업무 분배와 불필요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또한 회사에서 요구하는 행정적인 업무들은 빠짐없이 해야 한다. 회사는 하나의 조직으로서 관리가 중요하기에 행정 업무를 비롯한 기본적인 업무를 직원들이 제때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업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조직 전체에 불필요한 혼선이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임시트 작성 같은 업무는 가능하면 매일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기록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일을 쉽게 미루게 만들지만, 나중에 쌓이고 나면 정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반에 바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임시트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추후에 정확히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가 바빠서 등한시할 수 있는 행정 업무라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사내변호사는 단순히 직장인의 직무를 넘어, 전문직 변호사로서만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사내변호사는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법률적 문제들을 다룰 때, 사업팀과의 협업을 통해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매우 좋은 기회가 와서 사업팀에서 계약서 없이 업무를 진행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계약서 검토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법무팀에 컨펌을 요청한다. 이때, 사내변호사는 갈등을 겪게 된다. ‘이건 사업팀의 운영 결정이지, 법무팀의 결정은 아니지 않나?’하고 한발 물러서야 할까? 아니면 ‘법률적 리스크가 있으니 당연히 안 된다.’고 하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까?
이때,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법적 조언을 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 경우에는 구체적 조건을 포함한 정식 계약서 체결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감안하여, LOI(Letter of Intent, 의향서)나 MOU(양해각서), 계약 조정서(term sheet), 또는 간단한 계약서(simple contract) 등을 제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잠정적인 합의를 다루고 최소한의 법적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문서를 체결하면서 사업팀이 업무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내변호사는 사업팀의 업무를 원활히 지원하면서도 법적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으며,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내변호사가 법적 조언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내변호사의 이중 정체성에 따른 딜레마는 매일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법률 검토에 치여 변호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직장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빠짐없이 처리해야 한다. 이 역할들을 잘 수행하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아가 전문성을 지닌 변호사의 책임과 직장인의 역할을 잘 병행하기 위해서는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야 한다. 모든 사내변호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직장인의 역할과 변호사의 책임을 잘 해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그 혼동 속에서도, 결국 스스로의 길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사내변호사는 혼자서는 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직 생활에서 협업과 소통, 그리고 철저한 조직화 능력(organized skills)은 사내변호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생존 스킬일 것이다.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이라 믿는다. 쉽지 않은 이 길을 걸어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내변호사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p 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