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5. 나름 알찬, 만 2세 아기의 하루. by 최진영

2025. 9. 24. 11:21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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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5. 나름 알찬, 만 2세 아기의 하루

 

 

난 슬이에겐 엄마이고, 남편에겐 아내, 우리 부모님껜 맏딸, 사무실에선 변호사, 등의 역할이 주어져 있어, 하루가 나름 바삐 흘러가고 있다. 얼마 전, 슬이가 날 보며 그냥 엄마란 표현을 쓰길래, 슬이에게 엄마 말고, 또 다른 엄마가 있어?”라고 물으니, “기린초반 선생님, 어린이집 엄마야.”라고 대답을 했다. 문득, 2세인 슬이에겐 본인의 역할과 생활이 어떻게 느껴질까 싶었다.

 

슬이는 아침 등원 버스를 타러 갈 때, “엄마는 사무실, 나는 기린초 반.”이라고 말하며, 함께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고, 만나자.”라며 하이파이브 인사를 한다.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어플인 키즈노트(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어플. 오늘 하루 아기의 기분, 건강 상태, 활동 등을 선생님께서 적어 주신다.)에 적힌 내용을 보면, 아기라고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침 등원을 시작으로, 죽이나 과일을 먹고, 오전 활동으로는 각 요일 스케줄에 맞게 친구들과 체육, 영어(2세 반이라 영어도 어린이집에서 가르쳐 준다), 하바, 블록 놀이, 코앤코 활동 등을 한다. 이후에 점심도 매일 다른 삼첩반상을 먹고 나서, 스스로 낮잠 이불을 펴서 낮잠을 잔다. 그리고 일어나면 간식도 먹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 하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어쩌면 나보다도 더 하루를 알차고 다양하게 보내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하원 버스에서 내릴 때 슬이는 자기 집이 어디쯤이고, 어디에서 내리는지 생각하고,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지, 할머니도 함께 왔는지를 슬쩍 본다. 할머니도 함께 온 것을 보면 기분이 업돼서 먼저 내리려고 하고, 엄마만 왔을 땐, 평상시 모습(?)처럼 평온하게 내린다. 또 어떤 날은 내리자마자, “박물관, 까페, 편의점 가자.”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나름 하원 버스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혼자서 오늘은 엄마만 있나, 할머니도 있나, 이모도 왔을까?’ 등의 생각을 했을까 싶고, 하원 후 스케줄까지 고민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식사할 땐, 매운 음식이나 김치, 카페에선 커피 등 본인 생각에 어른 음식(?)이라고 보이는 건, 나보고 먹으라고 하고, 딸기 키티 과자(요즘 슬이가 좋아하는 과자), 귤 아이스크림은 혼자 먹는다. 자기가 먹는 음식을 내가 달라고 하면 나눠 먹긴 곤란하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인 내게 슬이 본인은 딸로서 맛있는 것을 나눠 주지 못하는 것이 뭔가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인가 싶다.

 

주말이 되면, 슬이는 토요일엔 아빠가 일찍 퇴근하는 것도 알아서 그런지, 낮잠도 안 자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러다 차를 타면, 본인도 모르게 잠을 자서, 낮잠을 재우려고 차를 태우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교회 영아부를 가는 것을 알고, 본인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 이름을 말하며,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며, 은근슬쩍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교회 율동 언니들이 좋다고 내게 귀띔도 해준다. 그리고 신기한 게, 교회를 다녀오면 그다음 날이 다시 어린이집을 가는 날인지도 아는 지, 식탁 위에 놓인 어린이집 가방을 슬쩍 만져 보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어느새 슬이가 본인의 하루 스케줄을 알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기까지 하는 게 참 신기하고도 대견스럽다. 그리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과 육아지만, 그 과정에서 아기도 결국 성장하는구나 싶다.

 

 

 

신생아였던 슬이, 돌 아기였던 슬이, 이젠 두 돌이 지나 세 돌을 앞둔,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언니 반을 다니고 있는 슬이를 키우고 겪으면서, 나 또한 왕초보 엄마에서 초보 엄마로 성장을 한 것 같다. 매일매일 육아를 하는 그 순간엔, 나의 성장을 알 수 없었지만, 아이와 함께 나 또한 매일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왕초보 엄마 시절을 돌아보며 깨닫게 된다.

 

만약 지금의 내가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아기 엄마를 보면, 조금은 여유롭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울기만 할 것 같은 그 조그마한 아기가 정말 조금만 지나면 엄마한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요구해요.”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워킹맘으로 1년을 조금 더 지내다 보니,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해 익숙해지기도 했고, 또 사건을 맡아 해결함에 있어서도, 아기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발휘되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나도 나름 엄마로서의 경력이 조금 쌓여, 육아를 조금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나도 슬이와 함께 나름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 하루하루가 쌓여 계속 성장할 거라 믿는다.

 

 

Ep 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