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14. 끝이 없는 매력, 영국 (1) by 홍정기

2025. 9. 29. 07:12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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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14. 끝이 없는 매력, 영국

 

 

1. 벅찬 여행지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로, 근현대 국제 사회에서 영국이 지닌 문화적·경제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또 그만큼 엄청난 여행지일 수밖에 없고요. 지난 일본 편과 마찬가지로 추천 이유를 한 편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두 편으로 구성하였는데, 그래도 요약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실제로 영국은 짧지 않게 두 번을 다녀왔는데, 두 번 모두 일정이 너무 많아서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일정 중 상당 부분을 소화하지 못했고, 아직 못 가본 유명한 곳도 많답니다. 그야말로 일정도 벅차고, 가슴도 벅찬 곳입니다.

 

영국이라 함은 United Kingdom, 즉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까지를 포함하는 국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편은 잉글랜드, 그 중에서도 수도 런던이 주인공이며, 제가 맛만 살짝 보았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오늘 못다 한 잉글랜드 이야기와 함께 다음 편에서 살짝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2. 일석이조

제가 유럽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건축 환경과 자연환경 때문입니다. 영국은 이러한 전형적인 유럽스러움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기후와 자연환경도 대륙과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로마 제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런던은 워낙 현대화된 도시라, “유럽과 미국의 중간 어딘가라고 묘사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가에서 셀카

 

그런데 사실 런던만 벗어나면 영국에도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기대하는 고풍스러운 건물이나 이국적인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 도시 또는 코츠월드 등 근교에 가면 영문학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바로 그 장소들이 있죠. 해안가인 세븐시스터스로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모습조차 볼 수 없을 독특한 절벽도 볼 수 있고요.

 

저는 하필 폭우가 내릴 때 가서 사진은 별로지만, 날씨가 맑을 땐 동화 같은 곳이랍니다

 

이렇게 유럽스러운 자극도 즐기면서 아래 더 이야기할 문화적 쓰나미까지 만끽할 수 있는 영국 여행은 정말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죠.

 

3. 영어 문화권

지나가는 이야기이지만, 영국이 지속적으로 문화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영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국인들이 예술적 감수성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영어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오아시스의 음악을 듣고, <오만과 편견>을 읽고, <노팅힐>을 접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영국에는 이렇게 영어 덕분에 우리의 가슴 속을 파고들어 덕질을 하게 만든 것들의 성지(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명소등을 대신하여 사용합니다.)’가 싹 다 모여 있습니다. 비틀스, 퀸 등 유명 음악인의 성지, <해리포터>, <셜록홈즈> 등 유명 소설의 성지, <007>, <킹스맨> 등 유명 영화의 성지를 방문할 때면 내가 여기를 왔다니!”라는 생각에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지갑은 한없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애비로드(Abbey Road)’의 표지를 촬영했던, 세계에서가장 유명한 횡단보도 (신호등도 없이 차가 많아 앨범 표지의 각도로는 촬영이 어려웠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라는 점은 여행의 난이도도 아주 낮춰줍니다. 간판도 읽을 수 있고, 길도 물어볼 수 있죠. 물론, 발음과 억양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발음이 멋있어서 귀가 호강하는 맛도 있답니다.

 

한번은 세븐다이얼스 광장의 기둥 앞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분이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자기네 나라 말로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이 멋지면서도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4. 발 닿는 곳이 성지

잠깐 영어이야기로 샜지만, 영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명소에서 영국이 가진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며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쳤기에, 교과서나 매체를 통해서 접해 오던 유명한 곳들이 너무 많습니다. 세계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그리니치 천문대 본초 자오선, 세계 각지의 유물이 집합해 있는 영국 박물관, 그리고 대영 제국 시대의 위엄을 알게 해주는 여러 왕궁 등 영국이 영향력을 뽐냈던 흔적에 가면, 이 나라 국민도 아닌 제가 왜 흥분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가는 길, 지하철역, 광장 등의 이름을 제가 왜 이미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첼시 홈구장, 스탬퍼드 브릿지에서의 인증샷들 (파랗게 입었지만 첼시 팬은 아니고,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장이라 방문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 해러즈, 세계적인 가수들의 공연장으로도 유명한 웸블리 스타디움(영국에서 가장 큰 경기장), 세계적인 축구 구단의 경기장들, 테니스 1번지 윔블던 등 문화와 스포츠의 성지들이 집합해 있는 것 또한 영국의 영향력을 알 수 있게 해 주죠.

 

런던은 오 유럽이다!” 하는 느낌은 없지만, 어디를 둘러보든 와 런던이다!” 하게 만들어 주는 빅벤, 런던아이, 타워 브리지 등의 랜드마크와, 블랙캡, 빨간 2층 버스, 근위병 등 개성 넘치는 상징을 그 어느 도시보다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런던 브리지로 종종 오해를 받는 타워 브리지 앞에서

 

5. 하루의 마무리는 뮤지컬로

이처럼 런던에는 다양한 매력이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또 가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뮤지컬입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뮤지컬의 메카이자 본고장으로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 중인 <레 미제라블>을 비롯하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등이 바로 이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었죠.

 

<레 미제라블> 극장 앞 바닥의 표식(?)에 티켓을 올려 놓고 촬영한 인증샷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뮤지컬임을 뽐내고 있습니다.)

 

특히 저녁에는 어차피 많은 곳이 영업을 종료하기 때문에 뮤지컬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딱입니다. 처음 갔을 때 이틀에 한 번 봤는데 아쉬워서 다음에 갔을 때는 매일 봤죠. 숙소도 웨스트엔드 한복판에 구해서 극장들과 도보 평균 5분 거리인 곳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취향을 타는 취미이지만, 런던에 방문한다면 관심 없는 분들도 유명한 작품 한 개 정도는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전용 극장에서 느껴지는 음향과 감동은 차원이 달랐고, <위키드>처럼 브로드웨이 원작인 경우도 오히려 영국 발음 때문에 더 멋지게 들렸습니다. 신이 영국에게 요리를 빼앗고 음악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외부(<위키드>)와 내부(<물랑루즈>)부터 한국과는 다른 전용 극장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찌감치 1(stalls) 맨 앞자리 또는 2(dress circle) 맨 앞자리 중앙을 예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가까이서 배우의 얼굴을 보며 침을 맞을 수 있어야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1층 맨 앞자리(<레 미제라블>)와 2층 맨 앞자리(<백 투 더 퓨처>) 인증샷

 

또 하나의 팁은,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기 어려울 경우 영화 버전이 있는 <레 미제라블>, <백 투 더 퓨처>, <물랑루즈> 등을 선택하고, 비행기에서 그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뮤지컬은 넘버(노래)를 알아야 더 즐기기도 좋고, 무엇보다 직전에 자막을 통해 내용을 숙지할 수 있어서 극장에서 스토리를 따라가기 수월합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2019년에 갔을 때는 한국에 비해 정말 저렴하게 보고 올 수 있었는데, 2024년에 갔을 때는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그래도 추천에는 변함없습니다.

 

6. 다음 편 예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 편도 영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도 할 이야기는 많은데 압축적으로 추천 이유를 열거하다 보니 그 설렘을 전달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 많이 아쉽네요. 자랑하고 싶은 인증샷이나 런던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들도 많은데, 내용에 맞추다 보니 미운 셀카만 잔뜩 올려서 아쉽고 부끄럽기도 하고요.

 

다음 편에서는 이번 편에서의 반성을 바탕으로 더 잘 풀어 보겠습니다.

 

 

Ep 15.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