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15. 끝이 없는 매력, 영국(2) by 홍정기

2025. 10. 14. 23:41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커뮤니티'  '로글로그' 입니다.

 

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15. 끝이 없는 매력, 영국(2)

 

 

1. 못다 한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

이번에는 지난 편에서 압축하고 생략해도 한 편에 담지 못했던, 그렇지만 더 재미있는 영국의 음식, 쇼핑, 이웃 국가, 그리고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갈 길이 바쁘고, 두 번째 편인 만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 식도락 강대국

영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요리에 대한 악평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런던은 세계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항상 따라붙죠. 둘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리나 미식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리고 역사적으로 주어진 환경과 요리의 철학 자체가 다른 것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유럽은 아시아권에 비하여 요리들이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표현하면 각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면서 조합하는 것을 추구하는 요리가 많죠.

그런데 영국은 유독 더 단순하고, 조합도 조금 이상해서 놀림을 받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혐오식품으로 유명한 장어 젤리(jellied eel). 왜 굳이 귀하고 맛있는 장어를 차가운 푸딩 속에 넣어 먹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긴 합니다.

 

런던에서 먹은 장어 젤리

 

 

갸우뚱하실 수 있지만, 저에게는 이러한 혐오 식품을 체험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유명한 피시 앤 칩스 체인점에 장어 젤리 메뉴가 있길래 방문하여 재미로 주문해 보았는데, 음식이 서빙되자 직원들도 묘한 웃음을 띠며 모여들었고, 식당 손님들의 시선도 저와 친구에게 집중되었죠. 저희가 첫입을 먹을 때 기대에 차서 바라보던 그 사람들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본인들 스스로도 혐오 식품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고소해서 접시를 싹싹 비웠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안줏거리도 생겼답니다.

 

그 외 피시 앤 칩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애프터눈 티세트 등 영국의 유명한 음식을 현지에서 경험해 보는 것도 신났고, 잘하는 곳에서는 정말 맛있게 먹기도 했습니다. 특히, (tea)만큼은 영국이 진심이기 때문에 1 1 크림 티 세트(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스콘과 차)를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틈날 때마다 맛본 크림 티 세트

 

 

그리고 예약도 힘들고 가격도 부담스러워서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와 같은 세계적인 요리사의 식당을 가볼 수 있고, 영국은 절대 식도락에서 밀리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쇼핑 강대국

영국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국 및 런던은 국기 유니언 잭(Union Jack)부터 지하철(underground)까지 그 상징물이 많고, 해리포터와 비틀스 등 문화적으로 유명한 콘텐츠도 많기 때문에 일단 기념품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영국 기념품은 너무 많고 집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 코스터만 일부 모아봤습니다.

 

 

영국은 버버리(Burberry), 바버(Barbour), 폴스미스(Paul Smith) 등 유명한 패션 브랜드도 많고, 조말론(Jo Malone), 더바디샵(The Body Shop), 러쉬(Lush) 등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도 많죠. 물론, 지금은 환율 및 영국의 물가 상승 때문에 가격적 메리트가 예전만큼 큰 것 같지는 않지만, 본점을 방문하거나 한국에 없는 상품을 찾아보는 재미는 여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국은 차도 유명한데,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 등 유명한 브랜드의 거대한 시그니처숍에서 한국에 없는 제품이나 다기를 구매해 보는 경험도 정말 좋았습니다. (tea)가 아닌 차(car)도 유명한 브랜드가 많지만, 사 오기 어려운 것은 아쉽네요.

 

포트넘 앤 매이슨에서 구매한 기념품 일부(주전자 모양의 티 인퓨저, 차 종류별 모래시계, 그리고 뒤편의 잎차 3종)

 

4. 주류 강대국

위 식도락 주제에서 술 이야기를 빼먹었는데, 영국이 위스키와 맥주의 종주국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아시나요? 와인을 (매우 사랑하지만) 생산하지 못하는 탓에 영국이 주류 강국임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와인 사랑과 관련해서는 다음에 포르투갈 편을 쓸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위스키와 맥주 모두 영국 중에서 정확히 어디가 시초인지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현재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가 유명한 것 같습니다. , 물론 아일랜드는 현재 영국에 포함되지 않는 이웃 국가이지만요.

 

저도 술 때문에 이 두 곳을 방문했는데, 위스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는 사실 외곽에 있는 증류소를 방문해야 의미가 있고, 에든버러 시내는 주류세도 비싸고 위스키 체험관(The Scotch Whisky Experience) 외에 위스키를 테마로 여행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대신 에든버러의 이색적인 경관과 하이랜드의 압도적인 풍경만으로도 스코틀랜드는 방문할 가치가 차고 넘칩니다.

 

하이랜드는 가보지 못했고, 에든버러는 그 매력을 담은 사진을 남겨오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EP 10. 나의 첫 위스키 증류소 방문기> 에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아일랜드도 위스키로 유명하지만, 저는 오로지 기네스(Guinness) 맛보기만을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밤에 커피 대신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는, 탄산 대신 질소를 넣어 부드러운 이 흑맥주를 더블린 본사 공장에 방문하여 마셔 보는 것이 저의 버킷 리스트였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아일랜드 출신 교수님께서 꼭 더블린에 가서 기네스를 마셔보라고 추천해 주신 이후로도 본사 공장에서 마시는 기네스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안 그래도 최애 맥주인데 얼마나 더 맛있을지 기대는 커져만 갔죠. 심지어 더블린에 도착하여 찾아간 관광 안내소 직원으로부터 자기는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그때까지는 기네스가 왜 맛있는지 몰랐다. 왜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마시는 것과 차이가 큰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기대는 정점을 찍었습니다.

 

기네스 본사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펍이기 때문에가장 신선한 기네스를 맛볼 수 있다고 써 있는 메뉴판(좌)과 그 펍에서 판매 중인 기네스로 만든 고기 스튜(우)

 

 

그런데 기네스를 마시러 오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던 것이,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 상당수가 기네스 티셔츠를 입고 있고, 관광 안내소도 오로지 기네스 콘셉트로만 꾸며져 있으며, 함께 여행했던 친구는 입국 심사 때 관광하러 왔다.”라고 하니 의심을 받다가 기네스도 마시려고요.” 하니까 아하!” 하고 보내줬다고 합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기네스 본사 공장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EP 3. 여기서만 보고, 마시고, 살 수 있는 것들>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맛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보통 맥주와 와인이 현지에서 훨씬 맛있는데, 오히려 기네스는 비슷하게 느껴졌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맛을 기대하면서 가실 것을 권하기는 어렵지만, 맥주 공장이 정말 크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지로서 방문하는 것은 추천합니다. 기네스로 만든 소스부터 팬티까지 판매할 정도로 기념품 숍도 거대합니다.

 

기네스로 만든 음식(좌)과 기네스 팬티(우)

 

5. 날씨 약소국(?)

영국은 음식과 더불어 날씨가 안 좋기로 참 유명하죠. 자연 경관을 보러 갈 때 비가 오면 정말 속상하긴 합니다. 저는 하필 폭우가 오는 날 세븐시스터스 투어를 신청하는 바람에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였고, 아일랜드에서는 머무는 내내 비가 와서 죽기 전 꼭 보아야 할 절경으로 꼽히는 모허 절벽(Cliffs of Moher)도 가지 못했죠.

 

그런데 원래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각오가 되어서인지 날씨가 안 좋아도 다른 여행지에 비해 어느 정도 용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했을 때 창밖의 구름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고위도의 낮은 하늘에 떠 있는, 마치 짙은 우울함을 형상화한 것 같은 뭉게 먹구름은 은근 매력적이기까지 했죠. 에든버러도 중후한 건물들이 어둑하고 축축한 날씨와 잘 어울렸습니다.

 

한편, 아일랜드는 365일 중 300일 비가 오는 곳이라 그런지 6월 중순에 갔음에도 패딩을 입어도 추울 정도였는데, 이러한 우울한 날씨가 문학과 음악을 발달시킨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6. 다음 편 예고

조금 김빠지는 우울한 날씨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다음 편에서 소개할 여행지는 해가 쨍한 크로아티아로 골라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낭만적이었던 여행지였는데, 소개해 드릴 생각을 하니 벌써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제가 느꼈던 낭만을 잘 담아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p 1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