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3. 09:40ㆍ미국 컴플라이언스 변호사의 한국 준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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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컴플라이언스 변호사의 한국 준법 이야기
- Ep 9. 결국 다 사람이다 2
몇 달 전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가 잠들고 난 후 남는 두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생각해 낸 취미가 요즘 흐름에 맞게 AI로 음악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악보만 겨우 따라갈 수 있는 미천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지도 선생님의 아량으로 재즈 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한 적이 있었다. 재즈 밴드 활동을 하며 언젠가는 나도 멋있게 즉흥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 실력을 쌓고 코드도 공부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그 갈망은 지금까지 이어졌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실력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
항상 창의적인 활동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우연히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AI를 사용해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AI를 사용하면 비교적 간단히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AI 툴을 한번 써 보면서 공부해 보자는 취지에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될까 싶었는데 무턱대고 시작한 지 몇 달이 되다 보니 만든 결과물에 대한 애착도 생기고 만드는 요령도 생기고 하는 것 같다. 내 채널의 주제는 서양에서도 미국의 전유물인 재즈를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의 한국 전통 악기 소리와 섞어서 만든 재즈 음악을 AI로 구현한 것이다. 영상의 배경은 내가 직접 사진으로 찍은 한국의 풍경을 사용하거나, 상상 속의 한국적인 이미지를 AI로 구현했다. 거의 모든 앨범에 한국의 감성을 가진 재즈 음악을 만든다는 의미로 K-Jazz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렇게 AI 툴을 사용해서 유튜브 채널을 직접 만들어 보고 운영해 보니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우선, 유튜버들이 떼돈을 번다는 항간의 소문은 무성하지만, 내가 직접 유튜브를 해 보니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말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우선 아무런 욕심 없이 취미로 하는 것이다 보니 대충 만드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는 일 또한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인 듯하다. 부끄럽지만 현 시각으로 20여 개가 채 안 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구독자 수는 겨우 30명이고, 어떤 영상들은 조회수가 50을 넘지를 못하니 말이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어서 구독자 수나 조회수는 괘념치 않고 만들고 있는데도, 내가 만든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렇게 관심을 못 받을 때도 주기적으로 뭔가를 만들고 올리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결심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 느끼는 것은 AI 툴의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람의 역할이다. 몇 가지 AI 툴을 써 보니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예전에는 나 같은 문과생은 만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동영상과 음악을 AI 툴이 만들어 준다고 해도, 만들어진 음악과 영상을 감수하고 퀄리티를 감독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어떤 음악은 마지막 부분이 살짝 끊겨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고음이 너무 귀가 아플 정도로 높기도 하고, 많은 경우에는 내가 전혀 원하지 않은 종류의 음악이 생성되기 때문에 선별 작업은 필수이다.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로, 어떤 영상들은 화면의 움직임이 정신없거나 너무 어두운 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내 취향이나 채널의 주제와 너무 동떨어진 영상들이 생성되기도 하고, 간혹 팔이 세 개 달린 사람이나 이상하게 생긴 동물들이 생성되기도 하기 때문에 주제와 맞고 마음에 드는 영상을 생성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결국 AI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명령을 통해 요청받은 바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도구일 뿐이다. 무엇이 좋은 음악이고 어떤 이미지가 내 채널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오직 ‘나’라는 사람이 내릴 수 있다. 생성된 결과물을 기반으로 직관적인 판단과 미학적 감수성을 발휘하여 최종 10%를 완성하고 결정하는 인간의 손길이야말로 어쩌면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적인 정서와 재즈의 자유로움을 어떻게 섞을지를 고민하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은 AI가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AI가 지식을 전달하고, 소설을 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음악과 영상까지 생성해 내는 모습을 보면 그러한 두려움은 현실이 될 것만 같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창작이라는 영역만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실감하기 시작한 듯하다. 하지만 내가 AI 툴을 써 보며 직접 느끼는 것은,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AI가 무언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최초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무엇을 요청할지’ 알아야 하며, AI가 놓치거나 실패한 부분을 교정하고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느끼는 불쾌한 고음, 어긋난 감성, 주제에 벗어나는 음악이나 영상을 고치는 것은 사람의 선별 능력과 경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더불어, 준법을 하는 사람으로서 AI 툴들이 법과 제도, 기술을 통해 최대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악들이나 영상들은 AI가 학습하거나 생성하지 못하도록 걸러져야 할 것이고, 사람의 초상권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며, 생성된 가사와 영상들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게 느껴져야 할 것이다.
AI의 시대에도 내가 그랬듯이 결국 창의적인 발상에 대한 갈망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며 결과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과 윤리적인 판단 또한 여전히 사람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도 내가 AI가 생성한 많은 후보작을 검토하며 머릿속에 구상한 K-Jazz의 이상적인 형태를 향해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듯이, 조만간 진정한 능력은 ‘AI라는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여 인간적인 가치와 감동을 만드는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글은 결국 내가 로글로그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기고한 글의 주제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AI 시대에도 결국은 다 사람이다.
Ep 1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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