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 EP 6. 어떤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by 강유빈

2025. 12. 10. 11:16글로벌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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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P 6. 어떤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수능을 마친 한 학생이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무엇이 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알고 싶다.”

 

한참 어린 친구의 말이었지만, 그 말이 참 인상 깊어서 덕분에 나도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결국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이루었지만, ‘어떤변호사가 되고 싶은지는 충분히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질문을 떠올리면서, 나는 지금까지 만난 다양한 사내변호사들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내가 되고 싶은 변호사의 모습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먼저 내가 만나 본 사내변호사들은 크게 세 부류였다.

 

1.     능력 있는 개인주의자

2.     학벌과 경력 모두 갖춘 관망형

3.     휴머니스트: 실력과 인간미를 균형 있게 갖춘 이상적인 인재

 

내가 처음 만난 사내변호사는 능력 있는 개인주의자였다. 바 시험(bar 시험, 미국 변호사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던 시절 계약직 법무팀 직원으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나의 상사였다.

 

사법시험 출신에 유수의 대학 출신인 그녀는 인터뷰 때부터 한국법의 세부 내용을 날카롭게 질문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문서 작성 등 업무를 진행할 때도 꼼꼼함이 돋보였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멋있다 생각했던 그녀는 사수로서는 내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줬었다. 당시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계약직이었던 나는 다른 부서와의 묘한 갈등도 겪어야 했고, 상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별 면담을 통해 어렵게 이런 고충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셨고, 오직 업무에 관한 피드백만 주곤 하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나니, 나는 나를 지켜 줄 상사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든 혼자서 헤쳐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만난 사내변호사 유형은 학벌과 경력을 모두 갖춘 관망형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경력이 없는 내게 많은 일을 맡기셨기에, 초반에는 이것이 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가 점점 복잡해지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와주지 않고 모른 척하셨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나는 이분이 정작 일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 바쁘고 힘든 상황에 근처에 맛집이 생겼으니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나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말인데 여유롭게 맛집이라니?!’ 싶어서 말이다.

 

마지막 유형은 휴머니스트다. 업무 능력은 물론 훌륭하고, 팀원과의 관계도 배려하며, 조직 내 정치력과 카리스마까지 조화롭게 갖춘 균형형 인재이다. 이렇게 능력과 인간미를 모두 갖춘 사내변호사는 허구 속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현실에서 만났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법무 업무를 맡아 일하게 되었을 때, 각국 오피스의 책임자나 타 부서와 부딪히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가 생기자, 나는 예전에 만났던 개인주의자상사를 떠올리며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 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때, 현재 나의 상사이자 일명 휴머니스트변호사는 내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누구보다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문제에 연관된 사람들과 함께 논의해 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다 함께 마주 앉아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다 보니,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부분들이 드러났고, 결국 그 차이를 메우면서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나는 상사의 통찰력과 소통 방식, 사람을 대하는 리더십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받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생겼다.

 

그래서나는 어떤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지금의 상사였다. 특히 나도 현재 팀장으로 일하고 있어 누군가에게 상사가 되는 만큼, 나의 상사처럼 업무적으로는 신뢰를 주고, 조직 안에서는 팀을 지켜낼 수 있는휴머니스트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변호사라는 직함 뒤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내변호사들이 있다. 여러 사내변호사를 보며 능력만으로도 부족하고 인간미만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며,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균형 감각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도그 사람과 일할 때 든든했다.”라는 기억을 남기는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오늘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p 7.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