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8. ‘나만의 전문성’ 을 찾아서 : 인하우스 변호사의 현실과 고민 by 지희선

2026. 1. 14. 13:50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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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8. ‘나만의 전문성’ 을 찾아서 : 인하우스 변호사의 현실과 고민

 

 

 

원하는 기업의 인하우스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연차가 쌓일수록 ‘나만의 강점이 뭘까?’, ‘내가 좀 더 특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경력이 늘어 갈수록 전문 분야에 대한 갈증과 욕구가 생기는 것은 비단 사내변호사만 겪는 현상은 아닐 것이며 송무 변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는저연차라는 수식어를 떼야 할 시점에 놓인 나 역시 처음 회사에 지원했을 때의일당백’, ‘제너럴리스트’,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조직 내 조력자가 되겠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점점 더 특정 분야, 특정 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커리어 방향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들어 내게 숙제처럼 떠오른스페셜리스트로서의 사내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사내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일까? 스페셜리스트일까?”라고 질문하면 많은 이들이 제너럴리스트라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 기본적인 지위나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을 생각하면 제너럴리스트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본다. 또한 기업에서는 민사(상사) 이슈만, 회사법 이슈만, 노동법 이슈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사내변호사는 초기에 제너럴리스트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기업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는 특정 분야로 한정되기 어렵고, 기본 업무만 봐도 다양한 유형의 계약서 검토, 공정거래, 개인정보, 민형사, 인사·노무 등 여러 분야의 자문이 포함된다. 송무 변호사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송과 자문을 수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내변호사가 제너럴리스트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 년간의 실무 경험을 하고 보니, 사내변호사에게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라는 두 요소는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며, 두 요소를 모두 갖출 때 비로소 차별화된다는 결론이 명료하게 도출되었다.

 

사내변호사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법률 이슈 전반을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제너럴리스트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모든 이슈를 동일한 깊이로 다룰 수는 없고, 핵심적인 사안에서는 단순한 검토나 연결 역할을 넘어 직접 판단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기업의 리스크와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외부 자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내부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사내변호사는 특정 영역에서 스페셜리스트로서의 깊이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사내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로서 기업 활동 전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 이슈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동시에 스페셜리스트로서 특정 핵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축적해 신속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조직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가치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고민은내가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무색하게도, 조금 더 특별한 나만의 전문성을 쌓을 기회는 아주 우연한 듯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제너럴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회사로의 이직을 고려하기도 했고, 기업 법무를 깊게 다루기 위해 로펌행을 고민하기도 했던 찰나, 회사는 나를 계열사의 준법지원인으로 선임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전문 분야라 부를 수 있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3 6개월 동안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지 확신할 수 없으니, 커리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빼지 않고 맡았다.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도 더 하겠다고 나선 적도 많았다. 일복이 많은 편인데다,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강한 탓이었다. 그래서 계약서 검토나 법률 자문, 소송 관리 같은 통상 업무에 더해 규제 기관의 현장 조사 대응, M&A LDD, 사내 컴플라이언스 교육, 계약 상대방과의 협상 동석까지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

 

 

 

종종이것까지 하라고?”라는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올 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겪어 봐야 내가 어떤 분야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소위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경험이 쌓였다. 만족감도 있었지만 불안감 역시 컸다. 이렇게 해서는 이도 저도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준법지원인이라는 타이틀과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맡게 된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던 제너럴리스트적 경험들이 기초 체력처럼 단단히 기반을 닦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스페셜리스트가 되겠다고 조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깊이를 억지로 강요할 때는 오히려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허우적댔던 것 같다. 사내변호사의 일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넓게 보고, 다양하게 부딪히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나하나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복해서 맡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자연스럽게이건 네가 제일 잘하잖아.”라는 말이 따라온다. 나만의 전문성이라는 것도 거창한 계획표가 아닌, 그런 작은 신뢰들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나다운 모양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넓게 보되, 그 안에서 서서히 깊어지는 분야가 생기는 것- 그게 바로 사내변호사가 자라는 방식이고,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조금씩 나만의 모양을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10년 뒤 내가 컴플라이언스 전문 변호사로 성장해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주어진 일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결국 나만의 무기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Ep 9.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