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8. 10:53ㆍ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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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19. 동화 같은 세트장, 체코
1. 양해의 말씀부터
<EP 16. 크로아티아, 나에겐 낭만의 나라> 편 말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체코는 스위스와 함께 저에게 시각적 자극이 가장 강했던 여행지입니다. 스위스가 자연환경의 강자라면, 체코는 건축 환경(?)의 강자죠. 물론, 중세 도시나 마을은 유럽 다른 여행지에도 많지만, 프라하 구도심이나 체스키 크룸로프 같은 체코의 주요 관광지는 뾰족뾰족한 건물들과 화려한 색감 덕분인지 과거 흔적을 찾아 관광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중세 시대에 그대로 와 있는 듯한 짜릿한 이질감을 선사합니다. 돌바닥부터 유독 울퉁불퉁하고 맨질맨질하죠
이렇게 훌륭한 비주얼을 가진 곳을 세 번이나 다녀왔지만, 체코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아차렸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하고 처음 가는 유럽이라 미숙한 탓에 이쁘게 담아오지 못했고, 그다음에는 한 번 가봤던 곳이라는 생각에 사진을 많이 안 찍었고, 날씨도 계속 별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녀왔을 때는 영상을 처음 시도했던 때라 사진은 거의 없네요. 그래서 액션캠 영상 캡처 사진이 가끔 등장할 수 있는데, 화질이나 구도가 별로여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2. 프라하의 극과 극 첫인상
2013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밤 10시경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평균 키가 대략 190cm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 그 시선과 동네의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죠. 그래서 쪼리를 신고 (돌바닥이라) 캐리어를 들고 (글을 쓰며 다시 찾아보니) 호텔까지 약 3.5km를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지금은 체력 문제로 못 했을 것 같은데, 그때의 젊음이 새삼 그립습니다.
긴 달림 끝에 생각보다 고급스럽고 아늑해 보이는 호텔 건물을 마주하고 안도했지만, 방에 들어서니 이 무서운 도시에서 3일을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행과 “우리 어떡하지?”라고 한탄하며 앞날을 걱정했죠.
그렇게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 언덕 위에 있던 호텔을 나와 케이블카를 타고 밖을 본 순간 무서움은 온데간데없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담겼지만, 케이블카 창밖 오른쪽 저 멀리 심상치 않은 곳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죠. 그리고 조금 걸어 구도심에 진입했을 때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 시티에 온 것만 같은 설레고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3. 이국적 매력, 합리적 가격
프라하를 처음 여행하고 왔을 때의 느낌은, 기존에 다녀본 유럽, 미디어에서 접했던 유럽보다 한층 더 동화 같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다른 대표적인 중세 소도시들처럼 ‘아름다운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도로와 다리 같은 건축물 하나하나 유독 이질적이라 도심 전체가 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프라하 구도심이 화려한 동화 속 모습이라면, 프라하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인 체스키 크룸로프는 평온한 동화 속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진입하는 순간 정말 무슨 마법 포털을 통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죠. 그 느낌을 살린 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체코의 언어와 문자가 익숙지 않았던 것도 더욱 강한 이국적 감성을 느끼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라하에 처음 갔을 때는 수도이자 유명한 관광지였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영어가 잘 안 통했고, 알파벳을 읽는 법도 달라서 타지에 온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최근에 다녀왔을 때는 확실히 그러한 불편함은 덜했네요.
(동유럽이 대체로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짙은 매력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물가 덕에 아마 가장 가성비 좋게 이국적 느낌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체코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유럽 관광지들처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물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온전히 그 세상에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가성비 좋게 ‘유럽스러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주변에 첫 유럽 여행지로 추천을 종종 하는 편인데, 체코에 방문하고 나면 유럽 여행에 대한 기대와 역치가 올라가서 그다음 유럽 여행이 조금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4. 맥주 공화국
체코 하면 또 맥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 부동의 1위이기 때문이죠. 필스너 우르켈, 코젤, 버드와이저(부드바르)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체코를 여행하면 신선한 맥주를 많이 마시고 와야 하는데, 유명 브랜드별로 라거와 흑맥주를 모두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얽힌 간단한 이야기를 알고 맛보면 더 재미있죠.
필스너 우르켈은 오리지널 필스너라는 뜻으로, 큰 인기로 어느덧 황금빛 페일 라거를 지칭하는 ‘맥주의 종류’가 되어버린 ‘필스너’의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는 이름입니다. 독일 등에서 크게 유행했던 필스너 맥주는 필스너 우르켈의 본사가 있는 체코 플젠(Plzeň)에서 유래했는데, 이 지역은 독일어로 필젠(Pilsen)이고, 지명을 형용사화하는 독일어 규칙에 따라 필스너(Pilsner)가 된 것이라고 합니다.

버드와이저도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미국 버드와이저와의 상표권 분쟁입니다. 버드와이저 역시 체코의 체스키 부데요비츠키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필스너와 마찬가지로 독일어식으로 변형된 이름이죠. 체코 유일의 국영 양조장 부드바르(약칭)와 미국에서 부데요비츠키 스타일 레시피로 시작한 콘레드 양조장이 각자 버드와이저 상표 등록을 진행하다가 분쟁으로 번졌고, 현재는 나라별로 누가 승소했는지에 따라 버드와이저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양조장이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미국의 콘레드 양조장이,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체코의 부드바르 양조장이, 그리고 영국에서는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런 유명 브랜드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도원 등 양조장 맥주입니다. 특히, 수도원에서는 금식 기간에 맥주를 ‘액체 빵’이라고 부르며 마셨을 만큼 걸쭉(?)하고 진한 맥주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양조장들도 각자의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경우가 많으니, 체코에 가시면 한두 곳 정도는 들러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p 3. 여기서만 보고, 마시고, 살 수 있는 것들>에서 잠깐 소개했었는데, 저는 체코의 로켓(Loket)이라는 마을에서 마신 스바띠 플로리안(Svaty Florian) 양조장의 맥주가 살면서 마셔본 맥주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맛있었습니다.
5. 다음 편 예고
전망대나 박물관, 쇼핑 등 아직 소개하지 못한 관광 포인트도 조금 남아 있지만, 비주얼과 맥주에 대한 감탄만으로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체코 편은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추천해 드리자면, 프라하 카를교 밑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꼭 타보시기를 바랍니다. 대단한 것은 없지만, 음료 한잔하면서 평온하게, 그리고 정말 가성비 좋게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편은 체코와는 유럽 대륙 반대편 끝에 있는 포르투갈 편으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아마 글을 쓸 때쯤이면 막 포르투갈을 두 번째 다녀왔을 예정이라, 가장 생생하고 알차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 중입니다.
Ep 2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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