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 EP 7. 사내변호사가 성장하는 법 by 강유빈

2026. 4. 1. 09:05글로벌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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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P 7. 사내변호사가 성장하는 법

 

 

한 회사의 사내변호사로 일정 기간 근무하다 보면,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계약서 검토 같은 법무팀 업무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여러 팀과의 협업 관계도 자리 잡히다 보니, 업무가 한층 수월해진 덕분일 것이다.

 

용역 계약 검토를 주로 담당하던 필자의 한 동료는, 용역 내용이 바뀔 때마다 세부 업무를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기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만큼 반복적인 일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사내변호사로 일하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매일같이 비슷한 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니, 처음에는 한참 걸리던 검토 시간도 점점 짧아졌고, 어느새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이렇게 익숙해진 업무 덕분에 몸은 분명 편해졌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마도 로펌에서 일하는 동기나 선배들이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밤낮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친 탓일 것이다. ‘정체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고, 오히려 조금씩 도태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함께 따라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불안은 단순한 걱정에 그치지 않았다. 익숙함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가졌고, 몸이 편해졌다고 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며, 정체된 듯한 느낌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호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에 필자는, 사내변호사로 일하며 정체된 기분이 들었을 때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바꾼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같은 계약도다른 안경으로 보기

계약 검토가 기계적으로 느껴진다면, 아마 늘 같은 시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검토자의안경을 빌려 보자. 상대방 입장에서, 현업 입장에서, 위험 관리자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쟁점이 드러난다. 시야가 달라지면, 같은 업무도 완전히 다른 배움의 기회가 된다. 또한 계약서의 같은 문구라도 검토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관점과 경험에 따라 계약서 문구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똑같은 계약서라도 항상 같은 쟁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상대방이나 담당 부서에 따라 검토 포인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용역 계약이라도 부서에 따라 중요하게 보는 조항이 달라진다. A 부서와의 계약에서는 일정 관리가 중요해 납기 지연에 대한 책임 범위가 쟁점이 되었고, B 부서와의 계약에서는 결과물 활용 가능성 때문에 지식재산권 귀속 조항이 핵심이 되었다.

 

계약서에 숨겨진 이런 다양한 쟁점을 파악하는 다른 안경은 혼자서는 쓸 수 없다. 내가 계약서를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실무진과의 협업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법률대리인과의 협업이다.

 

먼저, 법무팀 외의 다른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보자. 법적으로는 타당한 의견이라도, 현업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는 상대방의 책임 범위를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협력 관계를 고려하거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 수준의 책임을 수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법적으로는 납기 지연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두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업에서는 일정 변동이 잦은 프로젝트 특성상 그렇게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듯 현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순간, 계약 검토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실무진과의 협업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사업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들의 의사결정 구조, 우선순위, 실행상의 제약을 이해할수록 계약서 문구 하나에도 맥락이 생긴다. 이는 단순히 위험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자문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

 

 

현업이 같이 일하고 싶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법적 리스크를 열거하며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업의 생리를 바탕으로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법 기술자가 아닌, 해법을 찾아내는 전략가가 될 때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사내변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법률대리인과의 협업도 새로운 관점으로 볼 기회가 된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쟁점은 반드시 발생한다.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 로펌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때 외부 변호사들이 해당 쟁점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관찰하며 복잡한 사실 관계 속 법적 쟁점을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고의 흐름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나 메모를 통해, 복잡한 사안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글쓰기, 핵심 쟁점을 구조화하는 방법, 설득력 있는 문장 구성 등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유형의 사안을 다루며 배운 표현 방식과 논리 전개를 본업에 접목하면, 같은 업무라도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사내변호사의 성장은편안함에 머무르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다소 권태롭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자. 겉으로는 멈춰 있는 듯, 같은 자리에 있는 듯 보여도 우리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으며, 실제로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Ep 8.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