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 EP 3: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내변호사의 숙명 by 강유빈

2025. 4. 28. 23:35글로벌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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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기

EP 3: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내변호사의 숙명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동기들을 만나서 나누는 여러 대화 중, 매번 공감되는 이야기는 사내변호사의 삶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내변호사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이 숙명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왜 그런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먼저, 사내변호사는 회사 직원이지만 노동법적 관점에서 회사 측에 속한다. 이로 인해 법무팀 사내변호사는 근로자 대표로 선출될 수 없다. 회사 내 인사 관련 이슈가 생겼을 때, 사내변호사는 해당 이슈를 중재해야 하며,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노동 분쟁을 겪어 보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모든 당사자가 만족한 적은 없었다. 또한, 문제가 생긴 직원을 돕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방이 흡족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회사에 조사를 요청하면, 회사는 상사와 직원을 각각 조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팀은 인사팀과 협력하여 조사를 돕고, 취합된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관련 법에 따라 검토 후 의견을 제시한다.

 

회사에 조사를 요청한 직원과 조사를 받게 된 상사는 법무팀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해 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흑백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으며, 한쪽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슈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조율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애매모호한 결과로 인해 직원들은 자신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았다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남아 법무팀에 불만을 갖게 된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법무팀 직원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 기대했던 사람들과는 이슈 종료 후 어색해지곤 한다.

 

 

 

또 다른 경우로는, 법무팀을 사측으로 여겨 불신하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법무팀의 역할은 객관적으로 문제를 검토 후 법적 의견을 제공하는 것인데, 법무팀이 무조건 회사 입장에서 사건을 볼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 내 직위가 높은 사람들 중에서는 사내변호사가 회사 측을 대변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사내변호사의 중립적인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불만을 품어 관계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사내변호사들은 회사 내에서 누구와도 친해지기 어려워 외로움을 느끼고, 이를 직업상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또한,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 법무팀은 규모가 크지 않으며, 사내변호사가 한 명인 경우가 많다. 이는 팀원 간의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개별적인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더 중요한 법무 업무의 특성상, 각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내변호사에게는 다양한 법적 이슈에 대한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되며, 그만큼 법무팀 내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의 문제 해결보다는 개별적인 책임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내변호사들이 혼자서 모든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종종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팀원끼리 업무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팀 내 동료가 없거나 소수일 경우, 이런 감정 해소가 어려울 때가 많다. 필자는 국내에는 법무팀 동료가 없고, 글로벌 동료들만 있어 소통의 제한이 있다. 물론 글로벌 동료들과도 소통하지만, 그들과는 모니터 너머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사무실 내에서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소소한 대화나 감정적인 교류는 부족하다. 업무상 필요한 소통은 이루어지지만, 동료 간의 친밀감이나 실질적인 지원을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종종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무실 내에서의 온기와 일상적인 소통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업무의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내변호사의 삶이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쁘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나의 검토를 기다리는 수많은 이메일들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업무가 쌓여 있고, 한국 외 다른 지역의 법무 업무를 맡다 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한다. 점심시간에는 보통 식사 대신 줌 미팅을 하거나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우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위와 같은 이유로 아주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외로움을 느끼기엔 사치일 만큼 바쁜 업무로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도 사내변호사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p 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