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11. 알면 알수록 맛있는 위스키 (feat. 야마자키 증류소) by 홍정기

2025. 6. 4. 14:40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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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11. 알면 알수록 맛있는 위스키 (feat. 야마자키 증류소)

 

 

1. Intro

와인은 공부하고 마셔야 더 맛있다.”와 같은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 공부 내용에는 바디감과 같은 기본적인 맛의 구성 요소 외에 지역과 품종, 그리고 역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공부할 거리도 많고요.

 

개인적으로는 위스키야말로 조금만 알고 마셔도 훨씬 재미있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조 과정만 알아도 즐기기 위한 능력치가 급격하게 올라가죠. 오늘 한 편에 그 내용을 알짜만 담아 보려고 합니다. 압축적인 설명을 위해 디테일한 내용이 생략되거나 왜곡되기도 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야마자키 증류소

오늘 양조 과정 소개를 도와줄(?) 야마자키 증류소의 투어는 사실 추첨에 당첨되어야 해서 다녀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야마자키 증류소는 약 100년 전인 1923년경 세워진 일본 최초의 상업적 증류소인데, 최근 야마자키 위스키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급상승하면서 투어 예약도 덩달아 어려워졌죠. 저도 한창 인기 많을 때 도전해서 몇 번 떨어진 끝에 겨우 성공했고, 그만큼 떨리는 마음으로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적인 특징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위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 실내외 분위기가 지난 편 제임슨 증류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때는 이미 위스키 양조법을 알고 가서 영어 설명을 따라가기 조금 더 수월하긴 했지만, 제임슨 증류소에서의 아이리시 발음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도 더 알아듣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저의 글을 보고 증류소를 방문하시게 될 분들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니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지원됩니다.

 

3. 위스키의 원료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는 위스키의 원료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원료를 고르는 것은 실제로도 양조의 첫 단계이고, 그에 따라 술의 종류가 달라지죠.

 

보통 쌀을 제외한 곡물로 만든 증류주를 위스키라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보리, , 수수 따위”, 그리고 본토(?)의 옥스퍼드 영영사전에 따르면 곡물, 특히 보리와 호밀을 사용한 증류주로 정의하고 있네요.

 

 

 

원료에 따라 위스키의 종류도 달라지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보리만 사용하여 단일 증류소에서 양조한 싱글몰트(single malt), 싱글몰트끼리 섞은 블렌디드 몰트(blended malt), 보리 외의 곡물을 가지고 만든 그레인(grain) 위스키, 그리고 싱글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가 있습니다.

 

그 외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한 버번(bourbon) 위스키, 호밀을 51% 이상 사용한 라이(rye) 위스키 등 또 다른 분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원료 외에도 지역 등 다른 요건들도 충족해야 버번 또는 라이 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증류주도 일단 발효부터

술의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효모가 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과정인 발효를 통해 생성됩니다. 과일에는 과당이 들어있지만, 곡물에는 당분이 없기 때문에 곡주(맥주 등)보다 과실주(와인 등)가 먼저 탄생했죠. 곡주 및 곡주를 증류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 속 전분(다당류)을 당(이당류)으로 분해하는 작업(당화)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당화통이 있는 후끈후끈한 공간 (글 쓰는 데 사용하게 될 줄 몰라서… 셀카가 계속 등장합니다.)

이러한 당화 작업의 첫 단계가 바로 몰트(malt, 맥아)를 제조하는 몰팅(malting)입니다. 몰트는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 건조한 것으로, 당화 효소(아밀라아제 또는 아밀레이스)를 함유하고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몰트와 보리 등 곡물을 뜨거운 물과 함께 섞어 만든 담금액(mash)를 당화통(mashtun)에 담가 효소가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발효통이 있는 선선한 공간

담금액이 당화통 속에서 달달한 맥아즙(wort)이 되면 발효통(wash back)에 옮겨 23℃ 정도로 냉각하고, 드디어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시키게 됩니다. 그러면 알코올 도수 약 7%의 맥주(wash)가 만들어집니다. 이제 이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는 것이지요.

 

5. 증류주의 정체성, 증류

증류에 대해서는 <EP 8.>에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기도 했고, 내부 사진도 못 찍게 해서 짧게 지나가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입구에서는 찍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된 단식증류기가 있는 공간

 

 

야마자키 위스키는 스카치 싱글몰트와 마찬가지로 사진과 같은 단식증류기로 두 번(아마 왼쪽에서 한 번, 오른쪽에서 한 번) 증류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증류 과정에서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하여 가장 먼저 끓는 메탄올 등 초류(head)와 가장 나중에 끓는 아세트산 등이 포함된 후류(tail)을 걸러내는 증류액 자르기(spirit cut)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분리하고 나면 에탄올 70% 내외의 중류(heart)를 얻게 되죠. 이 중류가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의 원액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70%보다 훨씬 낮은 도수의 40%대인 이유는 숙성 과정에서 증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물을 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위스키가 40%대에 포진하게 된 이유는 역사적, 과학적 이유들이 있는데, 이는 분량상 생략하고자 합니다. 물론 물을 타지 않은 위스키도 판매하는데, 보통 cask strength 또는 barrel proof라고 기재되어 있고 55~60%의 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6. 위스키의 가치를 결정하는 숙성

명품 위스키들은 수원지와 곡물의 선별부터 증류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합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여기까지의 과정은 감성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실제로 맛과 향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별할 수 있는 수준의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인정신과 마케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달달하고 아름다운 향이 가득한 숙성 창고에 들어서며 흥분한 모습

 

 

저는 숙성부터가 진짜 맛과 향, 그리고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숙성은 어떤 오크통에 얼마나 오래 숙성했는지가 중요한데, 일단 숙성 연수가 가장 와닿을 겁니다. 예를 들어, ‘OO 위스키 12보다 같은 위스키 ‘18제품이 보관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숙성하면서 증발하는 양도 많기 때문에 더 비싼 대신, 오크통의 성분이 더 농축되어 일반적으로 진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죠.

 

이때 증발하는 양을 천사의 몫(angel’s share)라고 하는데, 천사에게 바친 대가로 더 맛있어진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젤스 셰어>라고 하는 칸 영화제 수상작도 있는데,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래 숙성할수록 줄어드는 양과 진해지는 색을 보여주는 샘플 (진한 색이 비싸고 맛있어 보이기 때문에 일부 위스키는 카라멜 색소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어디에 숙성하는지도 중요한데, 어떤 참나무를 사용한 오크통인지, 새 오크통을 사용한 것인지, 다른 위스키나 와인을 숙성했던 중고 오크통을 사용한 것인지, 어떤 위스키나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인지, 몇 번 사용한 오크통인지 등에 따라 맛과 향, 그리고 가격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오크통은 다양한 향을 내기 위해 살짝 태우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오크통에 숙성한 원액을 섞는 경우도 많으며, 다른 종류의 오크통에 옮겨 담기도 합니다.

참고로, 균질한 맛과 향을 위해 같은 종류의 오크통으로부터 나온 원액들을 전부 섞어서 (물을 타고 원하는 도수를 맞춘 다음) 병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크통마다 상태가 조금씩은 다를 텐데, 같은 종류의 상품에서 다른 맛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죠. 그런데 일부러 희소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통해 하나의 오크통에서 나온 원액만 담은 상품(single barrel)들이 오히려 고가에 출시되고는 합니다.

 

7. 시음, 그리고 다음 편 예고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의 꽃도 역시 마지막 시음입니다.

 

위스키 원액과 물, 안주, 그리고 선물 잔

 

시음 코너에서는 야마자키 DR(Distiller’s Reserve) 제품에 사용되는 각 종류의 오크통(백참나무, 와인 숙성, 물참나무) 숙성 원액과 이들을 섞은 완성품의 맛을 비교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맛을 찾거나 마시는 법도 배우고, 하이볼을 타서 마셔 볼 기회도 있죠.

 

야마자키 DR이 숙성연수가 표기되지 않은 저가형 NAS(No Age Statement) 위스키인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이볼 제조를 위한 탄산수와 얼음

 

 

투어가 끝난 뒤에 바(bar)도 있는데, 이 이야기는 분량 및 주제상 다음 편에 이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직 하지 못한 잡다한 위스키 이야기 몇 가지를 마저 풀면서 위스키 편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Ep 1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