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1. 나는 왜 사내변호사를 선택했을까? by 지희선

2024. 5. 29. 09:49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1. 나는 왜 사내변호사를 선택했을까?

 

 

“나는 왜 사내변호사를 선택했을까?”

 

사법시험 폐지가 얼마 남지 않았던 2012, 용감하게 도전하였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고 2019년 로스쿨에 입학하여 2022년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참 긴 시간을 변호사가 되기 위해 보냈지만 그토록 되고 싶었던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막상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그리고 그 중간에 법원행정고등고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변호사는 그저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사람정도로만 생각했지 제겐 사내변호사라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로펌에서 송무를 하는 변호사가 아닌 인하우스에서 기업 법무를 하는 사내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록될 저의 글에는 변호사시험 합격 후 수습처를 구하면서 겪었던 고충과 수습 기간 6개월간의 불안정한 지위에 따른 여러 고민들, 변호사로 일하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현실, 저연차 사내변호사로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이직 등 연봉 협상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라는 존재를 셀링(selling)해야 하는지, 변호사 네트워킹 모임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지 등 저연차 변호사가 사내변호사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소하고도 치열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이야기로나는 왜 사내변호사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왜 사내변호사로 성장하길 희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려 합니다. 사내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지금까지, 저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의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변호사 수 3만 명 시대에 도래하였고, 법률서비스 공급이 증가한 탓인지 사내변호사 수도 덩달아 늘고 있는 추세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수치는 전체 변호사의 10% 수준의 그치는 3000여 명 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사내변호사를 희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개념은 커녕 존재조차 몰랐으니 당연합니다.

 

그런 제가 수습 기간부터 인하우스에서 일하게 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치른 후 분주하게 여러 로펌의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의심도 많고 욕심도 많아, 제 마음에 꼭 드는 로펌을 찾겠노라 무려 10곳이 넘는 로펌의 면접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간혹가다왜 사내변호사는 지원하지 않느냐?”, “그쪽으로 갈 생각은 없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 겁니다. 그때마다송무가 하고 싶다.”, “송무를 하고자 긴 시간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다.”라며 대표 변호사님들 듣기에 흡족한 대답을 또렷하게 하였지만 돌아오는 길에는대체 사내변호사가 뭔데? 뭔데 그러지?”라는 의문이 늘 남았습니다.

 

그러한 작은 의문은 호기심 혹은 반발심으로 이어졌고 사내변호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로펌 대표 변호사님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나에게 사내변호사로 적합해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쌓기에 꽤 괜찮은 어떤 역량을 본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 역시 사내변호사 지원을 고려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내변호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검색도 해보니 사내변호사는기업 소속의 변호사로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분쟁 발생 시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추상적이기 짝이 없었고 더군다나 변호사로서 업무 경험이 0이었던 새내기 변호사인 제게는 1도 와닿지 않는 설명이었죠. “가봐야 알겠구나. 해봐야 알 수 있겠구나.”라는 판단이 선 뒤에는 여러 합리화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회사 경험이 없었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로펌보다는 좀 더 큰 조직에서 여러 부서들과 협업하며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구경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등등. 여러 생각을 가지고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습 기간 6개월은 어떠한 틀에 갇히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믿음도 있었기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기업에 입사하였습니다. 주변 동기들은 모두 로펌, 아니면 공공기관에서 실무 수습을 시작했기에 다른 길을 가는 선택에 대하여 묘한 두려움과 설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3개월 해보고 안 맞으면, 배우는 것이 없다면, 성장하지 않는다면 바로 나와서 송무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사내변호사 일이 참 잘 맞았습니다. 일 자체가 재밌고 보람도 있다 느끼는 이유는 사내변호사가 하는 업무의 특성이 제 성격과 잘 맞고 저의 장점이 사내변호사가 지니면 꽤 괜찮은 역량(덕목)이어서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저는 큰 조직, 규모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스타일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유를 가지고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변호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하므로 통상 독립적으로 일을 하지만, 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사업부와 함께 일합니다. 이때, 변호사 업무 이외의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기도 합니다. 또한 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업무량이기에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업부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기에 언제, 어떻게 요청이 올지 모르고 기본적으로 ASAP를 요구하는데,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해 즉각적인 대응이 크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략이나 기획 등 협상의 영역에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런 역할에도 흥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특히 분쟁이 발생한 후에 대응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선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기에 사내변호사가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을 사랑하지만 개인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 별도로 필요한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의 워라밸이 보장되는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저는 송무라는 큰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비주류 변호사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이 힘들게 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빌려 사내변호사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계속해서 사내변호사로서 더 성장해 나가고자 다짐한 이유들을 정리해 보니 여러 잡념들이 사라지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위에서 소개해 드린 사내변호사의 특성을 알게 되기까지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워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고 계시는 변호사님들의 그 열정을 응원합니다.

 

 

Ep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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