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1. 나름 자부하는 예비 워킹맘의 태교 방법! by 최진영

2024. 10. 16. 10:20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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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1. 나름 자부하는 예비 워킹맘의 태교 방법!

 

 

2022년 8월 우리 딸 슬이(현재 22개월)를 출산한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육아 휴직을 하였고, 2024년 4월 1일 월요일 드디어 업무 복귀를 하였다! 7월 말, 8월 초에 보통 2주 동안 하계 법정 휴정기가 시작되는데, 그 시기에 맞춰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8월 중순쯤 슬이를 낳았으니 거의 만삭 때까지 일했던 셈이다.

 

슬이를 임신했을 당시인 2022년을 돌이켜 보며 내가 어떤 사건들을 맡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의 캘린더를 ‘2022년’으로 지정하여 보았다. 캘린더에 빼곡하게 스케줄이 차 있었는데, 그 당시 민사, 형사, 가사, 행정사건을 골고루 진행했던 걸 알 수 있었다. 

 

형사 사건의 경우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였고, 민사 사건은 보험사 사건도 있었고, 가사 사건으론 이혼 사건, 유류분 사건 등을 맡았었다. 그때의 기억을 지금 다시 되새겨 보니, 괜스레 나 스스로 대견(?)한 기분이 든다.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어 보니, 내 맘, 내 계획대로 아기가 성장하지 않아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대개 엄마들의 특성인지 내가 부족했던 점만 더 크게 생각나 한없이 작아질 때도 꽤 많이 있더라. 그렇지만, 2년 전 슬이를 임신했었을 때의 내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고, 현재 슬이의 22개월을 생각해 보니, 나도 엄마로서 나름 잘 지내고 있구나 싶다.

 

다시 돌아와, 2년 전 슬이를 임신해서 변호사로서 일을 할 당시, 혹자는 그랬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으셔야 하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의뢰인의 분쟁에 있어 당사자만큼이나(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쩜 혹자의 의견대로 임산부인 내가 아름다운 이야기만 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예비 엄마가 될 임산부인 난, 혹자의 의견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의뢰인들은 의뢰한 그 사건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내게 제일 의지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게 되는데, 자신의 변호사가 열심히 일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감사함을 표현해 주신다. 그리고 배 속 아기(당시 태명 ‘짱꿈이’)에게도 엄마랑 같이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 줘서 고맙다고 해 주셨다.

 

 여러 사건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으론, 짱꿈이의 존재로 해결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가사법 전문 변호사로서 우리 사무실에서 가사 사건을 전담하고 있었다. 당시 의뢰인은 3살 아기를 키우고 있는 젊은 남성분이셨는데, 우리 의뢰인분이 원고가 되어 이혼 소송을 진행한 건이었다. 대개 여성분들이 이혼 사건의 원고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은 조금 특별한 케이스였다.

 

의뢰인이 이혼을 원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아기 육아에 잘 참여하지 않고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혼 사건에 관하여 상담하고, 의뢰인과 상대방이 조정 기일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상대방이 나의 배를 보더니 본인의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는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상대방 여성분은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였고, 이로 인해 육아 또한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본 우리 의뢰인은 자신이 상대방을 탓하기만 하고 임신했을 당시 힘들었던 아내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며 같이 울기 시작하였다. 

 

 

 

조정 기일에 이혼이 아닌 화해가 돼버린 것이다. 조정실에서 나오면서 우리 의뢰인과 상대방은 오히려 내가 아닌 우리 짱꿈이한테 고맙다고 하였다. 덕분에 자신들의 아기를 한번 더 고려하게 되었고,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짱꿈이 덕분에 우리 의뢰인의 이혼 사건이 행복하게 잘 해결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난 혼자가 아니니, 더 씩씩하게 잘할 수 있고, 사건 해결에 있어서도 머리가 둘이니 좀 더 잘 하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일을 했고, 사건 서면 쓸 때나 재판 들어가기 전엔, 배 속 아기에게도 늘 사건을 설명해 주었던 것 같다. 배 속 아기 짱꿈이가 사건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있었겠냐마는 그래도 아기에게 이야기를 걸며 태교도 하고, 난 더 꼼꼼하게 일도 할 수 있고 나름 일석이조였다.

 

그 누구도 아닌 내 딸이 나의 일하는 모습을 온전히 다 보게 되는 것이니, 더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더 멋져 보이고 싶기도 했다.

 

특히 의뢰인분들과 사무실에서 상담을 할 땐, 친절하고도 명료하게 말씀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덕분에 의뢰인분들께선 아직 재판 시작하기도 전이지만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며 좋아하셨던 것 같다. 

 

사무실 직원들과 수다 떨고 간식을 먹을 땐, 신기하게도 우리 짱꿈이 태동이 더 크게 느껴져서 직원들이 내 배를 만지며 짱꿈이를 불러 보기도 했었다. 비록 배 속에 있지만 짱꿈이도 함께 수다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 짱꿈이가 즐거웠구나 싶었다.

 

일과 태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사건 서면을 쓸 땐, 늘 사무실 내 방에서 평소에 안 듣던 클래식을 항상 틀어 놓았다. 적어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7~8시간 동안은 내내 들어서 그런지, 임신 후기 땐 모차르트, 바흐의 클래식은 거의 다 듣고 외울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그 음악이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그럴듯한 취미 생활도 없는 재미없는 내가 그 당시 집에 있었다 해도 딱히 클래식을 들으며 뜨개질을 하거나 독서를 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난 나름 괜찮은 태교를 하며 임산부 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슬이의 무의식 저 먼 곳에(?) 엄마의 법정에서의 변론 모습, 사무실에서의 상담 모습, 직원들과 수다 떨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예비) 워킹맘이신 분들이 계신다면, 분명 몸도 많이 고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말 멋진 태교를 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아기들은 엄마가 ‘자기와 함께’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던 모습을 넌지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p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