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8. 10:39ㆍ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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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3. 너는 나의 원동력
얼마 전 우리 집에 조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만해서 거실 한편에 두었다. 남편과 나만 있으면 손이 많이 갈 것 같아 장만하지 않았을 텐데, 집에 아기가 있다 보니 장만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해가 마무리되는구나 생각이 들어 돌이켜보니, 올 한 해는 정말 나에게 의미 있는 일들이 많았다.
올봄 3월엔 우리 슬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가진 후, 슬이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게 되어 4월에 복직하게 되었다.
육아휴직 후 슬이와 함께 보낸 약 20개월 정도는, 집에 있든 외출을 가든, 거의 슬이와 항상 한 몸(?)이 되어 생활했는데, 이제부턴 슬이도 내가 모르는 시간과 경험들이 생긴다는 게 신기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육아휴직 동안, 슬이를 온전히 돌보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은데, 가장 큰 깨달음은 ‘시간은 성실하게 흘러가고, 아기는 조금씩 부단히 성장한다.’는 점이다! 슬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슬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듯, 언젠가는 학교도 가게 될 것이고, 지금처럼 언제까지 내가 슬이 옆에서 24시간 있어 줄 수 없는데, 난 잘 성장하는 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을 1년 정도 예상했었고 사무실과 그렇게 조율했었는데, 막상 슬이가 돌이 되니 슬이를 어디 맡기고 출근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사무실 대표님께서 슬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나서 복귀하라고 해주셔서,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무사히 마친 후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복직한 첫 날, 내 책상에 거의 20개월만에 앉는데 꽤나 뭉클했다. ‘슬이 엄마’로 20개월을 보내다, ‘변호사 최진영’이란 명패가 있는 책상에 앉으니, ‘아, 내가 슬이 엄마이기도 하지만, 다른 직업도 있었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커리어우먼으로 먹는 커피는 육아를 하면서 먹던 커피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실 육아휴직 동안 나의 머릿속엔 슬이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슬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게 되었는데, 그런 나의 집착 아닌 집착이 나에게도 슬이에게도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현재 슬이 등하원 시간에 맞춰 업무 시간을 조정해 일을 하고 있는데, 슬이가 등원할 때, 늘 해주는 말이 있다. ”엄마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올게, 슬이도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선생님, 친구들이랑 놀고 배우고 와.”라고 말해 주는 것인데, 그러면 슬이도 밝은 모습으로 등원을 한다.
이런 슬이의 모습을 보면 나도 사무실에서 더 짜임새 있게 일을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양제, 홍삼 등도 나 자신의 건강과 업무 효율을 위해 더 잘 챙겨 먹게 되었다.
현재, 워킹맘으로 일한 지, 8개월 차에 접어든다. 아무래도 육아와 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몸이 고될 때도 있지만(물론 육아만 해도 몸은 고되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변호사로서의 역량도 조금씩 쌓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한계가 있을 순 있지만, 오히려 아기의 존재가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슬이에게 더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기도 하고, 슬이가 어린이집에서 있을 동안 직장에서 더욱더 열심히 시간을 보내서 성과도 내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중에 슬이가 조금 더 크면 ‘엄마는 꼭 슬이가 아니라도 엄마 나름의 성취가 있고 행복도 있으니 슬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육아휴직 후, 워킹맘으로 용기 내서 일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우리 사무실 대표님께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항상 응원해 주고 믿어 주는 남편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p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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