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7. 10:21ㆍ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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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커 가는 엄마+변호사
- EP2. 알고 보면, 결코 혼자가 아니었던 나
얼마 전 두 돌이 된 우리 슬이는 말복이 지난, 8월 말에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난 추위보단 더위에 취약했는데, 만삭 임산부로 한여름을 보낸 셈이다. 다행히, 7월 말~8월 초까지 2주간 진행되는 법정 휴정기에 맞춰 출산 휴가를 들어가 고생을 좀 덜 하긴 했다.
만삭의 몸으로 재판을 다녀올 땐, 법정 휴정기가 언제 오나 하고 기다렸지만, 막상 법정 휴정기가 되어 출산 휴가에 들어가니, 너무 덥기도 하고, 몸은 더 무거워져 외출도 잘 못해,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집에서 꼼짝달싹도 못 했었다.
기억나는 건, 이제 곧 태어날 슬이를 위해 그동안 미뤄 두었던 아기 옷과 손수건 빨래 및 아기 용품 준비를 부랴부랴 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최소한의 용품만 해 놓고, 태어난 아기의 상황, 기질에 맞게 그때그때 인터넷으로 장만을 했어도 됐겠다 싶다.
그렇게,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던 찰나, 출산예정일이 다가와, 산부인과에 입원해 슬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슬이를 출산하는 날 아침, 아파트 로비를 산책했었는데, 그때 본 맥문동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내 생애 첫 출산인 만큼,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얼마나 아플지 감도 오지 않았고,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슬이를 낳자마자, 본 슬이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은 생명체여서, 가여우면서도 놀라웠다. 그 당시 난 아직 조카도 없고 주변에서도 신생아를 본 경험도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아주 작은 생명체를 보고 경이로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난 아기에게 초유를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혔다. 당시 내 몸이 아직 완벽히 회복되기 전이었을 텐데도, 초유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 책임감으로 회복에 집중하기보다 병원 침상에서 유튜브로 모유 수유 방법을 엄청나게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쉽진 않았다. 일단 수유량도 많지 않았고, 그림책에서 보는 것처럼 엄마와 아기가 눈을 맞추며 아름답게 수유하는 모습이 되려면, 아기가 일단 좀 커서 힘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에서 퇴원하여 조리원에 입소하게 되었을 때는 외로움이라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했다. 그 당시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로 남편만 방문할 수 있고, 그것도 조리원 입실할 때마다 병원에서 시행한 PCR 검사를 제출해야 되었다. 엄격한 코로나 규제 분위기 속에서, 조리원 동기 모임은커녕, 식당엔 칸막이가 쳐져 있어 그 틈을 비집고 옆 산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실례인 분위기였다.
유일한 낙은 수유 시간에 아기를 보는 것과 주말에 오는 남편이었는데, 수유 시간도 수유량이 많지 않았던 난 아기에게 미안한 맘이 더 커져서 나중엔 수유 시간이 힘든 시간이 되기도 했었다.
고요한 조리원 생활을 끝내고, 여전히 작은 생명체인 우리 슬이를 안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집에 온 첫날, 부족한 수유를 채우기 위해 분유를 먹이는데, 분유 스푼을 잃어버려 멘붕이 왔었다. 이렇게 서툰 초보 엄마의 모습을 신생아인 우리 슬이도 안다는 듯, 많이 울었던 게 기억난다.
아기는 말을 못 해 우는 것으로 본인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일 텐데도, 그 당시엔 아기 우는 소리에 더욱 내가 작아지고 괜스레 미안한 맘이 들어 힘들었던 것 같다.
2시간마다 먹고 자고 아주 조금 놀다 울고, 그런 신생아 슬이의 패턴에 점점 지치던 난, 결국 집안 벽만 봐도 갑자기 눈물이 스르륵 나왔던 게 기억이 난다.
그래도 슬이가 100일 정도 되었을 때쯤, 정신적으로 많이 회복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땐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산후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빠지지 않았던 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먼저, 남편의 도움이 제일 크다. 지금도 너무 감사한 건, 슬이가 밤에 배고프다고 울면서 깰 때마다 함께 깨서 내 옆을 지켜준 점이다. 신생아는 2시간마다 수유를 해줘야 하다 보니 밤 중에도 자다 깨서 수유를 해야 했다. 밤에는 모유 수유를 해서, 남편이 딱히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옆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먼저 아기를 낳았던 주변 육아 선배들의 도움도 크다. 전화를 하든, 직접 집에 초대를 하든, 누군가에게 육아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친정 엄마부터 시작해서 아기를 낳아 키워 본 친구들, 직장 동료 등에게 전화를 해 하소연했을 때, 육아가 절대 쉬운 게 아니고 당연히 힘든 것이며, 특히 신생아 키우는 게 제일 힘들다고 다들 말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다들, ‘100일의 기적’, ‘돌 지나면 사람 된다.’, ‘두 돌 되면 친구 된다.’ 등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큰 희망이 되었다.
지금 두 돌이 된 슬이를 보면, 육아 선배들이 해줬던 말들이 거의 다 맞긴 하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과 육아의 어려움을 공유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 아기도 아주 조금씩 크고 있고,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란 생각과 함께, ‘엄마인 나’에 조금씩 익숙해지기도 하고 나름 나 또한 배우고 크고 있더라.
혹시나 지금 독자 분들 중 신생아 육아를 한다고 쓸쓸히 고군분투하고 계시거나, 아기를 낳기 바로 직전인데 다가올 육아가 두려우신 분들이 계신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절대 본인이 느끼는 이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 겪었고, 느껴본 감정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하는 것만 해도 맘이 한결 나아지며, 언제나 신생아일 것 같던 아기는 결국 크고, 우리 또한 엄마 역할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성장한다고.
Ep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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