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5. 거절하세요. 단, 정중하게 말이죠. by 이현욱

2024. 11. 13. 10:14법정보다 오피스: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커뮤니티'  '로글로그' 입니다.

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5. 거절하세요. 단, 정중하게 말이죠.

 

 

※ 저의 경험과 인식을 공유하기에 앞서 노파심에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본고에서 대단한 에피소드를 공유하지는 않겠지만,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겨냥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 속에서 언급될 이야기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회사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들에 대한 고찰입니다. 다만, 이 글이 특정 사람이나 부서와 연관되었다고 느껴질까 염려되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성했음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커피챗 시간에는곤란함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내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회사원'이 아닌 '변호사'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여러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곤 합니다. 법률적 지식과 책임을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때때로 다른 부서나 동료들에게 법률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오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곤란함은 사내변호사의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나의 역할과 회사에서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일단 개인적인 측면에서 겪는 곤란함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사내변호사로서 일하다 보면, 동료들이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법적 문제를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저를 편안하게 느끼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간단한 자문 정도는 흔쾌히 해 주곤 했습니다. 사실, 외부인인 저로서는 동료들과 친밀감을 쌓는 기회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 만료 발생할 있는 법적 문제를 묻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형사 처리 절차, 그리고 집안의 상속 문제나 근로 계약과 관련된 사안은 정말 빈번하게 듣는 질문들입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도 가능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는 편입니다. 저에게는 어렵지 않은 내용이더라도, 각자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니까요. 쉽게 답변할 있는 내용은 즉답을 하지만, 고민이 필요한 내용인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고,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을 두고 답변을 해주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저의 개인적인 자문을 고마워하였고, 저도 덕분에 동료들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정말 집요하게 자문 요청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상속 문제로 여러 차례 질문을 이어가며, 점점 복잡한 상황에 대해 세부적인 법적 자문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상속 재산 협의 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서류 작성까지 요구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변호사의 자문은 무료로 진행하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자문이 점점 구체적이고 복잡한 단계로 넘어갈수록, 그에 따른 책임 문제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없습니다. 만약 제가 무상으로 깊이 있는 자문을 제공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자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역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의로 동료를 돕고자 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무척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또한, 법률적 자문은 전문성과 시간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할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들이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문을 요청하게 되면, 점차 나의 책임과 호의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과중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중한 거절 배워야만 했습니다. 정중한 거절이란 위와 같은 곤란함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 문제는 개인적 친분으로 상담해 드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같습니다. 책임 있는 도움을 받으시려면 로펌에 문의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을 통해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는,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상 호의가 아니라는 경계 설정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당신에게 주던 자문은 호의에 의한 것이므로 이상은 응할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동료들은 정중한 거절의 뜻을 이해하고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이런 이상적인 마무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끈질기게 자문을 요구하며, 아무리 정중하게 거절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명확하게 설명해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중한 거절을 개인적인 불만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겠지요. 그러나 변호사로서 이러한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하고, 정중하게 거절해야만 합니다. 비록 매우 곤란하겠지만요.

 

다음으로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겪는 곤란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변호사로서라고 하기보다는, 법무팀의 일원으로서 마주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기업의 문제와 관련된 많은 일들은 결국 '법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 내에는 다양한 부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담당하는 업무인지 없는 수많은 회색 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모호한 영역 속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법무팀이 거론되곤 합니다. 규제가 명확하지 않거나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 조직 내에서 언제나 법무팀이 담당해야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팀은 회사의 모든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부서로 인식되기 쉬운데, 이는 법률적 업무가 아닌 관리적, 규제적 문제까지도 법무팀이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사례를 생각해 있습니다. 안전 관리 절차와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진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생겨났습니다. 회사가 전반적으로 안전 관리 문제에 신경을 쓰게 되었지만, 문제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안전 조치들은 생산 현장 부서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했지만,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안전 관리의 주된 책임은 현업 부서와 안전 관리 부서에서 나누어 져야 했고,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업무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원을 배정하거나, 명확한 책임 체계를 정비하는 데는 소극적이었습니다. 결국, "이거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야?"라는 질문이 조직 내에서 점점 커졌고,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를 서로 미루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법무팀이 자주 언급됩니다. 안전 규제와 관련된 법적 문제와 책임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법무팀이 이를 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겠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안전 관리 부서와 현업 담당자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법무팀은 자문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이 얽힌 문제라면 무조건 법무팀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겨난다는 것이 곤란한 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곤란함의 해결책도 결국, ‘정중한 거절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무팀으로서 법률적인 책임과 실무적인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무팀이 모든 문제를 떠안을 것이 아니라, 부서가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부분과 법무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중한 거절'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앞선 사례라면 이렇게 답할 같습니다. " 문제는 법무팀에서 직접 해결할 사안이 아니고, 안전 관리 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처리하셔야 부분입니다. 다만 법률적인 조언이나 규제 준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문을 드리겠습니다." 현업 부서와의 업무 조율 시에는 법무팀이 전담해야 하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법무팀이 자문 역할에 충실하되, 실무적인 책임은 부서가 분담할 있도록 명확히 안내해야 하죠. 때로는 이러한 경계 설정이 곤란하게 느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것입니다.

 

사내변호사로서 겪는 곤란함 주로 지켜야 혹은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중한 거절' 해결책이 있습니다. 가능한 거절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로펌 변호사와의 차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명확한 역할 구분은 사내변호사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동료들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이러한 곤란함은 사내변호사와 법무팀이 조직 내에서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할 있는 기회가 것입니다. 곤란하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거절하세요. , 정중하게 말이죠.

 

 

Ep 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