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1. 10:30ㆍ법정보다 오피스: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3. 지긋지긋한 출퇴근 극복기 : 싫다면, 페달을 밟아!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되던 시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정말 무섭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서울의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는 일은 매일이 도전이었습니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KF94 마스크를 쓴 채 보내는 시간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전거 출퇴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다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자전거 관련 주식이 급등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집에서 처음 근무했던 서울의 로펌까지는 약 25km 떨어져 있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자전거 출퇴근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니, 가는 데만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매우 부담스러운 거리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가 제 등을 떠밀었습니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쓰는 마스크는 정말 너무 싫었거든요. 제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어차피 1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거기에 30분 정도 운동하는 셈 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상쾌한 공기와 자연의 풍경은 저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특히 봄에는 벚꽃이 만개한 탄천을 지나며 출근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출근길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자전거 출퇴근의 특별한 장점입니다.
출퇴근 길에 자전거를 타면서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몸의 변화였습니다. 매일 50km 정도 자전거를 타는 것은 어마어마한 유산소 운동이었습니다. 꾸준히 자전거를 타면서 심장과 폐의 기능이 강화되고, 체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대나무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요. 더불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시간은 정신적 안정감을 주었고, 업무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업무 집중력과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충전되었으며, 퇴근하면서는 근무 시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집에 도착하기 전에 털어 낼 수 있었습니다.
변화는 또 있었습니다. 자전거 출퇴근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대단한 도전이었지만, 이를 꾸준히 해내면서 얻은 성취감은 자신감을 크게 키워 주었습니다. 매일 꾸준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게 해주었고, 이는 자기 관리 능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길에서 저는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을 느끼며, 새로운 도전에도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장점이 있었는데, 자전거 출퇴근이 제 마음속에 열정의 불을 지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회사에 다니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당시에 저는 일에 대한 열정은 점차 사라지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무미건조함만을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매일 밤 다음 날 아침이 기대가 되기는커녕, 이 무료한 삶이 언제까지 반복되려나 하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이 부분 에피소드는 EP.1을 참고해 주세요😏). ▶ 에피소드 1 연결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다음 날 아침이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출근 시간 타임 어택’ 때문이었죠. 처음 자전거 출근을 시작할 때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지만, 꾸준히 연습하고 익숙해지면서 시간이 점점 단축되었습니다. 출근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점차 저에게 하나의 놀이이자 도전이 되었습니다. 출근 시간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목표가 생기니 출근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어떨 때는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출근 시간을 1시간 안쪽으로 줄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몇 가지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우선, 출근 시간 동안 꾸준히 80~90rpm의 페달링 회전수를 유지하며 주행했습니다. 그리고, 전날 출근길의 주요 체크포인트의 주파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조절하여 최적의 페이스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또, 30~40분 구간에서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에너지바를 준비하여 해당 구간에서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이러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결국 출근 시간을 50분대로 줄였고, 그때의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비록 제 자전거는 가볍고 빠른 로드바이크는 아니었지만, 꾸준한 노력과 열정 덕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늘 대단한 목표만이 중요한 듯이 살아왔고, 그 뒤에는 번아웃과 권태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근 시간 타임 어택’은 달랐습니다. 대단한 목표 따윈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있었습니다. 1시간을 돌파하겠다는 순수한 목표와 페달을 밟는 단순한 행위, 그 뒤에는 권태가 아닌 열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수한 열정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지하철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갇힌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행위는 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불편하고 귀찮은 출퇴근 길을 기대감 가득한 길로 바꿨던 경험은,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로펌에서 오피스로 이직하는 용기까지 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회사 일은 늘 매우 바쁘고 스트레스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긍정적인 면은 없는지 부지런히 살핍니다. 긴 회의와 복잡한 법적 문제를 다루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배움과 성장에 집중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은, 마치 자전거 출퇴근 시간 단축의 쾌감과도 같습니다. 매일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그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라도 다른 긍정적인 효과와 연결 지으면 더 나은 경험으로 바뀔 수 있다는 깨달음을 상기하며, 저는 오늘도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Ep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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