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8. 12:18ㆍIntp변호사의 로펌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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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p변호사의 로펌에서 살아남기
- EP 7 : 대형 로펌 계급장을 뗀 나란 존재가 경쟁력이 있을까?
어느덧 2025년 봄이 되었다. 매번 느끼지만,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신비롭다. 추워서 세상이 다 얼어붙은 것 같더니 봄이 되고. 봄의 살랑살랑한 바람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니 말이다.
창밖의 봄기운과는 달리, 로펌 생활에서 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봄이 되면 파트너 승급과 성과급 배당이 기다리고 있다. 잘나가는 변호사에게는 승급, 성과급 잔치가 기다리고 있다면, 그렇지 못한 변호사에게는 그 반대의 뼈아픈 순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아는 선배 여자 변호사님이 로펌을 떠나게 되었다. 선배 변호사님은 “자신은 충분히 일했으니 이제 좀 쉬고 싶다.”라고 하셨다. 그 일을 계기로 나도 로펌을 떠나는 것에 대하여 상상해 보게 되었다. 나도 내년이면 50대가 되니 이런 생각 자체가 이상한 것도 아니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변호사마다 다양한 방식의 영업 형태가 있지만, 나름 선망의 대상인 큰 조직, 대형 로펌 소속의 파트너 변호사란 위치!! 어쏘 변호사 시절의 고단함을 견디고, 파트너 변호사로서 영업 압박에도 ‘존버’하고 있는 나란 존재. 그런데, 갑자기 로펌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찾아왔다.

70년대 후반생인 나는 “난 알아요”를 외치던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X세대로,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부모님, 선생님, 직장 선배들은 옛날 분들이었으니, 어린 시절부터 “튀면 안 된다.”,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하면 조직에서 언젠가는 인정받게 되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우리 부모 세대들이 바라는 자식의 삶은, 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그 직장을 평생 다니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기르고. 그렇게 살다가 은퇴를 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모 세대들은 은퇴 이후에도 마지막 직장의 호칭으로 불리면서 남은 인생을 살았다.
최근 인기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 나의 엄마 세대(우리 엄마도 애순이와 비슷한 연령인 52년생으로 심지어 제주도 출신이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 선배 세대(금명이가 60년대 후반생이니 내가 직장에서 주로 보는 선배들의 나이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부모, 자식 가족 간의 희생과 사랑이 주요 내용이지만, 그 드라마는 옛날 우리나라 분들의 대학, 취업, 성공, 출세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에서 금명이가 회사를 관두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엄마인 애순이가 걱정하는 것처럼, 나의 엄마도 어느 날 내가 힘들어서 로펌을 관두고 싶다고 칭얼대니 큰 조직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면서, ‘그래도 큰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냐’고, ‘참아보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우리 선배 세대에게는 평생직장, 큰 조직의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다시 나의 상상으로 돌아와서, 나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소위 대형 로펌이라 불리는 로펌의 변호사로서 살아왔는데, 로펌을 떠나는 순간, 즉 큰 조직의 후광에서 벗어나는 순간, 과연 나란 존재, 인간 주현영, 그냥 변호사 주현영은 얼마나 경쟁력이, 브랜드 가치가 있을까?

사실 우리는 어떠한 분야에 대하여 잘 모를 때, 그 분야의 큰 조직을 막연히 신뢰한다. 자신이 그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한 고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고, 일단 큰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그래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봄바람이 부는 청계천을 걸으며, ‘어디에 속하지 않은 변호사 주현영을 찾아줄 고객이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생의 초가을에 접어들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그러면서,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후배들에 대한 생각도 해 보았다.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지 모를 후배들에 대해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치열한 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게 안쓰럽기도 했다.
최근에 “김변호사”라는 사이트에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로펌 생활에 대하여 안내하는 강연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사이트 운영진이 <로글로그>의 내 글을 읽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로펌에서 그럭저럭 지내는 내 경험담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소위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잘나가는 사람을 옆에서 관찰해 본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강연을 승낙했다. 잘나가는 사람은 기본적인 능력이 출중해서 왜 내가 잘나가는지 잘 모르거나, 잘나가지 못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골프를 배울 때도 원래부터 잘 치는 사람은 ‘사람인데, 왜 그 동작을 못하지?’라고 생각하여, 몸치들을 절망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듯이 말이다.
그 강연을 준비하면서, 나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니, 매 순간 아쉬운 점이 정말 많았다. 계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변호사의 일생도 매 단계마다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고,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듯이 역량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 우리는 늘 변신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사실 살아 보지 않았으니 그 순간에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그 당시에는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면, 강연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겠다.
1. 사랑받는 어쏘 변호사가 되는 법
이미 해당 내용은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으니, 궁금하면 그 에피소드(바로가기) 를 참고해 보시길. 그날 강의한 내용의 핵심은 사랑받는 어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파트너로서의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어쏘와 파트너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며, 조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느끼는 거지만, 어쏘 변호사로 뛰어난 사람과 파트너 변호사로서 뛰어난 사람은 분명 다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것과 조직의 중간 관리자로서의 역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2. 성공하는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법
이 부분도 이미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으니, 궁금하면 그 에피소드(바로가기)를 참고해 보시길. 그날 강의한 내용의 핵심은 파트너 변호사로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한지만, ”조직은 나를 평생 책임져 주지 않는다. 살아남지 못한다면 일정 연차 이후 엑시트(exit) 계획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인생은 계절의 변화처럼 늘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따른 역량을 기르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더구나, 요즘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제2, 제3의 직장과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변호사 업계 역시도 그 변화의 속도가 상당한 것 같다.

인생의 봄,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후배들이여! 조직에 충실하면서도 나만의 색채와 개성을 반드시 가져보자. 지금 돌아보니, 그저 조직의 일원으로서 대세에 따르는 삶을 살며, 조직의 타이틀을 뺀 진정한 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당신이 좋은 조직에 몸담고 있든지, 그런 조직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갔든지, 그런 조직에 관심이 없든지, 나만의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직 내에서 충실히 업무를 다하되, 나의 장점을 발전시켜 나만의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조직 내에서 이기적이 되라는 것과는 다르다. 나만의 브랜드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나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치열한 여름을 지나 가을의 열매를 맺기 위하여, 그리고 추운 겨울을 나만의 행복으로 채울 준비를 위하여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 자신의 색채와 개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인생은 기니까.
그렇지만 나는 안다. 지금까지 봄여름이 그저 지나간 것만은 아니란 걸. 그 사이사이 나이테처럼 내 지식, 경험, 노하우, 인간관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땀과 눈물로 단단해졌을 거란 걸. 그 모든 자양분이 주현영이라는 멋진 열매를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하며 매년 봄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p 8.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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