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0. 10:07ㆍ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살기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 살기
- Ep 1. 워케이션 떠나기
영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The Lincoin Lawyer) 는 제목 그대로 운전기사가 있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와 소송 이야기다. 같은 제목의 미국 드라마도 벌써 시즌 2까지 나왔는데 영화와 드라마 시즌1의 줄거리는 거의 유사하다. (이 글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내용이 섞여 있다). 영화를 보면 변호사가 왜 링컨차를 타는지 나오는데, 솔직히 좋은 이유는 아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조금 있어 보이려고 운전기사까지 고용해서 링컨차를 타고 다니며 부자 의뢰인을 만나려는 게 그 속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운전할 시간에 사건 자료를 봐야 할 정도로 변호사가 너무 바빠서 운전기사를 고용하게 되는 스토리가 시즌 1에 소개된다. 그리고 또 주인공이 형사전문 변호사라서 LA 전역의 사건을 수임하느라 기동성을 위해서 링컨차를 타고 운전 기사를 고용했다고 나오기도 한다. 여하간 주인공 미키 할러 변호사가 링컨차를 타고 운전기사를 고용한 이유는 자동차의 뒷좌석에서도 일을 하기 위해서란 게 포인트다.
미키 할러 변호사는 크게 분류하면 개업 변호사에 속한다. 기업에 고용된 사내 변호사가 아니라, 본인 이름으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개업 변호사인데, 같은 개업변(개업 변호사의 줄임말)으로서 영화를 보며 공감하는 것도 있고 줄거리와 상관없는 어떤 궁금증도 생겼다. 자동차 뒷좌석, 그러니까 결국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면, 혹시 휴가지에 가서 일을 하는 건 어떨까.
여기까지 글을 읽으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 텐데 바로 ‘워케이션 (Workation)’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과 휴가를 같이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워케이션을 검색해 보면 각 지자체에서 지역 관광 활성화 차원 등의 목적으로 워케이션을 지원하는 정책 기사도 꽤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핫한 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워케이션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재택근무는 엄밀하게 말하면 워케이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근무 형태가 더 빨리 보편화되고 워케이션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개업 변호사로서 링컨차의 뒷좌석이 아니라 휴가지 또는 관광지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영화처럼 형사전문 변호사라서 피의자(또는 피고인) 등을 만나야 하고 계속 재판 등에 출석해야 한다면 업무는 자동차에서 할지언정 관할 법원, 검찰청 또는 경찰서를 떠날 수 없겠지만, 만약 그러한 제한이 없다면 또는 인터넷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개업 변호사라면 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변호사의 출석을 필수로 하는 업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면(그리고 개업 변호사는 어느 정도 일정 등을 조정할 수 있다. 개업 변호사는 피고용인이 아니라 셀프 고용인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반드시 법원 등에 물리적으로 붙어 있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영화 <스위밍 풀>(Swimming Pool)은 유명한 작가가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으려고 프랑스 남부에 있는 어떤 별장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역시 영화의 줄거리와 전혀 별개의 감상이지만,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서 오히려 휴양지에 가다니, 나는 이 부분에서 나만의 감상 포인트를 찍었다(물론 영화는 미스터리 장르로, 줄거리 전개는 전혀 예상 밖이다).
모든 변호사는 아니지만, 개업 변호사는 업무의 성격을 다양화하거나 일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조정한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처럼 업무적으로 형사전문도 하고 있지만, 업무 등의 조정을 통해 개업 변호사의 ‘워케이션’을 직접 실행에 옮겼다
내가 워케이션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업무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항상 고민하는데 이것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이다. 워케이션을 결정하고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일정’이다. 언제 떠나고 얼마나 있을 것인지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당연히 업무 일정이다. 그래서 재판출석 부담이 없는 법원의 휴정기와 겹치게 일정을 짜는 게 편리하다. 하지만 법원 휴정기는 일반적인 휴가철과 겹치므로, 성수기 여행의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여행 계획이 사람마다 다르듯, 워케이션 계획도 사람마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말레이시아로 약 1개월 동안 다녀오기로 결정했고 이 글도 말레이시아에서 쓰고 있지만, 글이 공개되는 시기는 일상에 컴백한 후다. 워케이션 결정을 하고 며칠 정도 알아본 후 바로 떠났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고, 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워케이션 동안 꼭 완료해야 하는 업무 목록을 정하는 것이었다. 자칫 워케이션이랍시고 시작했으나, 일도 안(못)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여행을 한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채 한 달이 지나버리는 게 최악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 만은 반드시 끝내고 와야 한다는 일의 목록을 정하고 업무 필수품인 노트북 등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다. 그리하여 2024년의 첫날을 새로운 환경과 함께 시작했는데 개업변이기에 과감하게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 올해 나의 다짐은 개업변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워케이션에 적당한 업무와 일정 관리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Ep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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