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 살기 Ep 4. 개업 변호사의 워케이션 현지 여행 체험 by 고봉주

2024. 8. 21. 11:18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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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 살기

- Ep 4. 개업 변호사의 워케이션 현지 여행 체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는 일단 포스터가 굉장히 예뻐서 한눈에 들어오는데, 푸른 하늘과 연보라색 건물, 녹색 야자수의 조합이 밝고 경쾌한 영화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쨍한 햇빛 같은 질감과는 달리 내용이 마냥 밝지 않고 오히려 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던진다.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트 디즈니 월드가 1967년경 건설될 때의 프로젝트 이름이면서 동시에 홈리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의 이름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즉, 이 영화는 월트 디즈니 월드가 있는 플로리다 주(州)의 중부에 위치한 올랜도에 있는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싸구려 모텔의 주된 투숙객들인 하층민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마파크인 월트 디즈니 월드 근처에 살면서도 정작 그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로, 월트 디즈니 월드가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월트 디즈니 월드와 함께 세계에서 유명한 테마파크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스튜디오 및 테마파크로 유명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외에 일본, 싱가포르 등 몇 개의 특정 국가에도 있는데, 이번 워케이션을 떠나기 전에 가보려고 미리 염두에 둔 곳은 바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위치한 이 곳은 말레이시아에서 다녀오기에 최적의 거리다. 말레이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조호르바루(Johor Bahur)’라는 지역은 싱가포르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로 한국의 부산에 해당하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좁은 해협을 두고 바로 남쪽은 싱가포르가 위치해 있는데, 말 그대로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조호르바루에서 해협 건너에 있는 싱가포르가 진짜 보인다. 조호르바루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조호르바루 한 달 살기, 조호르바루 투자 이민’ 이런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조호르바루는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관광지다.   

 

조호바루에서 바라본 싱가폴의 야경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 위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를 가는 방법은, 싱가포르에 며칠 묵으면서 테마파크를 다녀오는 게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조호르바루까지 한 번에 즐기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한국에서도 각 지역에 살면서 당일치기로 수도권에 있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다녀오는 것처럼, 조호르바루에 며칠 동안 숙소를 잡고 그중 하루를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에 다녀오는 일정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조호르바루에 살면서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즉 매일 싱가포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주중에 테마파크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짜면서 의도치 않게 조호르바루-싱가포르로 출퇴근하는 삶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는데, 그 여행기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일단 조호르바루에서도 싱가포르와 인접한 국경 근처에 가까운 호텔을 숙소로 정하는 게 당연히 시간상이나 거리상으로도 편리하다. 조호르바루-싱가포르 당일치기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우리(나와 일행들)는 싱가포르에 가서 신나게 놀고 그날 안으로 다시 조호르바루로 컴백해야 하는 일정이라서 이른 아침에 호텔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행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 외국인은 추측건대, 조호르바루에서 장기간(?) 여행 중인 은퇴자로 보였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듯 매우 가볍고 편한 차림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그 외국인을 싱가포르 입국 심사장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마치 동네 마실 가는 차림으로 국경을 건너 바람 좀 쐬고 오는 느낌이랄까. 두 지역이 옆 도시에 가듯 비교적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생활권이라는 방증이다.  

 

   

 

우리는 두 지역을 오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출입국 심사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시간 남짓 걸리는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실제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은 교통량에 따라 다르지만 차가 막히지 않는 경우에는 버스 이동시간은 40~50분 정도로 기억한다. 조호르바루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가 싱가포르 국경에서 일단 하차를 한 후 입국심사를 마치고 다시 그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 여정이다.

 

   조호르바루에서 버스를 탈 때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미리 확인해서 현금으로 정확하게 준비를 해야 요금을 더 내는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다. 만약 버스 요금으로 큰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은 십중팔구 못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버스 기사한테 거스름돈을 요구하면 마치 거스름돈이란 것은 당연히 없는 것처럼 말하는데, 굳이 거스름돈을 받고 싶으면 뒤에 타는 손님들로부터 네가 알아서 받으라는 태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의 좁은 통로에 서서 현금을 내는 손님을 기다리며 거스름돈을 챙기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버스 요금에 딱 맞게 현금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두 번째 주의할 점은 버스 요금을 이중으로 내지 않으려면 종이 버스표를 잘 보관해야 한다. 싱가포르 국경에서 일단 하차 후 입국심사를 거친 다음 다시 버스에 탑승할 때 그 버스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이것은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로 가는 버스를 탈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리고 두 지역의 환율 차이로 인해 버스로 같은 거리를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지만, 조호르바루에서 탑승한 버스는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인 링깃으로 요금을 내고(예를 들어 3링깃), 싱가포르에서 탑승할 때는 싱가포르 달러로 요금을 내기 때문에(3싱가포르 달러), 결과적으로 버스 요금은 환율만큼 차이가 난다.

 

    드디어 약 2시간 정도 걸려서 싱가포르의 터미널에 도착하면 센토사 섬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는데 우리는 이번에도 버스를 이용했고, 30여 분을 달려서 드디어 센토사 섬에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반나절도 안돼서 국경을 넘어 테마파크에 도착했다는 점이 나름 신선했는데, 단점은 테마파크에 입장하기도 전에 좀 지친다는 점?! 그럼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지구본을 마주하니 여행의 흥분이 되살아 나서 힘을 내어 놀 수 있었다. 1월 말경에 있는 중국 명절이 되기 전에, 즉 성수기가 아닌 날짜로 일정을 일부러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정말 많았고 1월의 싱가포르 햇빛은 작열하는 태양 그 자체였다. 비수기에 이 정도 관람객이라면 ‘대체 성수기에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리 다운로드 받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앱을 이용하여 폐장 시간까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덕분인지 우리는 통상 방문객들의 후기에서 읽은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어트랙션 입장에 성공했다. 진짜 최선을 다해 놀았다고 할 수 있다.

 

   

 

항상 그렇듯, 노는 것은 정말 즐겁지만, 열심히 논 만큼 피로는 한꺼번에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는 조호르바루-싱가포르 당일치기 일정이 약간 버겁게 느껴졌으나, 여하간 우리는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므로 역시 부지런히 움직여서 아침에 겪은 행로를 정확하게 반대로 하여 무사히 조호르바루로 밤늦게 컴백했다.

 

    이렇게 하여, 말레이시아(조호르바루)-싱가포르 두 국가를 매일 오가면서 출퇴근하는 현지 사람들과 함께 평일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경험을 해보았는데, 솔직한 심정은 하루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테마파크에서의 체력 소모가 있어서 더 힘들었던 점도 있겠지만, 국경을 매일 오가는 여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요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경로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일이 출입국 심사 과정인데, 이것은 개인이 일찍 출발한다든가 어떤 노력을 해서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소요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통근 시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보였다. 조호르바루로 컴백하는 국경 버스 안에서 싱가포르에서 일을 마치고 조호르바루로 퇴근하는 현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고단함을 느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를 다녀온 다음 날 조호르바루에서 쇼핑몰 관광까지 한 후 무사히 쿠알라룸푸르로 복귀하였고, 말레이시아에서 마지막 일정까지 마친 후 드디어 1개월의 워케이션 여정은 끝이 났다.

 

    내가 워케이션을 떠나기 전에 미리 정했던 일정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가 유일했는데, 구체적인 날짜나 방법은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계획을 세웠다. 이번 워케이션 기간 동안 새로운 경험으로 실내 암벽 타기도 있는데, 암벽 타기가 의외로 나와 잘 맞아서 그 후 한 번 더 탔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원한다면 실내 암벽장에 갈 수 있지만 굳이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시도하게 된 이유는, 마침 암벽 타기를 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아마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에의 도전이 더 용이한 마음가짐 덕분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긴 일정 같았던 1개월이 ‘이렇게 짧다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애초에 계획한 일은 얼마나 완수를 했는지, 혹시 새로운 경험 앞에서 주저한 것은 없었는지 아쉬운 마음으로 일기를 쓰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지금 워케이션의 마지막 편을 쓰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여행을 다녀온지 벌써 반년이나 지나서 현재는 그때의 감흥이 많이 사라졌지만, 글을 쓰기 위해 기억을 되살리자 그 당시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작년 말에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워케이션을 즉흥적으로 결정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그때의 결단력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자칫 기억 속으로만 끝날 수 있는 경험을 지면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개인적으로도 매우 뿌듯한, 조금은 독특한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