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8. 19:49ㆍ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살기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개업변호사의 영화처럼 살기
- Ep 3. 개업 변호사의 워케이션 음식 체험
워케이션의 본질은 일보다 ‘여행’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일’에 방점을 둔다면 굳이 효율성이 제일 높은 사무실을 두고 다른 장소에서 무슨 뻘짓이냐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음식’이다. 나는 이번에 말레이시아를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니었기에 말레이시아 (고유)음식은 당연히 여러 번 먹어 봤는데도 갑자기 지인으로부터 말레이시아 음식이 뭐냐는 질문을 들으니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약했던 나의 무심함이 큰 이유지만, 그래도 굳이 변명을 하자면 말레이시아는 다수 민족 국가답게 여러 국가의 음식들이 존재한다.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으로 말레이인(55%), 중국인(30%),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서(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참조), 음식도 크게 말레이계 음식, 중국계 음식, 인도계 음식으로 분류할 수 있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매우 많은 이국적인 음식들이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말레이시아 ‘고유’음식은 결국 말레이계 음식을 의미한 것으로, 내가 여기서 소개하려는 음식은 인도계 음식이다.
영화 <파운더>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주식회사의 창업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대략 알고 있던 사실인데, 맥도날드 주식회사는 최초 창업주인 맥도날드 형제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반강제적으로(?) 맥도날드를 양수한 ‘레이 크록’이란 인물이 세운 회사다. 그가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성공시키고 맥도날드 주식회사를 만들었으며 돈방석에 앉은 사람도 ‘레이 크록’이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에서 햄버거와 맥도날드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미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음식이고 이를 대표하는 고유명사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말레이시아의 인도계 음식은, 인도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물론 인도 음식과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타국의 일반인 입장에서 편의 상 생각하면 그렇다는 의미고, 이하에서 언급하는 음식에 대한 소개는 일반인 수준의 주관적인 경험임을 미리 밝혀둔다), 그렇다면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인도 음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추측컨대, 대부분 ‘난, 커리, 탄두리 치킨’ 등을 떠올릴 것이고, 그 이유는 한국에서 접하는 인도 음식들이 대개 저 범주에 있기 때문에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 음식은 남인도 음식과 북인도 음식으로 구분할 수 있고, 북인도 음식은 파키스탄 음식과 비슷한데, 그 이유는 남아시아 지도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동부에 걸친 광대한 고원 지대를 펀자브라고 하는데, 세계 곳곳에 인도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들이 이 펀자브 지역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펀자브는 단일 지역이었으나 1947년에 영국에서 독립할 때 강대국이 편의 적으로 이 지역을 동서로 분할하면서 단일 지역이 서쪽의 파키스탄령 펀자브와 동쪽의 인도령 펀자브로 나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키스탄 음식과 북인도 음식은 거의 겹치고, 우리나라에서 인도 음식점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파는 음식들은 거의 대부분 펀자브 지역에 속하는 북인도 음식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파키스탄 식당에서 파는 음식도 북인도 음식과 비슷하므로, 결국 해외에 있는 인도 식당은 그 주인이 파키스탄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도 비로소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이번 워케이션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음식점은 파키스탄 레스토랑으로 알고 갔는데, 간판을 보니 정통 파키스탄&북인도 요리(Authentic Pakistani & North Indian Cuisine)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그 때는 간판의 의미를 알지 못했고, 나중에 남인도 음식점도 방문해 보고 지인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식당의 주인은 파키스탄 사람이었지만 음식은 내가 한국에서 인도 음식이라고 알고 먹은 것들과 비슷했다. 물론 여기서 먹은 음식이 당연히 파키스탄 음식(북인도 음식)에 가깝고 한국에서 먹은 음식은 이미 한국식으로 현지화 되어 두 개가 같다고 말하는 것도 어폐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간판에 Authentic(정통)이라고 적어 놨으나, 동행 인의 말에 의하면, 완전히 Authentic은 아니고, 여기 음식도 조금 더 가공이 들어간 맛이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파키스탄이나 인도에 가서 인도 요리를 먹은 게 아니고, 말레이시아에 있는 파키스탄&북인도 음식을 먹은 것이니 100%의 Authentic은 아니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번 외식도 인도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Little India(리틀 인디아는 차이나타운 같은 지역이다)’에 갔다. 첫 번째 갔던 식당은 파키스탄 레스토랑으로 보기 때문인지 리틀 인디아에 있는 식당이 아니었는데, 두 번째는 아예 리틀 인디아에 위치해 있었다. 이 식당은 간판에 ‘Authentic Indian Chettinad Restaurant’ (정통 인도 체티나드 식당) 라고 적혀 있었는데, Chettinad(체티나드)는 인도의 지역 이름으로, 여기는 남인도 음식점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해외에 인도 음식으로 알려진 것은 대부분 파키스탄과 북인도에 걸친 펀자브 요리가 그 중심이기 때문에 남인도 음식은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커리, 빵(난, 로티, 도사, 이들리 등)’이 나오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비슷하게 느껴졌고, 다만 ‘밀즈’라고 해서 쌀밥, 빵, 반찬이 한번에 같이 나오는 백반 세트와 비슷한 요리가 있는데, 밀즈가 바나나 잎에 올려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바나나 잎에만 올려져 나왔을 것 같지만 지금은 쟁반에 바나나 잎을 깔고 그 위에 백반 세트를 올려서 바나나 잎을 데코처럼 사용한다. 나는 남인도 음식점을 처음 갔기 때문에 백반 세트에 해당하는 ‘밀즈’를 시켰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그 후 말레이시아에서 놀러 간 휴양지 겸 관광지에서 방문한 인도 식당은 간판에 아예 ‘PUNJABI’라고 적어서 펀자브 지역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고 파키스탄&북인도 음식이라고 추측했고, 실제로도 처음에 갔던 파키스탄 식당의 음식과 비슷했다. 이것을 봐도 인도 외 지역에서 인도 음식이라고 알려진 것은 펀자브 지역의 파키스탄과 북인도 음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는 미슐랭 2스타 셰프인 안드레 치앙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면서 싱가포르에 있던 본인의 식당(레스토랑 안드레)을 폐점하기까지의 여정과 그 후 새 출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미슐랭 2스타 셰프에서 알 수 있듯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안드레의 음식들은 예술에 가깝게 느껴지고, 오히려 안드레가 아내가 탐탁지 않아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종종 찾아가는 작은 식당에서 시켜먹는 국물 있는 면요리 한 그릇이나, 안드레가 본국인 대만으로 돌아간 후 나이트 마켓(야시장)에서 사먹는 음식들이 개인적으로 더 인상 깊었다. 아시안 요리에 흥미가 생겨서 보게된 다큐멘터리였는데 정작 셰프 안드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깊은 감흥을 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 체험을 상기시켜 준다. 덧붙여, 태국 영화 <헝거>도 음식을 소재로 꽤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데, 이 영화도 여러 의미에서 여행지의 음식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워케이션이든 베이케이션(Vacation)이든 음식은 빠질 수 없는 경험이자 체험을 넓히는 기회이다. 워케이션이라는 명분으로 타지에서 길게 머무른 덕분에 막연하게 인도 음식으로만 알고 있던 음식들에 대해 다양한 식당을 가보면서 직접 먹어보고 체험하며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수정하고 견문도 넓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워케이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워케이션 주제의 마지막 글로, 그 안에서 떠난 여행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Ep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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