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8. 17:51ㆍ강변호사의 소소한 육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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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변호사의 ’소소한 육아 단상’
- EP 2. 시험관 시술로 출산을 했습니다.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비혼주의자였던 남편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함께 겪은 뒤 이런 말을 했다. 요즘은 출산, 육아에 대한 힘듦만 너무 강조되는 시대라고, 왜 아무도 출산, 육아의 기쁨과 행복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거나 알려주지 않냐고. 이에 대해 나의 가까운 지인은 과거에는 오직 출산, 육아의 기쁨과 행복만이 강조되었다며, 현재를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의 과정 중 반(反)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출산, 육아를 경험하려면 당연히 ‘임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나는 늦은 결혼으로 시험관 시술의 도움을 받았다. 혹시나 사내변호사로 일하며 시험관 시술을 고민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그간의 내 노력과 소요된 시간, 알게 된 사실과 체험한 감정을 공유해 본다.
시험관 시술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정자와 난자를 각각 채취하여 체외 인공수정한 배아를 2~5일간 배양한 후 여성 체내로 이식하여 임신이 되도록 돕는 시술을 말한다. 남성의 정자 채취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것에 비해 여성의 난자 채취는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며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과배란 유도 및 억제 호르몬 주사를 며칠간 스스로 맞아야 하고 그에 따라 난소 속 난자가 잘 성장하는지 병원 초음파로 수차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이식 전 통상 5~8회 병원 진료).
병원 방문 예약에 맞춰 연차 및 난임 휴가를 사용했는데, 초음파 관찰을 통한 몸상태에 따라 다음 병원 일정이 그때그때 정해지기 때문에 규칙적이지 않은 주 1~3회 진료 일정을 회사 업무 스케줄과 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려운 난자 채취 과정 이후 수정이 되어 2~5일간 배양된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하게 된다. 배아가 잘 착상되어 임신 상태가 유지되는지 혈액 및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그 때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내 경우 1차 시술시 총 16회, 2차 시술시 총 10회 진료를 받고 2차 시술 후 임신 사실이 안정적으로 확인되자 난임 병원을 졸업하고 출산 병원으로 전원했다.
둘째, 시험관 시술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사실
1) 최근 신생아 10% 정도가 난임 시술로 태어난다는 점, 2) 시험관 시술의 경우 첫 회 성공률은 15~30%이고 3~4회 누적 성공률은 25~60% 정도라는 점, 3) 2024년부터 대부분의 난임부부가 소득에 무관하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생각보다 시험관 시술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4) 법률혼 부부만이 아니라 소정의 증명서를 제출하면 사실혼 부부도 시험관 시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 5)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미리 난자 냉동을 해 두는 미혼 여성이 점점 늘고 있고(최대 보관 기간 5년), 이후 결혼해서 해당 냉동 난자를 이용한 임신 성공 사례가 주변에서 더러 확인된다는 점, 6) 소위 난임 부부가 아닌 20~30대 이른 결혼을 한 사람들도 계획 임신을 위해 시험관 시술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점.
셋째, 그 과정에서 체험한 감정들
1) 감사함 2차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하여 무사히 출산한 사실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40대 이상의 고령 임신에 대한 각종 비관적인 자료와 통계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비관적인 자료와 통계들의 출처를 찾아보면 최소 5~10년 이상 지난 데이터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세계 최고인 한국 시험관 의료 기술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에, 최근의 만 40세 이상의 고령 여성의 시험관 임신 성공률은 과거의 통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2) 간절함 1차 시험관 시술은 기다림과 두려움 속에서 자연유산으로 끝이 났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주로는 하강 코스였다. 난임 병원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간절함의 공기는 너무 무거웠다. 임신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간절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 이는 지나고 보니 식단조절, 영양제, 운동 등의 다른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었다.
3) 경이로움 새 생명의 탄생을 몸소 체험하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주수별 발달사항을 초음파 진료 및 각종 검사로 확인할 때는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어김없이 정상적인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양쪽 손가락과 발가락도 전부 5개씩이었다. 아마도 유전적 요인일 평균에 비해 다소 짧은 대퇴부 길이와 큰 머리둘레도 꾸준히 관찰되었다. 스스로가 너무 소중해서 이기적이기까지 했던 필자가 배 속의 태아와 출생한 아기를 나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느끼게 되는 과정이 신비로웠다. 소중한 내 아기를 보며 헌법 교과서에 보았던 모든 인간의 존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됐음을 고백한다.
육아의 힘듦은 분명히 상존하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얻고 키우게 된 지금 ‘확실하고 분명한’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태어난 지 8개월인 지금, 잡고 일어나는 것에 한창 재미를 느껴 한시도 가만있지 않으며, 그 와중에 엄마를 보면 방긋방긋 웃어주고 이내 손을 뻗어 안아달라고 기어오는 내 아기. 옛 시골할머니들께서 왜 손주들을 ‘똥강아지’라고 불렀는지 진심으로 알게 됐다.
내가 태어나서 경험하고 이룬 모든 행위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출산한 것이라 믿는다. 빠른 시일 내에 일과 출산·육아가 양립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제도와 공감대가 갖춰져, 힘듦 뿐만 아니라 기쁨과 행복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조화롭고 여유로운 인식(이를테면 정반합의 ‘합’)이 널리 안착되기를 소망한다. 소중한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EP.3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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