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변호사의 ’소소한 육아 단상’ - EP 3. 불편한 동거 생색내기 by 강정화

2024. 6. 5. 09:35강변호사의 소소한 육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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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변호사의 ’소소한 육아 단상’ 

- EP 3. 불편한 동거 생색내기

 

 

원래 이번 3회차 글부터는 출산 이후의 경험을 쓰려 했다. 그런데, 출산 한 달 전까지 회사를 다니며 임신 과정을 보냈던 강렬한 체험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생경했던 그 경험들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임신 준비 중인 분들께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EP3. 불편한 동거 생색내기> 시작한다.

 

먼저, 입덧. 입덧이란 임신 중에 느끼는 구역 및 구토의 증상으로, 주로 임신 초기에 발생하는 소화기 계통의 증세를 말하는데, 대다수 임신부들에게 나타나며 개인별로 그 발생 시기가 다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출산·육아 카페나 블로그에서 입덧의 종류를먹덧(계속 먹기)‘, ‘토덧(먹고 구토), ’체덧(먹고 체함)‘ 등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내 여동생의 경우 조카를 임신했을 때 토덧이 출산 직전까지 지속되는 바람에 오히려 출산 직전 몸무게가 임신 전보다 줄어 가족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카는 3.8kg의 우량아로 태어났다. 자매 사이에 입덧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는 항간의 속설이 있어 나 역시 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 평소 식욕과 식탐이 심한 상태에서 입맛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로만 입덧을 경험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저녁에 어떤 메뉴를 먹을지 생각하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었던 나에게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생경한 경험이었다.

 

둘째, 손발의 부종 및 저림. 임신 중 손발이 붓고 저리는 증상에 대해 단순히 알고는있었으나, 미처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임신 중후반기 손발의 부종 및 저림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는 인대와 연골, 자궁을 느슨하게 만들어 출산을 용이하게 하는 릴렉신 호르몬의 작용과 태아의 양수 및 산모의 혈액량이 합쳐져 체내 수분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내변호사들이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근육은 어디일까? 아마도 회사 메일 수발신, 자문 및 소송 자료 확인 및 작성, 기타 보고서 작업 등으로 키보드, 마우스를 쓸 때 사용하는 손목근육, 모니터를 주시하는 근육,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니 허리근육 정도가 아닐까. 임신 중기가 되자 종아리 이하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굵어져 한 치수 큰 신발을 사 신어야 했고, 손이 부어 결혼반지는 거의 빠지지 않을 지경에, 목도 부었는지 목걸이 길이가 짧아져서 숨을 쉴 때마다 목 위로 오르락내리락 했다. 팔다리가 저릴 뿐만 아니라 마비되는 느낌에 잠에서 깨기 일쑤였고, 다시 잠들기도 어려웠다. 똑바로 자려고 누우면 배가 허리를 압박해서 옆으로 잘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한 치수 늘린 일반 운동화로는 다리의 불편감을 해소하지 못해서임산부 운동화 추천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브랜드의 해당 유명 제품을 구매하여 신었다. 산전 마사지를 통해 순환 관리를 받았고, 손목 통증이 유난히 심해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끊거나 캔 음료를 따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 파라핀 온열 마사지 기계를 사서 수시로 사용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통증 완화 효과는 있었다. 이러한 육체적 고통을 옆에서 말로 듣긴 했으나 체감할 길 없는 남편은 나를 유난스럽다며 장난스레 놀렸지만, 알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임신, 출산한 로스쿨 동기며 대학 동창 모두 파라핀 기계를 집에 들였다고 했다. 궁하면 스스로 찾게 되는 법이다. 결혼반지는 임신 중반부에 미리 빼 두는 것을 추천한다. 안 빼고 버티다가 결국은 병원에서 결혼반지를 절단했다는 슬픈 사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 나는 잠자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가족 및 가까운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5이내에 스르륵 잠드는 재주가 있다. 기억나는 소아 시절부터 늘새 나라의 어린이 8~9시에는 꼭 잠들었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는 10시에 자느라 당시 인기 있는 미니시리즈 드라마 본방사수를 할 수 없어 다음날 입담 있는 친구들로부터 스토리를 전해 듣곤 했다.

 

태아의 성장과 발육을 위해 산모를 쉬게 하기 위한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임신 기간 동안 쉽게 피로감이 느껴지고 일찍 졸렸다. 임신 전에는 평소 10:30쯤 잠들었는데, 임신 후에는 다음날 출근을 위해 무려 8:30라는 초저녁에 일찍 잠들곤 했다. 사내변호사 업무는 맑은 정신으로 판단,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최대한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출산 한 달여를 남겨놓고 출산 및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제목에서 밝혔듯 나는 나중에 내 아이에게 낼 생색을 분명히 기억하고자 이 글을 썼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고통스러운 임신, 출산, 육아의 경험을 잊고) ’둘째를 갖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내 어머니는, 이모는, 외숙모는, 일찍 결혼했던 친구들은 왜 이러한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던 임신 과정들을 자세히 들려주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흘려들었던 것은 아닐까 엄격히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그렇다. 아마도 그들이 그 사실을 잊어서가 아니라, 과거의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현재의 큰 기쁨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 아이가 자라면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될지 궁금해진다.

 

 

EP.4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