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2.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해외여행 준비하기 by 홍정기

2024. 5. 14. 11:1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2.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해외여행 준비하기

 

1. Intro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자 삶의 가장 큰 낙인 해외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여행의 일부로서 즐기기 때문에, 먼저 이 과정부터 소개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EP 1. (Prologue) 나의 취미 이야기>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에 몰입하는취미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어가 안 들리고 한글 간판이 보이지 않으며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한 해외 위주로만 여행을 다니려고 합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여행이란 해외여행을 의미합니다.

 

2. 여행의 시작과 준비

 

저에게 여행의 착수는 비행기표 예매입니다. 비행기표를 예매한 순간부터 숙소 예약 및 여행책 구입, 리서치 및 계획표 작성 등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실행의 착수 전의 '예비·음모' 단계로 동행을 찾거나 단체 자유 여행(단체 배낭 또는 세미패키지) 상품을 검색하기는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여행임에도, 아직 온전히 혼자 가본 적은 없습니다. 타지에 혼자 간다는 불안과 두려움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밤에 맥주 한잔 하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또 돌아와서 추억을 복기할 동행이 있어야 그 행복이 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행 또는 상품을 찾고, 일정을 맞추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후에는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여행지를 정했다면 바로 서점에 가서 여행책을 두어 권 정도 구매하고,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유튜브 등에 책보다 더 많은 정보가 넘쳐나지만, 전체적인 개요를 잡고 동선을 짜는 데에는 아직 책이 편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동시에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서 사 모으기 시작하는데, 이때 스스로 창출하는 수요가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어, 보유한 카메라들보다 더 최신의 경량화된 카메라 또는 렌즈, (보통 동행이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에) 셀카를 위한 도구 또는 스스로를 본뜬 피규어, 휴대하기 편하면서 디자인도 좋은 가방, 수납 및 보안이 뛰어난 여행용 지갑, 여행지에 어울리면서 편한 옷, 화장품 샘플과 신박한 일회용품 등을 거의 매 여행 때마다 새로 구매합니다. 그래서 여행 비용도 상당히 증가하고, 캐리어 공간도 점점 부족해지지만새로 산 아이템들은 대부분 여행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로 음식과 함께 등장하는 늠름한 피규어

 

이렇게 소비와 시작되는 여행의 준비 과정은 떠나기 한참 전부터 일상에 설렘과 즐거움을 가져다줍니다.

 

3. 여행 준비의 꽃, 계획 짜기

 

저의 MBTIE 또는 I-NTJ인데, 사실 여행할 때만 J입니다. 아마 테스트를 할 때 P or J 관련 질문에서 여행 계획을 짜는 저를 상상하면서 답변했나 봅니다. 그렇지만 여행 때만큼은 누구보다 파워 J인데, 준비물 리스트도 유럽 1주일을 기준으로 보통 170가지가 넘고, 같이 여행 다녀온 친구들은 이 계획표 좀 봐!”라며 지인들과 돌려보기도 합니다.

 

보통 여행 때마다 동행과 공유할 구글 계정을 만들고, 구글 시트에 계획표를 작성합니다. 이러한 계획표는 전체 일정, 세부 일정, 쇼핑 리스트, 준비물 등의 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부 일정 탭이 가장 중요한데, 책과 인터넷 등 모든 곳에서 수집한 정보가'단권화' 되어 있고, 각 일자별 날씨 및 예약 정보까지 전부 기재되어 있습니다. 조금 특이한 탭은 바로 패션 탭인데, 어떤 날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떤 가방에 어떤 준비물과 카메라를 넣고 다니면 좋을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곳입니다.

 

비교적 세로 길이가 짧은 스위스 여행 계획 인터라켄 세부 일정 발췌

 

이렇게 여행 갈 때만 J가 되는 이유는, 여행이 삶의 가장 큰 낙이지만 길게 시간을 낼 수 있었던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누리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의 계획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이를 정리하여 여행지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만든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lan B C도 물론 준비되어 있지만, 계획이 틀어진다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며, 여행지에서 즉흥적이고 과감한 일정 변경도 자주 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현장에서의 상황 판단이 만나 더 멋진 plan D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부작용은, 너무 공부를 많이 한 탓에 이미 와본 곳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현지 가이드마냥 동행 앞에서 설명이 길어지고는 합니다.)

 

4. 여행을 계획하는 팁

 

처음 계획을 짜 본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의 여행부터 분 단위의 촘촘한 일정과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나름 완벽에 가깝게 준비되었던 것 같지만, 경력의 축적과 인터넷 콘텐츠의 발전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은 계속 변화하였습니다. 그중에서 참고하기 쉬운 노하우(라고 하기엔 너무 별것 아닐 수 있는) 몇 가지만 소개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동선 짜기. 저처럼 짬 내서 거액을 투자하여 휴가를 다녀오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이러한 경우 효율성이 더 절실해집니다. 일단, 방문하는 나라 혹은 도시에 관한 여행책을 골라서 구매한 후, 1회독을 하면서 꼭 가고 싶은 곳들을 구글맵에 표시합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관광지는 별표, 맛집 및 카페는 깃발, 그 외 쇼핑(기념품, , 디저트 등)은 하트로 표시를 해 둡니다. 이렇게 등록을 한 후 지도를 축소하여 전체적으로 보면 표시된 곳들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cluster)가 한눈에 보이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즐겨찾기가 반영된 거시적인 동선을 짜거나 최적의 숙소를 고르기 용이해집니다. 그다음에는 각 클러스터 주변에 우연히 보이는 고평점의 스폿(spot)들을 등록하거나 유튜브 또는 블로그 검색을 통하여 발견한 곳을 추가하면서 살을 붙여 나갈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도쿄여행만을 위한 구글맵

 

 

맛집 등록. 색다른 경험을 하러 떠나는 타지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식문화 체험이죠. 물론, 꼭 가야 하거나 미리 예약을 해둔 식당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매일, 모든 지역에서, 세 끼를 전부 그러한 곳만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일단 위 방법대로 클러스터를 뼈대로 한 동선을 그리고, 아침 점심 카페 저녁 술집 각 시간대에 제가 있을 위치에서 평점이 높거나 가고 싶은 맛집을 전부 등록해 둡니다. 그러고 나서 여행 당일 가장 당기고, 줄이 없는 곳을 방문합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나름 효율성과 유연함을 모두 갖춘 방법이랍니다.

 

영국에서 맛보는 Full English Breakfast & Tea

 

 

추천 준비물. 역시 대단하지는 않고 자잘한 것들이지만, 여행책이나 블로그 등에서 흔히 소개해 주는 것 외에 제가 도움을 받았던 준비물 몇 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① 먼저,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은 에어캡 또는 뽁뽁이를 챙겨 가시면 깨질 수 있는 기념품이나 술 등을 구매하였을 때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잘 포장해 주는 곳들도 있지만, 여행지나 가게에 따라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기 때문에 몇 장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필요 없어지면 버리고 오기에도 아깝지 않습니다. *소나 *팡에서 저렴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② 긴 줄 자물쇠도 종종 도움이 됩니다. 가끔 어쩔 수 없이 잠깐 짐을 두고 자리를 비워야 하거나 (호텔, 사설 보관소 등에) 짐을 맡길 때 여러 짐을 함께 묶어 두기 좋습니다. 물론, 얇아서 쉽게 끊을 수 있으니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놓였고, 무게나 부피가 휴대하기에 부담되지 않아 좋았습니다. ③ 그리고 저는 바디워시 거품이 잘 나야 기분 좋게 샤워할 수 있어서 항상 묵는 숙소의 수만큼 샤워볼을 챙겨가고, 아침에 씻으면 젖기 때문에 다른 숙소로 이동할 땐 버리고 갑니다. 무인*미니 샤워볼이 크기와 가격 부담이 없어서 추천합니다. ④ 마지막으로 종이비누입니다. 공중화장실에 핸드워시나 비누가 없는 여행지가 많아서 찝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종이비누를 상시 휴대하면 이러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답니다.

 

5. 다음 편 예고

이번에 여행 가기 전 준비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으니, 다음 글에서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떠한 것을 중요시하는지 등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해 드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그런 경험은 별로 없어서 아마 저의 여행 취향과 가치관에 관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p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