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4. 인생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는 취미 by 홍정기

2024. 8. 28. 11:57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4. 인생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는 취미

 

1. Intro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의 촬영 및 편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실제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 번 일상을 찍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때문에, 사진이 특별히 시간을 내어 몰입하는 취미라고 하기에는 예전보다 조금 애매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또 같은 도구를 가지고도 유독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그냥 사진을 찍을 줄 아는 대부분의 사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 그리고 직업 사진가의 경계를 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와인을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취미로 따로 공부하며 마시는 사람 및 직업 소믈리에(sommelier)와 비교할 때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집 앞에 주차 후 안전하게 찍은 사진

 

 

이번에는 사진을 취미로 할 때의 장·단점과, 카메라(또는 사진기)가 따로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로 저의 15년 지기 취미, 사진에 대한 소개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2.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것

 

취향과 예술적 민감도의 차이 때문에 사진이 누구에게나 적합한 취미는 아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와인 자체가 맛이 없거나 와인들 사이 맛과 가치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남기는 것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화질과 구도의 차이에서 오는 아름다움의 격차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생의 한 컷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거나, 시각적 민감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취미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특히 저처럼 여행을 좋아한다면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멋진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낭만적이고 생생하게 담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다르 바다 오르간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며

 

 

위 사진은 크로아티아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에 자리를 잡고 노을을 기다릴 때 찍은 사진입니다. 파도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잔잔하면서도 자기주장이 있는 불협화음이었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고, 10월의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만들어 내는 바다 향기까지 더해져 모든 것이 평화롭고 완벽한 오후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중해 물결에 멋지게 부서지는 햇빛과 그 곁을 지나는 수수한 요트는 생크림 케이크의 체리처럼 화룡점정이었죠. 당시 카메라가 없었거나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았다면 눈앞에 펼쳐진 그 낭만의 조각을 밀도 있게 담아 왔을 자신이 없습니다. 엉성한 사진만으로는 그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요.

 

(좌) 수많은 카페 또는 음식 사진 중에 골라 본 비교적 소소한 사진 / (우) 조금 더 인위적인 SNS 감성으로 찍어 본 카페 사진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다들 찍는 카페 또는 음식 사진처럼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예쁘게 기록했을 때의 뿌듯함도 상당합니다. 평범한 음식을 더욱 맛있어 보이게 찍었다면 SNS에 자랑하기도 좋고요. 음식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은 별것 없긴 하지만, 나중에 간단히 소개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석촌 호수를 걷다 찍은 벚꽃과 롯데월드타워

 

 

그냥 길을 걷다가 왠지 예뻐 보이는 장면을 포착했을 때는 지금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기도 하죠. 감성 넘치는 메신저 프로필 배경 하나 뚝딱(!)입니다.

 

물론, 사진을 취미로 할 때의 단점도 있는데, 카메라가 무겁다 보니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체력 소진이 빠르다는 점,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점, 결혼식 및 행사 때 부탁을 받게 된다는 점 등을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여행 막바지에는 지친 탓에 숙소에 카메라를 두고 나갈 때가 많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밖에 없어 후회하는 순간이 꼭 생깁니다. 아쉬웠던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스타벅스 프라하성점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Ep 2>의 피규어 사진 이죠. 이러한 고민 때문에 여행 때마다 카메라 경량화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카메라 고르는 팁 부분에서 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아웃 포커스(out of focus),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첫 번째 이유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이하 폰카라 하겠습니다)는 작은 화면에서 보면 어떨 때는 카메라로 찍은 것인지 헷갈릴 만큼 좋은 결과물을 보여 줍니다. 물론 하드웨어의 발전도 조금은 있었지만, 이는 사실 인공지능 기술까지 더해져 크게 발전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마치 극복하는 것 같은 눈속임이 가능해진 덕분이죠.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아웃 포커싱을 흉내 내는 최신 폰카들의 인물 사진 모드입니다. 피사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배경은 흐리게 촬영하는 아웃 포커스 기법(또는 현상)은 사진에 감성과 원근감을 더해주고 인물 사진을 마치 화보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죠.

피렌체에서 망원 렌즈로 찍힌 스냅 사진

 

 

이렇게 피사체에만 초점이 얕게 맞도록 하는 아웃 포커스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센서가 클수록, 더 망원 렌즈일수록, 조리개가 밝게 열릴수록 구현이 잘 되고, 폰카의 작은 센서와 렌즈로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통해 폰카 사진의 배경도 마치 아웃 포커스처럼 흐리게 보정해 주는 것이 바로 인물 사진 모드입니다.

 

왼쪽은 폰카의 인물 사진 모드로 촬영  /  오른쪽은 카메라로 촬영

 

 

이러한 자동 보정 기술의 정교함이 점점 좋아져서 요즘은 얼핏 보면 마치 카메라로 찍었나 착각이 들 때도 있고, 위 비교 사진을 보고 비슷한데?”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거나 확대해 보면 피사체와 배경의 경계가 무너진 부분도 있고, 배경을 인위적으로 뭉갠 흔적도 찾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찍었을 때처럼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더 흐려지는 원근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지도 못하는 것 같고요.

 

왼쪽은 폰카의 인물모드로 촬영  /  오른쪽은 카메라로 촬영

 

 

그리고 같은 장면이더라도 아웃 포커스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의 깊이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양질의 아웃 포커스를 포기하지 못하여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게 되는 것이죠. 카메라를 취미로 시작하면 보통 가장 재미있고 신기해하는 것도 바로 이 아웃 포커스라고 합니다.

 

 

4.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다른 이유들

 

아웃 포커스 외에도 센서가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닐 이유는 많습니다. 화질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설명을 하면 너무 길어지지만 여러모로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하기에도 훨씬 유리합니다. 폰카로 찍을 때에도 어두운 곳에서 밝게 찍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그냥 그 즉시 과도한 보정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같은 수준으로 보정한다면 훨씬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밤에 불 다 끈 방에서 작은 테이블 조명 하나 켜고 찍은 사진 (무보정)

 

 

이렇게 카메라가 따로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다양한 성능의 렌즈를 선택 및 교환해 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렌즈에 따라 아웃 포커스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웃 포커스 그 자체보다 더 핵심적인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비싼 렌즈를 여러 개 구매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선택권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차이인 것 같습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 나타난 슈퍼문 (크롭 68mm 준 망원)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여러 화각의 렌즈가 달려 나오기 때문에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독립적인 지위가 조금은 더 위협을 받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위나 아래와 같은 사진들을 보면 렌즈에서 오는 차이도 아직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광각 사진을 폰카로 촬영하면 주변부 왜곡이 굉장히 심하게 나타납니다.

 

스위스 하더쿨룸에서 촬영한 인터라켄 일부 (크롭 14mm 광각)

 

 

5. 다음 편 예고

 

인물 사진 모드며, 여러 화각의 렌즈며 폰카가 DSLR이나 미러리스와 같은 카메라의 기능을 흉내 내기 위해 노력 중이고, 그 노력들 덕분에 폰카의 성능을 엄청나게 높여 주었습니다. 휴대성과 편의성까지 생각하면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이제 여행 때에도 카메라를 포기하고 스마트폰만 들고 가는 게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만 산다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같은 실력일 경우, 카메라 사용법만 익힌다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될 수도 있고요.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다면, 카메라와 함께 사진을 취미로 시작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다음 편에서 카메라 고르는 법과 그다음 편에서 사진 잘 찍는 팁으로 그 시작을 도와드리겠습니다.  

 

 

Ep 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