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3. 여기서만 보고, 마시고, 살 수 있는 것들 by 홍정기

2024. 7. 10. 11:08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3. 여기서만 보고, 마시고, 살 수 있는 것들

 

1. Intro

 

<EP 2.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해외여행 준비하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 여행이란 해외여행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해외여행만 다니기 때문에 저의 여행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여기서만이 되었습니다. 그 여행지에서만 볼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먹고 마실 수 있는 것, 살 수 있는 것 위주로 찾아다니는 것이죠.

 

없는 시간을 쪼개서 다녀오는 귀한 휴가이기 때문에 이국적인 자극을 효율적으로 다양하게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를 고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멋진 건축물과 자연, 근본 있는 술과 음식, 그리고 매력적인 문화와 쇼핑까지 경험할 수 있는 유럽을 가장 선호하고, 시간과 자금이 제한적일 때는 주로 일본을 다녀옵니다. 그래서 이번 글도 휴양지 등 다른 곳들보다는 유럽과 일본 여행에 좀 더 적합한 내용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며 읽어 주시면 더 공감하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2.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

 

과거에는 에펠 탑, 콜로세움, 영국 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고 또 그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는 데 의의를 두는 관광이 성행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 관광지만 단기간에 도장 깨기 식으로 방문하며 인증샷을 찍기 좋은 패키지 여행 상품이 많기도 했고요.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곳들은 명성답게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찾아갈 가치가 있으며,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그런데 사실 외국에 가면, 꼭 어디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트램과 신호등부터 걸어 다니는 사람들까지 대부분이 한국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죠. 유럽은 위도가 높아서인지 고개만 살짝 들어도 손에 닿을 듯한 낮은 하늘이 보이고, 산이 없는 지평선 저 끝에 걸쳐 있는 구름에는 왠지 올림포스 신전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부다페스트 자전거 신호등

 

이처럼 요즘은 특별히 어디를 가지 않고 거리를 걷거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해도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그런 낯섦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됩니다. 주변 환경 자체가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으로, 작년 스위스 여행 때도 유명한 전망대에 올라가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보다 알프스에 둘러싸여 트레킹을 한 것이 압도적으로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행복을 다시 느끼러 이 글의 원고를 제출하고 또다시 스위스로 출발할 예정일 정도로 말이죠!

 

 

3.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것

 

한때는 식도락도 여행의 큰 재미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음식의 본고장에서 현지 재료와 현지인의 솜씨로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 자체에 설렘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맛집도 열심히 찾았고, 예약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식당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인지, 세월과 함께 저의 동심(?)이 사라져서인지, 코로나19 이후로는 옛날과 달리 외국에서 크게 맛있거나 설레는 경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운 세미드라이 레드 토카이 와인 (부다페스트 어느 바에서)

 

그래서 이제 음식보다는 오히려 술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신선도가 중요한 맥주, 적도를 지나 변질되는 와인, 한국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너무 비싼 위스키 등은 여전히 외국에서 맛보는 메리트가 있고, 여행의 낭만을 한층 더 높여 주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마저도 유통 기술의 발전 때문인지 옛날만큼의 감동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맥주 공장이나 위스키 증류소 등 양조장 위주로 더 강한 자극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더블린 공장의 기네스는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그 맛을 한번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너무 컸던 기대 때문인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한국에서 기네스 우수 취급점(?)만 찾아다녔던 탓인지 생각보다 맛의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장 감동적인 맥주를 맛보았던 곳은 체코의 로켓(Loket)이라는 작은 마을의 스바띠 플로리안(Svaty Florian)이라는 가족 양조장입니다. 눈도 감고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던 제 인생 최고의 맥주였습니다. 특히, 흑맥주보다는 살짝 연한 로켓의 ‘smoked’ 맥주는 국내에서는 영원히 맛보기 어려운 천상의 맛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서 맛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체코 로켓에서 마신 맥주 두잔 (오른쪽이 smoked)

 

그 외에도 여러 양조장을 다녔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양조장 특집등을 통해 더 소개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

 

여행지에서 살 물건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 역시 여기서만 살 수 있는가?’입니다. 가격 차이가 첫 번째 기준이 아닌 이유는 웬만한 가격 차이보다는 여행 비용 자체가 더 크고, 여행지에서 보낼 특별한 순간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가격 차이 때문에 물건을 사러 이동하고, 그 물건을 또 들고 다니고, 한국까지 들고 오는 수고스러움 등이 더 손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렇지만 여행 비용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는 수준의 가격 차이라면두 번째 기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명품과 술이 있습니다. 특히, 술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좋은 아이템인데, 무겁고 깨질 수 있다는 점이 흠입니다.

 

그리고 모든 여행지에서 통일된 아이템 하나를 기념품으로 가져오면 전시해 두거나 추억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기념품을 구입하지 못한 곳도 많고 다시 가기 어려운 여행지들도 있어서 이 부분이 아직도 많이 후회스럽습니다. 요즘은 가능하면 코스터를 꼭 두어 개 이상씩 사 오려고 하는데, 제가 평소 차나 술 등 음료를 즐겨 마시기도 하고 부피를 차지하지 않아서 정말 괜찮은 기념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헝가리에서 구매한 두 종류의 토카이 와인

 

 

5. 다음 편 예고

 

과거 다녀온 여행들과 또 앞둔 여행들을 생각하며 작성한 덕에 <Ep 2> <Ep 3> 해외여행 편은 쓰면서도 계속 설렜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여행 경험과 정보를 더 많이 나누지 못하여 마무리하기 아쉽기도 합니다. 소개 예정인 취미들을 모두 공개한 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해외여행 편 각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제로는 여행 갈 때 아주 유용한, 저의 오랜 취미 사진에 대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사진 찍을 때 알아 두면 좋은 카메라의 기본 원리,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유용한 팁, 스마트폰 카메라와 DSLR(또는 미러리스)의 차이, 카메라 고르는 팁 등 이번 해외여행 편보다 조금 더 유용한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내용에 맞게 주로 하나의 나라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다음 글에서는 실력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위하여 더 예쁜 사진들로 골라야겠습니다.)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과 내 신발)

 

 

Ep 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