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4. 11:10ㆍ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로글로그' 입니다.
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2. 과감히 도전하여 성장의 기회를 잡아라
성격이 급한 탓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 로펌에 입사하였고, 한 달도 못 미치는 송무 경험 끝에 회사로 들어가 사내변호사로서 실무 수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험 합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펌 소속 변호사로 기록을 검토하고 서면을 작성하는 것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기업 소속의 변호사로서 출근한다는 건 또 다른 자극이었습니다. 직장 경험이라고 할 만한 이력이 없었기에 오피스 환경 자체가 새롭고 신선했던 것이지요.
처음 출근한 날 느낀 점은 법무실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본인이 하는 업무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받길 원하는 사업부 소속 직원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한참이고 보면서 즉각적인 답변이 술술 나오는 선배 변호사님들의 모습에 상당히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내가 저 역할을 하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노력 한들 저들의 모습처럼 될 수는 있는 걸까?’하고 말이에요.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불쑥 찾아와 당장 답을 달라는 식의 검토 요청에 대해서는 ‘정리된 질의를 먼저 공유 받고 검토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후 살펴보아야 한다’는 선배 변호사님과 법무실장님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여하간 직급 막론, 누구 할 것 없이 법률적인 검토를 받겠다고 찾아오는 직원들을 보면서 회사는 변호사의 역할이 꼭 필요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부의 답답함을 해소하여 주는 실장님과 선배 변호사님을 보면서 이곳에서 잘 성장하여 회사에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법무실장님과 선배 변호사님은 수습도 떼지 않은 저를 앉혀 두고 하나하나 알려 주시고 지도해 주셨습니다. 처음 한 달간은 검토의견서를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전 단계인 리서치를 담당하거나 기록을 보고 메모를 작성하는 업무를 주로 하며 실질적인 사내변호사 업무 수행을 위한 기본에 대해서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내변호사가 제너럴리스트로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소양 등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무엇부터 시작하면 되는지에 대하여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설렘보다는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법무실장님과 선배 변호사님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한 발짝 한 발짝 사내변호사로서의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입사 한 달이 지났을 즘, 선배 변호사님께서 이직을 하게 되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휴직을 하신 변호사님이 돌아오시기에는 몇 개월이라는 기간이 더 남았었기에 충원이 되기 전까지는 법무실장님과 그리고 회사에 들어온 지 갓 한 달이 지난, 아직 수습 기간이 지나지도 않은 제가 법무실을 꾸려 나가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실장님과 선배 변호사님 밑에서 일을 배워 나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선배 변호사님이 이직을 하신다니! 당분간은 선배 변호사님이 하셨던 역할의 아주 일부분이라도 내가 해야 할 텐데 할 수 있을까?’ 등등 너무나도 고민이 깊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눈치껏 알아서 나가야 하는 건 아닌지, 또는 ‘지금이 그나마 도망갈(?) 기회이고 회사도 이해해 주지 않으려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잔뜩 겁을 먹고 며칠을 보냈는데 선배 변호사님은 이런 저를 눈치채셨는지 “지 변호사, 할 수 있어. 내가 없는 게 지 변한테 오히려 기회일 수 있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워낙 철석같이 믿고 따르던 분의 말씀이었기에 그 이후에는 어떻게든 버틴다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막막했던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선배 변호사님의 말씀처럼 저는 정말 많이 성장해 있었고, 후배 변호사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습니다.
충원이 될 때까지 거진 3개월의 기간 동안 저는 법무실장님과 함께 법무실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어느 달은 정기적으로 체결된 자문 계약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적도 있었을 만큼 최대한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였고, 그러다 보니 더 빠르게 기업 법무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부를 직접 만나 회의를 하고 미팅을 할수록 그 준비 과정에서 빈틈이 없도록 공부해야 하기에 계속 부딪히고 깨지는 기회가 많을수록 빠르게 성장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저연차 변호사에게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잡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감한 도전과 적극적인 자세가 변호사로서 성장에 엄청난 동력임을 깨달았고 그것이 저의 초심이라면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저연차 변호사의 경우에는 중요도 있는 업무가 단독으로 주어지지 않아 수행하는 업무 측면에서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기회는 있고, 결국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과감히 도전하여 성장의 기회를 쟁취하시기 바랍니다.
Ep 3.에서 계속........
'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3. 신입 사내변호사, 할 일이 없을 때는 뭘 해야 할까? by 지희선 (2) | 2024.09.12 |
---|---|
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1. 나는 왜 사내변호사를 선택했을까? by 지희선 (51) | 2024.05.29 |
작가소개 - 변호사 지희선 (0) | 202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