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외국 변호사의 한국 적응기 Ep 3. 캐나다에 살땐 몰랐던 한국의 지리적 특권 - 일본 소도시 다카마쓰와 태국 푸껫 방문기 by 권현진

2024. 8. 14. 11:27캐나다 출신 외국변호사의 한국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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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외국 변호사의 한국 적응기 

- Ep 3. 캐나다에 살땐 몰랐던 한국의 지리적 특권 - 일본 소도시 다카마쓰와 태국 푸껫 방문기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후, 한국이 제공하는 지리적 특권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인접 국가로 손쉽게 여행할 수 있다. 이는 캐나다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함이다. 캐나다는 국토 면적이 넓어 국내 주요 도시들 사이의 거리도 멀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도 미국 하나뿐이라 해외여행은 마음먹고 휴가를 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캐나다 로펌에서 일했을 때는 연간 10일 정도의 휴가를 받았고, 그 시간 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로의 여행이 손쉽게 가능해졌다. 최근 다녀온 다카마쓰와 푸껫 여행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었다.

 

▶ 다카마쓰 여행기

 

최근에 다녀온 첫 번째 도시는 일본 소도시 다카마쓰다. 다카마쓰는 '우동현'으로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으로, 에어서울 항공을 이용해 비교적 저렴한 비행기표로 1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소도시는 식도락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내가 묵었던 도미 인 다카마쓰 추오 코엔마에 내추럴 핫 스프링호텔은 대욕장과 노천탕이 있어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욕탕에서도 아주머니들이 목욕 바구니로 자리를 맡아 놓지 않고, 항상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캐나다와 한국과 달리 일본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온천에서도 아주머니들이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다녔고, 온천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수건을 머리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향긋한 사과향이 너무 좋았던 사과탕

 

온천탕에 사과를 띄워 놓았는데, 일본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팔에 비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사과탕이 피부 개선에 좋다고 믿는다고 한다. 사과 향이 은은하게 퍼져 몸도 마음도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온천 후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 라면과 온 소바는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다카마쓰는 소도시라서 높은 건물보다는 낮은 주택들이 많았는데, 골목골목이 정돈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동네 개들도 짖지 않았다. 주인처럼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용히 지내는 것 같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반겨 주는 곳들이 많아서 후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국가 특별 명승지 중 최대 규모의 아름다운 리쓰린 공원

 

다카마쓰 리쓰린 공원에도 방문했는데, 나무들과 정원이 예쁘게 조경되어 있었다. 공원의 명물인 키쿠게쓰테이찻집에서는 녹차와 말차를 판매하는데, 키쿠게쓰테이에서 바라보는 난코 연못이 아름다워 꼭 방문해 티타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연못에서는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어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키쿠게쓰테이 찻집의 말차티

 

 

호텔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다카마쓰 항에서 쇼도시마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포켓몬의 나라 일본답게야돈 페리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한다. 나는 섬을 투어하는 버스를 이용해 섬을 둘러봤는데, 가이드가 일본어로 설명해 무슨 얘기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사근사근한 말투가 일본에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기억에 남는 장소는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촬영지인 올리브 공원이다. 하얀 풍차와 저 멀리 보이는 바다, 그 앞에 펼쳐진 초록 올리브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념관 안에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빗자루를 무료로 대여해 줘서,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마법 빗자루를 타고 점프하며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다카마쓰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우동이다. 쫄깃하고 탱글한 면발은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신세계의 맛이었다. 우동 때문에라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사진보다 훨씬 맛있었던 쫄깃 탱글 우동

 

▶ 태국 푸껫 여행기

 

푸껫에서의 여행은 SSI 국제 스쿠버 단체에서 발급하는 오픈 워터 & 어드밴스드 (open water & advanced, 오픈 어드) 자격증을 따기 위한 도전이었다. '버블버블 다이브'라는 한인 업체를 통해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받았고, 라차 섬과 피피 섬 등 아름다운 바다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깊은 바다에서의 다이빙 경험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푸껫으로 떠나기 전 목이 따끔거려 이비인후과에서 목감기약과 항생제를 처방받았는데, 물속에서 이퀄라이징을 수시로 해야 하기에 기관지 건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목감기 약은 다이빙 중 목이 아플 때 유용하니 상비약으로 꼭 챙겨가길 바란다.

 

또 한 가지 팁이라면, 푸껫의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필터 샤워기를 챙겨가길 권한다. 대부분의 호텔에서 필터가 하루 이틀이면 빨갛게 변할 정도로 수돗물의 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다.

 

첫날은 수영장에서, 나머지 3일은 바닷속에서 오픈 어드 교육을 받았다. 오픈 자격증을 따려면 필기시험을 봐야 하는데 (어드 자격증은 필기시험이 필요하지 않다.), 50문제 중 80% 이상 맞추면 통과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SSI 앱을 통해 미리 온라인 교육을 듣고 가면 수월하게 패스할 수 있다. 교육은 여러 언어로 제공되는데 내가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영어로 강의를 들었다. 다이빙 마지막 날 흔들리는 배 안에서 멀미를 참으며 필기시험을 보았다.

 

교육 첫날, 다이빙 업체 사장님이 한국인 입맛에 맞춘 유명한 국수집쏨짓국수에 데려가 주셨다. 물면과 비빔면을 시켜 봤는데, 물면은 풍미 있는 쌀국수 맛이 나고 비빔면은 팟타이처럼 달달하고 맛있어서 푸껫에 오면 꼭 가 보길 추천한다.

 

아침 식사 후 3m 깊이의 수영장에서 다이빙 장비 착용 및 해체하는 법을 배웠다. 물속에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입으로만 숨 쉬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코로 숨을 쉬는 바람에 수영장 물을 많이 마셔 몇 번이나 교육 도중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물을 조금 먹일 수는 있어도(?) 절대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프렌드십(friendship)이라는 배에 몸을 싣고, 라차 섬으로 다이빙을 하러 갔다. 프렌드십은 배폭이 좁아서 파도가 조금만 쳐도 흔들렸고, 화장실 바닥으로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배가 많이 흔들려서 뱃멀미도 나고 다이빙 장비 세팅이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이빙을 하는 내내 주방 이모님이 온갖 음식과 간식을 챙겨 주셨는데 흔들리는 배에서 신기할 정도로 퀄(?)이 높은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다이빙 촬영

 

셋째 날에는 어드 교육으로 더 깊은 수심(18m)에 도전했다. 난파선 같은 다양한 구조물들을 통과하는 재밌는 경험도 하고, 오토바이 모형에서 멋진 사진도 남겼는데 이날 특히 많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머메이드(mermaid)라는 비교적 큰 배를 타고 피피 섬 근처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진행했다. 다행히 배가 커서 멀미는 많이 나지 않았다. 어드 교육의 마지막 날인 만큼 조금 더 깊은 수심인 24m까지 도전에 성공했다. 조류가 센 구간에서는 아무리 핀을 파닥거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지만, 강사님이 손을 꼭 잡고 잘 끌어 주셔서 같이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또 상승 전에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암초를 붙잡고 있었는데, 바로 밑에 독이 있는 스톤피쉬(stonefish)가 있어서 닿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치명적인 독이 있는 스톤피쉬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에서 강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다이빙의 아쉬움을 달랬다. 푸껫에서 생활하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캐나다에서 20년 동안 살아 봤기에 해외 생활의 외로움을 공감할 수 있었다. 배 앞머리에서 사진도 찍고, 석양도 보며 아름다운 푸껫 바다를 만끽했다. 그날따라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쁘게 보였다.

 

문득 캐나다에 살았다면 이런 경험을 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현재 한국에서의 내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살며 다양한 가까운 나라들을 손쉽게 여행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권 덕분에 이전에는 꿈꿀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나라이지만, 주변국들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큰 장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접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는 한국에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카마쓰와 푸껫에서처럼 특별한 경험들을 하며 한국이 제공하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이러한 여행들은 단순히 관광을 넘어, 내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삶이 주는 지리적, 문화적 특권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풍부한 경험을 쌓아가며, 나만의 특별한 한국 적응기를 계속 써 내려가고 싶다.

 

 

EP.4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