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7.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위스키와의 인연 by 홍정기

2024. 12. 25. 20:16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변호사들의 진짜 세상사는 이야기 '변호사 커뮤니티'  '로글로그' 입니다.

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7.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위스키와의 인연

 

 

1. Intro

최근 위스키의 인기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색한 사이였던 위스키와 친해진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그 매력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데리고 왔습니다.

사진 편은 너무 정보 전달에 치우쳤던 것 같아서, 이번 위스키 편은 조금 더 캐주얼하게 저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을 늘려 보려 합니다. 술과 위스키의 역사, 종류, 만드는 법 등과 같은 목차가 머릿속을 맴돌지만, 열심히 억누르며 위스키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그 과정부터 가볍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2. 위스키와의 첫 만남

아마도 위스키로 대표되는 양주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때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술집 메뉴판이나 입간판에 쓰여 있는 가격을 보며 나와는 영영 인연이 없겠구나.’ 했지만, 학교 주변이나 강남역에 샷(작은 잔)으로 아주 저렴하게 파는 곳들이 있어 맛을 볼 수 있었죠. 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라 편의점에서 저렴한 국산 위스키를 한 병 사 본 기억도 납니다.

그렇지만 학생 때는 그냥 호기심이었고, 특별한 매력을 느껴서 마셨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대체 이런 걸 왜 비싼 돈 주고 마실까?”라는 입장에 더 가까웠죠. 공항 라운지나 비행기에서 무료니까 의무감에 마셨던 것 외에는 굳이 양주를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혹시 공감하시나요?

 

< 해외여행 때 사 온 바텐딩 도구들(사진 찍고 있는 모습이 비친다.) >

 

이후 법무관 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핑계로 폼을 잡기 위해 바(bar)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맥주만 다양하게 즐겨 마셨고, 양주는 위스키, 브랜디, 테킬라, 보드카, 럼 등이 정확히 무슨 차이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한번 경리단길의 어느 바에서 (타지에 홀로 외로이 출장 중인) 중국계 미국인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는데, 말동무가 된 것이 고마웠는지 계속 새로운 위스키를 추천하면서 사 주셨습니다. 비싼 술을 공짜로 마신다는 생각에 저는 넙죽넙죽 다 받아 마셨고, 빈속에 6잔 정도를 내리 마신 저는 밤새 토하고 한동안 위스키와의 인연을 끊게 되었죠.

 

3. 위스키 시국

30대가 가까워지며 소화 기능이 점점 저하될 무렵, 2~3차 장소로 안주를 먹지 않아도 되는 곳을 물색하다가 다시 바를 종종 찾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 친구들과 술맛집 도장 깨기를 하면서 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급격히 넓혀 가던 시기이기도 했죠. 이때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 등도 알게 되고, 발베니와 같은 입문(?) 브랜드도 많이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처음에는 좋아했으나, 이제는그다지 좋지는 않은 발베니(감성과 마케팅에서 오는 매력은 여전히 훌륭한 것 같다.) >

 

그리고 전역 후 소득 증가와 코로나19라는 시너지 때문에 본격적으로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바에서 한잔 즐기거나 값비싼 위스키를 구매하려면 어느 정도 돈이 드니까 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겠지만, ‘갑자기 코로나19는 뭐지?’ 싶으실 수 있습니다.

 

코시국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혼술 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희석식 소주는 맛없고, 맥주나 막걸리는 배부른데 취하지도 않고, 와인은 한 병 따면 다 마셔야 해서 부담스럽던 차에 두고두고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위스키가 가성비 술로 급부상했습니다. 숙취까지 없어서 그 인기는 더 많아졌고, 이때의 관심으로 한동안 위스키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왜 숙취가 덜한지는 다음에 양조 과정과 함께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왜 다른 양주가 아닌 위스키만 유독 인기가 많은지에 관한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세계 주류 시장을 한동안 주도해 오고 있는 영미권 국가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는 증류주이기도 하고, 질리지 않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며 역사적으로 마케팅이 잘 되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받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고요.

 

4. 지금은?

코시국 때부터 작년 말까지 상승했던 위스키의 인기가 올해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구하기 힘들었던 위스키들도 이제는 재고가 많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죠. 불경기 때문에 고가의 술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위스키의 인기가 한풀 식었지만, 그 매력이 식은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구하기 어려웠던 위스키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게 되어 취미로 즐기기에는 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죠. 저는 하필 가장 고점일 때 많이 사서 마음이 좀 아프긴 합니다.

 

< 고점에서 주워 온 일본 위스키 등 (그래도 100주년 기념 또는 증류소 방문자 한정 보틀 등이다.) >

 

이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밀당을 하며 위스키와 가까워졌고, 최근에는 여러 바도 찾아다니고, 이론(?) 공부도 하고, 주로 해외에 나갈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 위주로 사 모으면서 위스키가 취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 특별히 조명 상자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에서구할 수 없는 위스키들 (이번에 에든버러 조니워커 프린스 스트릿에서 직접 병입 후 이름을 각인한 보틀도 있다.) >

 

다만, 위스키에 빠진 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것 같은데, 비용이 은근히 부담되어 즐기는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볼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5. 다음 편 예고

위스키와 어쩌다 가까워졌는지 다소 두서없게 풀어 보았습니다. 무언가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작성하기는 편했는데, 읽는 분들께서는 어떻게 느끼실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다음 편에서는 위스키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등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p 8.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