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8. 왜 하필 위스키일까? by 홍정기

2025. 2. 5. 10:2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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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8. 왜 하필 위스키일까?

 

 

1. Intro

위스키의 어원은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게일어 ‘uisge beatha’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증류주를 뜻하는 영어 ‘spirit’은 영혼을 뜻하기도 하죠. 아마도 고대 서양 사람들은 목숨처럼 여겼을 만큼 독주를 엄청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실 위스키를 그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고, ‘집에서 혼자 즐기기 좋은 술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위스키가 다른 술에 비해 어떤 객관적 장점이 있는지부터 소소하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2. ‘증류주가 다른 술에 비해 좋은 점

지난 편에서 잠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는데, 일단 증류주는 숙취가 덜하고, 병을 개봉해도 한 번에 다 마실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두 가지 장점은 모두증류덕분에 가능한데요, 증류란 액체를 가열하여 기화시켰다가 냉각하여 다시 액체로 만드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야마자키 증류소에 있는 일본 최초의 단식 증류기 (이러한 증류기를 사용하여 증류 원액을 얻게 된다.)

 

 

증류를 이용하면 끓는 점이 다른 각 성분을 분리할 수 있는데, 양조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여 메탄올,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숙취를 일으키는 성분을 걸러내게 됩니다. , 맥주나 와인, 막걸리 등에는 나쁜 성분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반면, 이러한 발효주를 증류한 위스키나 브랜디, 소주 등에는 깔끔하게 에탄올만 남기 때문에 숙취가 확실히 덜하죠.

 

도쿄 긴자의 아주 작지만 유명한 바(bar)에서 마신 아주 귀한 위스키 (1997년에 증류하고 2008년에 병입했음에도 2023년에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인류는 이러한 증류 기술 덕분에 발효주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숙취 제거보다는 이것이 본래 증류의 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져 미생물이 활동이 어려워지고, 그 덕분에 변질이 되지 않아 두고두고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덤이고요.

 

저는 다음 날 숙취도 심하고 속도 잘 상해서 술을 아주 조금만 마시는 편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특징은 저에게 매우 큰 장점입니다. 사실 맥주와 와인도 좋아하지만, 혼자서 한 병을 다 못 마시다 보니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저처럼 숙취가 걱정이거나 혼술 할 때 술 한 병을 다 마시는 게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은 증류주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위스키가 다른 증류주에 비해 좋은 점

사실 증류주는 위스키 외에도 많습니다. 브랜디, , , 테킬라, 보드카와 같은 양주, 그리고 소주(희석식 아님!) 및 백주와 같은 동양의 술까지 다양하죠.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위스키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장점이 있다면, 저는 다양성(및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애완동물에 비유를 하자면, 다른 증류주가 형태와 행동이 어느 정도 유사한 고양이라면, 위스키는 토이푸들부터 허스키까지 과연 같은 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모양과 성격이 제각각인 강아지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원료(보리, 옥수수, 호밀, 잡곡)를 사용하였는지, 어떠한 오크통(새 오크통, 와인을 숙성했던 통, 위스키를 숙성했던 통 등)에 얼마나 숙성하였는지,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이라면 어떠한 와인을 몇 번이나 숙성했던 통인지, 여러 원액을 섞었는지, 이탄(peat)으로 가열하였는지 등에 따라 향과 맛, 그리고 그 가치가 달라지게 됩니다. 제가 다른 증류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위스키만큼 다양한 장난을 치는 것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도쿄 긴자의 아주 작지만 유명한 바에서 마신 나름 귀한 위스키 (한국에서는 오리지널과 블랙 배럴 등 저숙성・저가의 제임슨만 유통되는 것 같다.)

 

 

보통 위스키병의 라벨을 보면 어떤 장난을 쳤는지 엿볼 수 있는데, 위 제임슨(혹은 제머슨이라고도 한다네요.) 라벨을 보면 이 위스키가 보리와 잡곡으로 발효 원액을 만들어 세 번 증류하였고, 버번 위스키 및 올로로쏘 쉐리 와인을 숙성했던 두 종류(엄밀히는 세 종류)의 오크통을 사용하여 총 22년간 숙성하였으며, 물을 타지 않아 56.6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고, 냉각여과를 거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의미는 위스키 양조 과정을 알면 바로 이해가 될 텐데, 조금 지루해 질 수 있더라도 나중에 다루어 봐야겠습니다.

 

이처럼 위스키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향과 맛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병은 어떠한 향과 맛이 있을지호기심과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하나의 위스키 안에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향과 맛에 집중하고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또 다양한 만큼 직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위스키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을 것 같네요. 핏불은 싫더라도 웰시코기는 좋을 수 있으니까요.

 

4. 다음 편 예고

이번에 위스키의 객관적(?) 장점을 엿보았으니, 다음 편에서는 제가 위스키의 주관적 매력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음주의 목적이 다른 분들께서는 이번과 다음 편의 내용에 공감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주 자체를 즐기시지 않거나 취향이 전혀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고요.

 

그렇지만 많은 예술(?)이 그러하듯 위스키 역시 바로 그 직관적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고, 관련 이야기나 배경 등 지식을 알고 나서야 점점 그 가치나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위스키를 처음부터 즐겼던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 지난편에서 빼먹었는데, 저의 위스키에 대한 본격적 관심의 트리거(trigger)도 아일랜드에서 별 생각 없이 방문했던 제임슨 증류소 투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의 글이 여러분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더블린 제임슨 증류소 가는 길

 

 

Ep 9.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