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EP 6. 빛으로 그리는 그림, 멋지게 그려 보기 by 홍정기

2024. 11. 20. 10:23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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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6. 빛으로 그리는 그림, 멋지게 그려 보기

 

1. Intro

불편한 현실일 수 있지만,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사진도 타고난 감각이 실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사진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찍는 사진들 사이에도 퀄리티 차이가 클 때가 많고, 서로 왜 이렇게 못 찍냐?” 또는 어떻게 이렇게 잘 찍지?”라고 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사진은 손가락 딸깍 한 번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만큼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기술 연마에 필요한 노력이 적고, 장비의 가격만 빼면 접근성이 아주 좋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가치는 얼마나 아름답게 찍었느냐보다 어떤 순간을 포착했느냐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말이죠.

 

이번에는 똥손분들께서도 사진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몇 가지 소소한 팁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번에 이어 초보자들을 위한 내용이고 대단한 비법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지는 않으시기를 바라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초점과 노출을 맞추는 방법 등 카메라의 기본적인 조작법은 알고 계시는 것을 전제로 작성하였습니다.)

 

2. 초점과 노출

다른 취미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사진도 공부해야 할 기술적 디테일이 은근히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초점과 노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점의 사전적 의미는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의 영상이 가장 똑똑(또렷하고 분명)하게 나타나게 되는 점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은 흐릿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인물이든 사물이든 내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초점이 잘 잡혔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촬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을 부탁할 때도 항상 초점만 잘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지만, 작은 화면으로 잘 안 보일 때도 많아서 실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런던 타워 브리지 앞 타워 브리지 애프터눈티세트 (초점이 음식에 맞아 얼굴이 조금 흐릿하게 나온 사진)

 

그 다음으로는 빛을 얼마나 담을 것인가를 의미하는 노출이 제일 중요한데, 아주 어렵고 또 할 이야기가 많은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특정한 연출을 노린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카메라가 자동으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는 사실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됩니다.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사진이 흔들리거나 자글거리는 어두운 환경 및 피사체와 배경을 동시에 담기 어려운 역광은 최대한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각 경우에 대처하는 요령들이 있기는 한데, 쓰다 보니 조금 어렵고 길어지는 것 같아 가장 단순한 한 가지 팁만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여행지에서 어쩔 수 없이 랜드마크와 태양을 동시에 등지고 인증샷을 남겨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노출을 배경에 맞추어 중요한 배경을 살리고 인물은 실루엣만 나오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도 초점은 인물의 실루엣에 맞도록 설정해야 합니다.

 

(좌) 2013년 프라하에서 / (우) 2016년 바르셀로나에서 (모두 삼각대를 설치하고 찍은 셀카)

 

 

위는 포토 스폿에서 역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루엣 사진이 찍힌 경우이고, 아래는 늦은 저녁 일부러 더 어두운 곳에서 연출한 사진입니다. 나름 멋지다는 의견에 동의하신다면 다음 여행 때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피렌체에서 노을이 끝나갈 무렵, 폼잡고

 

 

3. 음식 사진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일상과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찍게 될 사진은 음식과 인물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로 찍은 사진의 수는 풍경이나 건축물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다시 잘 안 보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인물과 음식 사진을 감성 있게 찍으려면 <EP 4. 인생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는 취미>에서 간단히 소개해 드린 아웃 오브 포커스효과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아웃 오브 포커스 효과는 카메라의 센서가 클수록, 조리개가 개방될수록, 렌즈의 화각이 망원일수록, 그리고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가까우면서 배경은 멀수록 극대화됩니다. 앞의 세 가지 조건은 대체로 장비가 결정하기 때문에 감성 있는 사진을 찍으려면 사실 카메라와 렌즈부터 잘 골라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에 바짝 붙어서 찍어야죠. (, 이건 인물 사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막국수 식당 편육

 

위의 음식을 그냥 테이블이 전체적으로 나오게 위에서 찍었다면 아마도 상당히 허름하게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제일 매력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잡고 나머지는 흐리게 날린다면, 왠지 고급스럽고 맛있게 보입니다.

 

오사카 메론 아이스크림

 

 

디저트처럼 독립적인 존재감이 강한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옆에서 가까이 찍으면 더 소중하고 영롱해 보이죠. 다만, 이렇게 피사체 하나를 주제로 촬영할 때는 피사체가 가운데보다는 화면의 3분의 1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좌) 체르마트 명물 검은 코 양고기 스테이크  /  (우) 인터라켄 로컬 맥주 루겐 브로이

 

그리고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음식과 술 중에 누구를 주연으로 하고 누구를 조연으로 할지도 정할 수 있죠.

참고로, 이렇게 가까이 밀착하여 찍는 방법은 음식 외에 아래와 같은 사물 사진도 멋지게 표현해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멀리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을 때랑 가까이서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처럼 같은 사물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좌) 스마트폰 촬영  /  (우) 카메라 근접 촬영

 

 

4. 인물 사진

인물 사진 역시 보통 아웃 오브 포커스 효과가 두드러질수록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의 인물 사진 모드도 인위적으로 배경을 흐리게 해주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아웃 오브 포커스를 위해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대고 찍으면 모델이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또 소위 얼빡샷이라고 하는 결과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인물 사진은 보통 장비 스펙을 활용하여 아웃 오브 포커스 효과를 표현하게 됩니다. , 조리개가 많이 개방되는 표준 화각 렌즈 또는 ()망원 렌즈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두 화각의 느낌이 조금 다른데,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아래 두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모두 배경은 흐리게 뭉개졌지만, 망원으로 촬영했을 때 배경이 더 크고 가까이 있는 것처럼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좌) 조리개를 개방하고 가까이서 표준 화각으로 촬영  /  (우) 망원 렌즈로 멀리서 촬영

 

다른 사람 사진을 게시하기가 어렵다 보니 제 사진이 많이 등장해서 부끄럽네요.

 

그리고 적절한 사진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일반적으로 인물 사진도 모델이 가운데보다는 화면을 3분할하는 지점 두 곳 중 하나에 위치하는 것이 안정감 있는 구도가 된다고 합니다.

 

5. 사진의 반은 보정

위에서 말씀드린 초점과 노출이 사진의 90%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진의 반은 보정이다.”라는 격언(?)이 떠돕니다. 저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초점과 노출만 잘 맞으면 일단 성공한 사진이고, 나머지 10%의 미적 요소를 구도가 완성해 주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 장면을 포착할 당시의 환경과 장비의 한계로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정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마테호른과 체르마트 맥주 역광 사진 (좌) 보정 전  /  (우)  보정 후

 

전시회나 광고, 잡지, 인터넷 등에서 우와 이런 비현실적인 느낌은 어떻게 찍은 것이지?”, “역시 전문가가 찍으면 다른가?” 싶은 사진들은 대부분 아주 많은 보정 작업이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사진을 공부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배신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죠.

 

난 폰카로 찍어도 만족스럽고, 보정의 필요성을 느껴 본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하신 분들의 경우, 기본 카메라 앱에도 강력한 자동 보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잘 보정된 사진을 보고 만족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정은 사진을 찍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으로,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힘겨운 노가다작업이었지만, 요즘은 생성형 AI 덕분에 엄청나게 편리해졌습니다. 아래 사진은 위 사진에서 맥주병을 지워달라고 프롬프트에 작성하는 것만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생성형 AI를 통해 맥주병을 지운 사진

 

방금 제가 해 놓고도 그 결과물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제 정말 여행지에서 인증샷을 남길 때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쉽게 지울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6. 다음 편 예고

사진을 주제로 하면 예쁜 사진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너무나 많은 사진들 속에서 글 내용에 적합한 것을 찾다 보니 들인 시간에 비해 선별된 사진들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에는 제가 가장 최근에 시작한 새로운 취미인 위스키(구매하기, 전시하기, 마시기 등)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술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여행 편 X 위스키 편의 콜라보가 될 양조장 방문기까지 단조롭지 않게 잘 구성해 보겠습니다.

 

이번 원고를 마무리하고 곧 런던과 에든버러로 떠나는데,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p 7.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