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9. 11:09ㆍ변호사의 평범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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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평범한 취미 생활
- EP 9. 마시는 향수, 위스키 즐기기
1. Intro
솔직하게 고백부터 하자면, 지금 저의 위스키 취미는 ‘마시기’보다는 ‘모으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향에 반해서 기호 식품으로 입문했다가,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수집으로 피봇(pivot, 전환)한 사례죠.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고, 숙취가 심한 체질이다 보니 업무에 방해가 돼서 잘 안 마시게 되더라고요. 물론,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주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취가 덜한 것은 맞지만, 다음 날 컨디션에 확실히 악영향을 주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위스키의 향을 사랑하고, 다음 날 일정이 없다면 한 잔씩 음미하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위스키의 향은 어떻게 즐기는지, 그리고 수집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마시는 향수
물과 알코올이 주된 성분이고, 향으로 장난친다는 점에서 위스키와 향수는 닮은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심지어 웬만한 향수보다 위스키의 향이 좋다고 생각해서, 마시지도 않고 한참 동안 킁킁거릴 때가 많습니다.
향수는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시간에 따라 느껴지는 향이 달라지고, 또 그러한 향의 분리가 향수를 뿌리는 큰 재미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향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향수와 비슷하게 위스키를 마시는 과정도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하는데, 바로 노즈(nose), 팔레트(palate), 피니시(finish)입니다.
노즈는 말 그대로 위스키를 마시기 전에 잔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맡아 보는 단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또 그래서 오랫동안 음미하는 단계이죠. 예전에 발렌타인(Ballantine's) 팝업에 방문했다가 본 소개 영상에서 알게 된 것인데, 서양 사람들은 긴 코를 테이스팅 잔 깊숙하게 넣어서 맡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따라 해 보지만, 코가 짧아 얼마 들어가지 못함에도 알코올이 콧속을 강하게 찌를 때가 있어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팔레트는 입천장 또는 미각을 뜻하는 단어로,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혀에서 느껴지는 맛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제임슨 증류소에서 배운 것인데, 이 단계에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향을 느껴보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코올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삼키는 게 좋다고 하고요. 개인적으로 스모키한 짠맛이 나는 위스키를 좋아하는데, 베이컨 맛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높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위스키의 맛은 잘 구분 못하는 편인데, 이 단계를 잘 즐기는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피니시는 위스키를 삼키고 난 후 입안에 남아 있는 맛과 잔향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향이 강한 경우 목구멍에서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조금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저는 피니시가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되거나, 다음 잔을 부르는 아쉬움을 남겨야 훌륭한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주관적이지만, 예시로 조니워커 그린라벨과 블루라벨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남에도 첫 향은 둘이 비슷하여 “저렴한 그린라벨도 괜찮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린라벨은 끝맛이 쓰고 불쾌해서 다시 손이 잘 안 가는 반면, 블루라벨은 마무리가 부드럽고 매끈해서 입맛을 다시며 감탄하게 됩니다. 잡곡으로 발효한 알코올 원액을 이것저것 섞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별로 선호하지 않음에도 블루라벨은 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3. 위스키의 재미
지난 편에서 다양성이 위스키의 큰 매력이라고 말씀드렸듯 위스키는 향수만큼이나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크, 피트(peat, 이탄) 등 공통적으로 유형화된 향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디테일은 복잡하고 무궁무진하죠.
커피나 와인에서 초콜릿, 베리 등의 맛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스키도 그 안에서 온갖 종류의 향과 맛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재미 요소입니다. 대신 그 스펙트럼이 훨씬 넓은데, 같은 종류의 음료로 분류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강아지로 치면, 정말 토이푸들과 말라뮤트급의 차이죠.
위스키 라벨에 그 향과 맛이 종종 적혀 있기도 한데, 그 향과 맛을 찾아가며 맛보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위스키는 다크 토피와 오렌지 오일, 그리고 볶은 커피 원두의 향이 느껴지고, 약간의 라즈베리와 시나몬, 그리고 향미를 더한 자두의 맛이 느껴지며, 시트러스와 솔티드 아몬드가 길게 남는 피니시를 가지고 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적혀 있는 향과 맛에 꼭 공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위 위스키의 라벨을 보며 향과 맛을 찾아보았지만, 사실 홍삼 또는 한약의 맛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그것대로 매력이 있었죠.
이러한 맛과 향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이는 양조 과정을 조금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음에 증류소 방문기에 녹여서 다루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4. 완벽한(?) 수집품
어릴 적부터 무언가 수집하고 싶어 했는데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하다가 드디어 정착한 것이 위스키입니다. 위스키는 여러 가지 한정판이 출시되어 소유욕을 자극하면서, 마실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춘 완벽한 ‘수집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식임에도 상온에서 거의 변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셀러(cellar)를 필요로 하는 와인보다 간편하고요. 여행 가서 사 오기에도 좋고, 진열해 두면 영롱해서 인테리어 효과도 있죠.
아, 완벽하지는 않네요. 비용 및 부피가 부담된다는 단점 때문에 요즘은 미니어처 위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미니어처가 많이 출시된다는 것 자체도 수집 아이템으로서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글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수집하기 참 좋은 아이템이라고 소개를 해 드리려고 했는데, 사실 요즘은 위 단점들 때문에 약간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보고만 있어도 뿌듯할 때도 있지만, 왜 쓸데없이 술에 이리 많은 돈을 썼을까 문득 후회가 되거나 빨리 마셔서 집 공간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늘고 있죠. 빨리 저만의 바(bar)를 차려서 진열해 둘 날이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다음 편 예고
이번 편에서 위스키를 추천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추천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위스키의 향, 위스키의 종류 등이 결국 양조 과정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그 과정을 간단히라도 소개를 해드리고 싶지만,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 편에서는 증류소 방문기와 함께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아직 작성하기 전이라 분량을 잘 조절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즐겁게 작성했던 여행 편의 느낌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네요.
Ep 10.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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