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5. 09:47ㆍ법정보다 오피스: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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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다 오피스 : 인하우스 변호사의 커피챗
- Ep 8. 첫걸음을 위한 찬미
새해의 첫날, 하얀 다이어리 첫 장을 펼쳐 보면 설렘과 다짐이 가득해집니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 거라는 작은 기대와 함께 말이죠. 저는 이번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의 글쓰기 경험을 돌아보며, 더 나은 시작을 준비하려 합니다.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Just do it!!)
그 경험은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24년 1월 말경, 법틀의 <로글로그> 필진으로 합류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 본 적도 없었고, 달리 SNS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라고는, 회사에서 쓰는 각종 보고서와 의견서, 소송 관련 서류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우연히 ‘링크드인’이라는 구직 플랫폼에서 <로글로그>의 필진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면서 ‘링크드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직 이후에도 가끔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접속하곤 했습니다. 프로필 업데이트를 위해 접속한 그날 마침 법틀의 공고가 제 ‘링크드인’ 계정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 공고를 보자마자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 지원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원서를 작성하면서도 스스로 의아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달리 글을 꾸준히 써본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 읽기를 좋아했고, 업무 외의 글을 언젠가 써보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작은 설렘과 함께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숨은 욕망이었지요.
돌이켜보면, 이 과정에서 새해라는 시기의 힘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새해는 늘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만드는 특별한 시기이고, 저 역시 그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해보지 않은 일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늘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싶다는 열망이 알고리즘의 인도로 지원서 작성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기회를 제공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알고리즘,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나도 몰랐던 욕망, 그리고 새해라는 들뜬 분위기가 한데 모여,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필요했던 것은 ‘그냥 해보자’라는 작은 결심이었습니다.
그 결과 <로글로그>에 필진으로 합류하여 매달 원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심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면, 명심하세요. 의외로 다른 조건은 이미 갖추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냥 해보세요. 그 한 걸음이 우리를 근사한 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르니까요.
꾸준함을 이끌어주는 동료의 힘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내디딘 발걸음은 새로운 길을 맞이하고, 그 길에서 동료를 만나게 되지요.
매달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주제가 떠오르더라도, 피곤한 날이면 컴퓨터를 켜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저를 다시 컴퓨터 앞에 앉게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누군가가 제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로글로그> 프로젝트에는 원고 작성을 도와주는 편집자 동료가 있습니다. 편집자와 협업을 시작한 이후, 제 글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작업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원고를 작성해 보내면, 그는 항상 제 글을 먼저 읽고 더 나아질 방향을 제안해 줍니다. 때로는 격려의 말을, 때로는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죠(대부분 격려의 말입니다😉).

그는 단순히 글을 다듬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고, 글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든든한 동료입니다. 그의 피드백은 제가 글을 쓰는 데 있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편집자는 늘 독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건넵니다. 예컨대, 제가 애써 쓴 문장을 더 간결하게 다듬어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거나, 모호했던 제 의도를 보다 명확히 표현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되지요. 글쓰기는 단지 나를 표현하는 행위를 넘어, 누군가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그런 동료가 있기에 저는 다시 컴퓨터를 켜게 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큰 힘이 되더군요. 일단 발을 내디뎠다면 거의 성공한 것이기는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니,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지켜봐 줄 동료를 찾는 것이 꽤 중요합니다. 그런 동료가 있다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니까요.
새로운 도전이 준비한 선물
그리고 새로운 길에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제 삶에서 진짜로 겪은 일에는 나만의 시각과 감정이 담기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변호사로서 회사 생활 중 발생한 에피소드와 그를 통한 작은 성찰을 테마로 삼아 글을 쓰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상 속 소재를 찾는 데 여념이 없게 됩니다. 회사에서 동료와 나눈 짧은 대화, 출근길의 소소한 풍경도 이제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스쳐 지나갔을 평범한 일들이 '이걸 글로 어떻게 풀어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새롭게 다가옵니다. 나아가, 과거에 있던 일들도 다시 보게 되지요.
예를 들어, 제가 자전거로 출퇴근했던 이야기를 글로 썼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Ep 3 참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만났던 작은 풍경들, 출근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만들어 낸 성취감, 그리고 출퇴근길이 주었던 생각의 여유 같은 것들. 글을 쓰기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감을 찾는 과정에서 이 경험이,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전에는 그러한 경험들의 가치를 잘 몰랐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제 경험을 다시 돌아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을 돌아보며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계획은, 평소엔 지나치던 작은 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발견하려 노력합니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이러한 기쁨을 얻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온 이 작업이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었지요.
새로운 길에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 시작할 그 일이,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길을 계속 걸어봐야 합니다.
’첫걸음’이 남긴 것
지난 1년간의 글쓰기를 통해, 일단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며,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여정 자체가 정말 소중한 것이더군요.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대개 아주 작은 것들에서 비롯된다는 점까지도 말이죠. 저는 앞으로도 글을 통해 따뜻함과 친절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힘들고, 불평과 자조의 목소리가 넘쳐나니까요. 이런 시대에 굳이 저까지 또 다른 불만을 더할 필요는 없겠지요.
대신, 제 경험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라도 여유와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그것이 주는 위로와 여유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멋진 경험을 발판 삼아 새해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분명 새로운 배움과 기쁨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글을 읽는 모두가 그런 멋진 순간들을 발견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p 9.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