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5. 11:15ㆍ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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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 사내변호사의 성장기
- Ep 5. 저연차 변호사의 신뢰와 전문성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 의사 표현 역량 (2)
지난 글에서는 변호사가 된 이후 첫 직장에서 의견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연봉 협상조차 시도하지 않고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제 흑역사를 공유했습니다.
퇴사 통보 후, 연차를 내고 주말이 지나 출근하였더니 회사는 다행히도 그 일을 작은 해프닝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인사 담당 임원분께서는 면담을 요청하셨고, 제가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신 뒤 최대한 조율하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제 상사분은 임원진과 인사팀을 설득하느라 아주 난감하셨을 것입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해야 했을 일을 대신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죄송했고, 부끄러웠습니다. 결국 제 협상력이라기보다는 상사, 선배님들, 동료 분들, 임원 분들의 도움으로 더 나은 조건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고통스러웠던 경험 끝에 저는 의사 표현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걸음은 단순했지만 제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번 연봉 협상 사건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의견을 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변호사로서 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회의 후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는 일도 많았고, 자신 없고 위축된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이후로 묵묵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자신을 표현해야 하며 소통이라는 것은 조직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커리어 발전을 위해 이직을 결심하였고, 새로운 회사에서는 다르게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수습변호사로 시작했기에 스스로를 신입이라는 틀에 가두고 위축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직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경력직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그간에 묵묵히 쌓아 올렸던 내실에 더해 조금만 더 용기 내 목소리를 내보자며, 자신감 있게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임하다가도 다시 소극적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특히 오류를 지적당할 때면 그 순간이 너무 힘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발생한 이슈에 특정 법령이 적용될지 여부를 두고 논의하는 때에 용기 내서 의견을 말해 보았으나, 저기 어딘가에 숨어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예외 조문이 있었던 경우처럼 어찌 보면 의견이 언제나 맞을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함에도 그 순간만큼은 심장이 콩닥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이럴 때면 “그냥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나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순간의 창피함은 훌훌 털어버리고, 그 찰나의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저만의 오답 노트가 만들어졌습니다. 동일한 실수만은 반복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지적받은 부분을 정리해 두자, 점점 실수는 줄고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표현해야, 틀리고 실수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연차 변호사만이 법무팀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찌 됐든 발언한다는 것은 나의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기에 그 사전 준비가 필요한 행위입니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꼼꼼히 찾아봐야 하기에 당연히 개인의 성장으로도 이어집니다. 한두 번의 실수나 지적이 있더라도 그것보다는 꼼꼼하게 분석하고 검토한 의견이 기업에 도움이 된 경우가 더욱 많았기에 보람과 성장 욕구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상사분께도 자연스럽게 제가 자신 있는 분야나 잘하는 분야가 뭔지 어필이 가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법무팀 내부에서의 선순환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 전체, 조직에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의사소통 역량은 사내변호사의 필수 자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내변호사는 연차가 쌓일수록 조직 내에서 점점 더 깊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다양한 부서와 협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통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진행될 수 없기에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사내변호사의 고객은 문제 해결을 원하는 사업부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다양한 직급이 존재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조직에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내변호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하여 의견을 검토한 후 일목요연하게 전달해야 하고 단호하고도 강력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면밀히 검토한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사내변호사는 사업부와의 회의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야 합니다. 사내변호사는 기업의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기에, 기업이 위험한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사업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계약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에 분명하게 불이익한 부분이 있음에도 이를 짚어내지 못해 주저하며 말하지 못한다면 사내변호사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의사 표현 역량은 사내변호사의 직무적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먹고 싶은 점심 메뉴조차 말하지 못했던 사회 초년생 변호사가 인생 첫 연봉협상을 앞두고 도망치며 다짐했던 ‘나의 의견을 표명’하고, ‘나의 의사를 표현하자’라는 마음가짐은 결과적으로 변호사로서 의견의 정확성 검증, 그리고 책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고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년 차 때의 제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고 느끼지만 역시 아직은 저연차 변호사인지라 조금 더 원만하고 부드럽게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에서는 저의 팀장님이나 실장님을 보며 많이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해 가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 아닐까요? 한 단계 성장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미완성의 존재일지라도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도 저만의 오답 노트를 작성해 나가려고 합니다.
Ep 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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